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유령회원 실태 심층 조사

본지 특별취재팀은 학생회관 동아리방 르포(제1519호, 2011년 11월 28일자, 9면)를 통해 일부 회원에 의해 자취방으로 전락한 동아리방의 실태를 확인했다. 이번 호에서는 동아리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지난 30일부터 3일간 전화인터뷰방식으로 학생회관에 동아리 방을 가지고 있는 57개 동아리 회원 1,968명 중 17개 동아리 회원 388명의 활동여부를 조사했다. <편집자>

 

학생회관 동아리방을 재학생 전체의 5.34%만이 이용하는 것으로 본지 특별취재팀 취재결과 밝혀졌다.
우리대학 재학생 1만 3천여 명 중 동아리에 가입한 학생은 공식적으로 1천 9백여 명. 이 중 무작위로 선정한 17개 동아리 회원 388명과 직접 통화해 인터뷰한 결과, ‘활동하고 있다’고 답변한 학생은 36.6%(142명)였다. 직접 통화한 학생 중 46%(121명)가 ‘가입한 적이 없다’고 하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번ㆍ착신정지ㆍ휴학ㆍ입대 등으로 연락불가능한 회원은 32%(125명). 연락불가능한 회원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63.4%(246명)가 유령회원인 셈이다.

유령회원의 유형은 다양했다. 이중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아리에 가입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체육분과 ㅁ동아리의 ㄱ군은 “나는 여태껏 학회 활동밖에 하지 않았다”며, “언제 동아리에 가입된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술분과의 ㄹ동아리의 경우 회장이 “실제로 활동하지 않아도 된다. 학번만 빌려 달라”며 일반 학생들에게 접근해 직접 유령회원을 모집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 동아리 회원 역시 “이런 동아리에 가입한 적이 없다”며 동아리 가입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다른 동아리의 회원을 임의로 자신의 동아리에 등록시킨 경우도 있었다. 사회분과 ㅎ동아리의 임원이라는 ㅊ군은 “내가 왜 그 동아리에 가입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실정에 어두운 중국인 학생들을 몰래 가입시킨 동아리도 있었다. 중국인 유학생 ㅎ양은 예술창작분과 ㅅ동아리의 가입 여부를 묻자,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나는 동아리 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고 서툰 한국말로 덧붙였다. 같은 동아리의 회원 명부에 오른 중국인 유학생 두 명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조사동아리 17개 중 15개의 동아리가 활동회원 인가 기준(20명)에 못미쳐 퇴출이 필요한 동아리로 파악됐다. 이들 동아리의 상당수는 유령회원을 포함한 다수의 비활동(실질적 탈퇴)회원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동아리 인가 심사는 올봄에 모두 이루어졌다. 즉, 애초에 동아리 측에서 회원명부를 제출할 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15개나 되는 동아리방이 소수 학생들을 위한 자취방으로 전락한 셈이다. 더욱이 이들 중 2개 동아리는 비활동(실질적 탈퇴)회원을 포함해도 전체 회원 수가 인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포착됐다. 나머지 13개의 동아리의 경우도 비활동(실질적 탈퇴)회원이 전체의 30~60%를 차지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예로, 학술분과의 ㄷ동아리는 전체 회원 수가 17명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약 65%에 해당하는 11명의 회원이 실제로 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육분과의 ㅁ동아리도 전체 회원이 18명으로 인가 기준(20명)을 채우지 못했을뿐더러, 가입 여부를 모르는 3명의 회원과 1명의 비활동(실질적 탈퇴)회원까지 회원명부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부렸다.
실제 활동회원이 20명을 넘는 동아리 중에도 4명의 비활동(실질적 탈퇴)인원을 명부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활성화 여부를 떠나서 ‘동아리 회원명부 작성’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체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학술분과의 ㄴ동아리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을 닫고 나왔다”며, 동아리를 폐지했음을 밝혔다.

위 15개 동아리들을 분과별로 분류한 결과, 학술분과에서 가장 많은 동아리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학술분과는 전체 조사대상 9개 중 단 하나를 제외한 8개의 동아리가 ‘퇴출 필요’ 동아리에 속했다. 본지 ‘대학생활의 꽃, ‘동아리’가 죽었다’ (제1519호, 2011년 11월 28일자, 1면)기사에 언급된 ‘이념·인문·사회동아리가 축소되고, 활동이 저조해졌다’는 대학문화의 변화가 우리대학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체육분과가 5개 중 3개로 뒤를 이었다. 예술창작분과와 사회분과 동아리는 조사 대상 동아리가 각각 한 개였지만 모두 ‘퇴출 필요’ 동아리에 들어갔다.

학술분과를 중심으로 동아리 활동이 전반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현실에 관해 철학과 홍윤기 교수는 “최근 취업율을 강조하는 대학과 사회적 분위기속에서 자발적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동아리 재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학과 사회에서 교육적 차원의 지원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고석현 편집장, 이재우ㆍ이준석ㆍ 김형민ㆍ이종찬ㆍ장익현ㆍ윤설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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