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설의 공을 인정받는 엄숙한 자리―. 71학년도 졸업식이 28일 오전10시30분 대운동장에서 성대히 거행되었다.
  異常暖冬(이상난동)의 기온이 이날만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인지 세찬 바람과 코끝을 여미는 零下(영하)로 변해 옷깃을 여미게 했고, 졸업생ㆍ축하객할 것 없이 상기된 얼굴들.

  ○…附高(부고)밴드부의 주악과 예년에 볼 수 없던 불교합창단의 三歸依禮(삼귀의례)합창이 東岳(동악)에 메아리쳐 울려 퍼지는 식전에는 金(김)총장, 蔡(채)이사장을 비롯, 학처장 ㆍ교직원 등 교내인사와 朴碧眼(박벽안)큰 스님(중앙宗會(종회)의장) 昔珠(석주)스님(총무원장) 崔載九(최재구)동창회장 등 수많은 내외귀빈이 참석하여 한층 졸업생의 영광스런 장도를 축복했다.

  ○…이날 학위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나온 졸업생들은 학생과에서 학사모와 학사복을 받아 입자, 가볍게만 보이던 외모들이 갑자기 의젓해지기도.
  姜(강)총무원장은 축사를 통해 “숭고한 불교정신으로 민족적 支柱(지주)가 되라”고 당부했으며 崔(최)동창회장도 “건학이념과 우리의 빛나는 전통을 살려 명실공이 인류문화발전에 공헌하는 역군이 되어 자랑스런 동문이 되어 달라”고 격려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4대1이라는 男(남)ㆍ女(녀)학생의 비율에도 불구하고, 首席(수석) 및 次席(차석)까지를 여학생이 차지하는 異例(이례)(?)를 보여 남학생들의 사기가 다소 위축되기 까지. 그러나 역시 우세한 남학생은 各(각) 단대수석과 예년에 보기 힘든 공로상의 대량남발에 따라 숫자적으로 절대적 리드를 하기도.

  ○…時代(시대) 풍조 탓도 있겠지만 으레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主客(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여실한데….
  이 날도 축복해 주려는 의도는 좋지만 흰 장갑ㆍ꽃다발을 팔려는 약삭빠른 商人(상인)들이 校門(교문) 앞에서부터 운동장까지 陳(진)을 치는 바람에 모처럼 즐거운(?) 졸업식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商魂(상혼)에 시달렸다. 30계단을 올라 식장으로 가는 길목 구석구석에는 온통 더덕더덕 붙은 祝文(축문)과 ‘플랜카드’가 바람에 나부꼈고, 男女老少(남녀노소)없이 人間洪水(인간홍수)를 이루어 범벅된 수라장 러시.

  ○…아침 일찍부터 교육방송국에서는 안내방송과 명쾌한 음악을 내보내 한결 東岳(동악)을 오르는 발길들이 가벼웠다.
  총학생회는 운동장에서, 여학생회는 현관 수위실 앞에서 ‘안내 作戰(작전)’을 폈지만 別(별) 無(무)효과― 이용자도 별로 없었거니와, 윗사람에 대하는 매너도 극히 형식적인 것이 그것. 또한 예외 없이 ‘카메라ㆍ맨’들의 위트(?)작전에 졸업생들은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영광스런 모습을 담기에 부산한 면이 여실하기도 했다.

  ○…식이 끝나 몰렸던 人波(인파)들이 뿔뿔이 헤어지자 운동장은 폭풍우가 아문 듯 허전 속으로 들어간데, H과에서는 科別(과별)다과회를, 農硏部(농연부)에서는 때 묻은 농악대 차림으로 줄줄이 농악으로 시선을 끌었다.
  “언제 뭐가 있었느냐?”는 듯 캠퍼스의 오후가 조용해지자 人夫(인부)들은 식장정리와 오색테이프, 꽃송이, 휴지 치우기에 추운 줄도 모르고 일손을 재촉하고….
  극성스럽던 아침의 열기도 차츰 사라져 간 캠퍼스―. 선배의 무궁한 장도를 빌어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