대학과 학생회는 애증의 관계를 십여 년간 이어왔다. 학교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소홀히 하기 일쑤였고 학생회는 학교 행정에 대해 반대부터 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했다. 이번호 동대신문에서는 학교와 학생 사이의 ‘소통’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타 대학의 소통 사례를 교훈 삼아 우리대학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았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우리사회의 소통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인터넷의 등장이, SNS의 등장이 소통의 패러다임을 한 번씩 변화시킨 주역들이다.
하지만 우리대학 내 소통방법은 70~80년대에서 멈춰버린 모양새다. 지난해 우리대학 학문구조개편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대학내 학교-학생 간 소통방식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알 수 있다.
지난해 4월 우리대학은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학문구조개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학문구조개편을 추진해 왔다. 이후 8개월간에 걸쳐 확정된 학문구조개편안에서 학교 측은 다양한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학문구조개편 반대학생회 쪽에서는 “학생의견수렴을 하지 않는다”며 ‘의견 전면 관철요구’만 되풀이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당연히 의견이나 사상 따위가 나뉠 수 밖에 없다. 이를 정리하는 것이 수렴이라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는 다양한 구성원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문구조개편 과정에서 학교 측은 최초 “학생대상의 설명회 이후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으나, 반대학생 측은 설명회만으로 의견개진의 기회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설명회 대신 협상테이블을 주장하며 설명회 자체를 거부했다. 학생회와 학교의 뿌리깊은 불신의 벽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라도 소통을 위한 청취는 하지 않았다. 양쪽 모두 주장을 단순히 말하기에만 급급했다. 이렇게 쌍방통행이 되지 못하니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리는 만무한 것이다.
강재원 교수(신문방송학)는 “사회적으로 소통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반해 학내 소통의 접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학교와 학생 측이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이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각각의 사회 구성원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정보만을 수용하지 않고 정보를 재생산하고 유통하는 적극적인 소통의 주체로서 변하고 있다.

우리대학 소통의 길, 아직은 ‘흐림’
우리대학의 소통 시도를 살펴보면 오영교 전 총장은 고객만족을 강조하며 ‘학생은 대학의 고객 중 하나’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학생CS센터를 열어 학생들의 의견을 온ㆍ오프라인으로 수렴하는 한편, 온라인상에 ‘총장과의 대화’코너를 만들어 직접 소통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오프라인상에서도 2007년 ‘재학생과 총장과의 대화’를 마련하고 교양과정의 21세기 리더십 강좌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학생CS모니터링단 동화를 운영해 우리대학 교육ㆍ행정ㆍ학사 운영 등에 대해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취임한 김희옥 총장도 ‘총장과의 데이트’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학생들의 반응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신문방송학과 한 학생은 “새로운 총장님이 오시고 나서 학생들이 이전보다 많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학생회와의 갈등 국면을 지켜보니 대화의 장이 부족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스킨십부족이라고 풀이된다. 언제나 열려있기는 하지만 다가가기 어렵고, 대화 당사자라는 느낌을 받지 못해 소외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강재원 교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 때문에 직접 대면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요즘 활성화되고 있는 SNS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도 소통의 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활용도 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변의 학생과 교수 간의 SNS 소통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이 같은 모습이 점차 학교와 학생 간에도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성원이 머리 맞댄 경희대
학교와 학생간의 원할한 소통을 위해서는 스킨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는 ‘대학은 생활공동체’라는 일환으로 ‘경희미래협약’을 추진해 학교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희미래협약’의 김양균 사무총장(경영의료학과)은 “학생-교수-교직원들의 반응이 좋고 관심있게 바라본다. 모든 구성원이 배려와 화합정신을 신조로 하나로 뭉치기 위해 추진되었다”며 “사립대학들이 가진 문화적 전통성을 펼쳐나가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고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5월에 있을 대동제에서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제정한 각각의 윤리강령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킨십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간 불신의 벽을 거두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숭실대학교는 작년 초 대학 최초로 SNS 기자단을 발족했다. 당시 기자단 발대식에서 숭실대학교 김대근 총장은 트위터(twitter)에 직접 멘션(트위터에 올리는 단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숭실대학교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 지금의 여러 대학들이 운영하고 있는 SNS의 시발점이 되었다. 사회환경에 따른 소통방식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한 좋은 예다.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진정한 소통은 상대를 존중하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
‘담론의 장’인 대학에서 남의 말에 경청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앞서 본 타 대학과 같이 동국인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의 진정성이 담긴 소통 노력이 최대의 설득력, 최고의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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