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이는 학생들의 정당한, 그리고 뒤늦은 느낌마저 없지 않은 문제제기이며 하루빨리 근원적인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싶다. 그 중 하나는 재원에 압박을 느낀 대학들이 교수채용을 극소화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지금도 한국대학의 교수충원률이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교수채용의 위축은 대학교육의 질을 후퇴시킬 것임에 분명하다.

물론 반값등록금 문제는 대학자체만의 힘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국가의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학의 문제를 언제까지고 국가와 사회에 떠밀어 버리기도 어렵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비록 그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해결이 대학 자체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외부지원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마는 일은 무책임한 일이다. 

잡 쉐어링(일자리 나누기)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나눔으로써 실업의 공포에서 다 함께 벗어나자는 취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게다가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물질적으로는 압박을 받겠지만, 늘어난 여가시간을 자신의 삶의 질 향상에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피고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일 수 있다. 
대학사회의 오랜 과제였던 시간강사 처우문제 역시 잡 쉐어링을 통해서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반값등록금이 대두되면서 더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는 비정규직 교수(시간강사) 처우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상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잡 쉐어링을 봉급억제와 비정규직 양산의 명분으로 악용하는 기업들이 있듯이, 노노갈등을 부추겨 노사갈등을 은폐하려는 기업들이 없지 않듯이, 대학들에서도 그렇게 할 소지는 충분하다. 게다가 한국에서 대학교수의 봉급은 결코 적지 않은 편이지만 대학 별로 편차도 매우 크다. 억대 연봉을 받는 분들도 적지 않지만, 생계급을 겨우 넘기는 봉급에 허덕이는 교수들도 없지 않다. 그러니 잡쉐어링의 도입을 일률적으로 주장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우리 동국대학교 교수들이 잡 쉐어링에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우리대학의 봉급 수준은 중하위권에 불과하지만 생계급에 미달할 정도는 아니며,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 설립된 우리대학 재단에서 잡 쉐어링에 동참하려는 교수들의 충정을 악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만일 대학당국이 등록금 인하를 결정 하였을때 교수들도 이에 호응하면 어떨까. 등록금 인하율 만큼 임금삭감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면 어떨까. 그 절약된 예산은 오로지 전임교원 충원이나 강사 처우개선에만 써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말이다. 이 제안이 너무 급진적이라면, 앞으로 5년 쯤의 임금동결을 스스로 선언하면서, 물가상승분 만큼의 재원을 이 목적에 써달라고 제안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인기 없는 발언일 줄 잘 안다. 하지만, 동료교수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비정규직을 착취하는 정규직’이라는 현상은 대학의 교직자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내부의 문제를 외면하면서 대학 외부의 비정규직 문제를 비판하는 일은 윤리적으로 정당할 수 없다. 우리도 한때 강사였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우리의 학문후속세대들이나 제자들은  우리가 걸었던 고생길을 조금이라도 덜 겪을 수 있도록 배려하자. 이게 자비심이 아닐까. 아니 이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면, 학문과 교육의 길을 선택한 인간들에 대한 동업자로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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