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동대문학상 시 가작

나의 움직임은 가장 불규칙한 곡선이다
하나의 무늬 아래 갇혀 있다거나
어머니의 귓속에서 산란을 말하는 것은 나의 주된 습성
아무도 나의 혼탁한 겹눈을 모른다
흑갈색 시월은 오히려 반대로 발달하고
잡식의 바람은 늦가을을 삼킨다
힘세던 목소리는 무엇보다 길고 뾰족했지만
다 얼어버린 밤은 늘 무의미하다
어머니는 우리가 인간의 선조일지 모른다며 농담을 했다
찌르르르, 퇴화된 추억
짙어진 안개를 촉각으로 느낀다
접혀진 날개는 전혀 안부가 없고
나는 반짝이는 것들은 모두
야행성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치 않은 가시를 가지고
여기저기 돌출한 도시를 피해가는 것
길에서 마난 침묵들과도 악수를 하며
나는 월동 준비를 한다, 내가 걷는 곳마다
어머니의 지문들이 새겨진다
목적지는 새하얀 잠들이 산재해있는 곳
지금 비록 나는 땅의 숨 속에 미끄러지지만,
나는 가장 작은 몸으로도
가장 높게 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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