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凍死(동사)한 한 마리의 작은 새’를 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느 추운 밤 깊은 겨울잠을 자는 듯 언 땅을 베고 굳어버린 그 작은 날개를. 봄부터 그 새는 죽음을 마련하기 위해 슬픈 노래만 불러댔을까.
  발목이 시려온다.
  저만큼서 거센 바람과 실랑이를 치고 있는 파도―. 북평 앞 東海(동해)는 한사코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은 가끔씩 주위의 모든 것을 박차고 훌쩍 떠나보고 싶은 것일까. 몇 달 전부터 나는 미치도록 바다가 보고 싶었다.
  진종일 나는 이 바위 언덕에 나와 서있다. 무섭도록 적막한 겨울바다가 나는 좋다.
  누군가 소금의 빛은 투명하고 밝고 싱그럽다고 노래를 했지만 소금 냄새는 무겁고 우울하게 가슴에 와 휘어진다. 안경알을 문질러 대면서 나는 줄곧 ‘凍死(동사)한 작은 새’를 생각한다.
  잿빛 작은 새는 햇살을 물고 날아와 그늘만 우거진 내 머리 위에 陽地(양지)를 심어주었다.
  나는 추운 그늘에서 헤매어 다녔다. 시골로, 山寺(산사)로, 강가로, 겨울바다로 뛰다가 기차를 타다가 걷다가 바람을 따라 그 때 여기 겨울바다에도 왔었다. 그 때의 내 슬픔은 막연하게 붙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슬픔은 눈앞에 뚜렷이 부각되어 오는 구체적인 것이다. 바람이 예리하게 스카프를 찢는다.

  사람의 행동의 모든 근거는 空虛(공허)하기 때문이 아닐까. 친구를 가지는 것도, 만나는 것도, 찻집에 들려 이야기 하는 것도, 편지를 쓰는 것도, 어릴 적 이웃으로 살다가 떠나간 숱한 이름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보는 것도, 또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열심히 길을 걷다가 문득 멈추어 뒤 돌아 보는 것도, 그리고 이렇게 슬퍼하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결국은 공허하기 때문이 아닐까.
  해는 매일 수평선 밑에서 철철 물에 젖은 얼굴로 내어민다. 그리고 수평선에는 돌아오지 않는 구름장만 얕게 떠다니고 나는 진종일 언덕 바위에 서서 열배 스무배로 불어나는 슬픔만 더 하다가 끝내는 징징 울고 마는 하루, 이틀. 사흘…. 나는 열심히 안경알을 닦는다.
  이 적막한 해변에 서있으면 ‘쟈코메디’의 ‘광장’이 나를 부른다. 그 음울한 잿빛, 거기 안개처럼 덮고 있는 적막, 무거운 明度(명도)를 키우는 앙상한 사람…. 나는 그 우울한 청동의 노래가 미치도록 좋다. 회색 투성이의 이 겨울 바다와 함께.
  어둠이 깃들고 있다. 고깃배 한 척 돌아오지 않는다. 낮은 하늘 아래 물새들이 저공비행을 연습하고 있다. 하얀 뼈를 갈고 있는 바다는 바람과 어둠으로 가득해져 간다.
  사람은 정신적인 구호물자일까. 그러나 나는 언제나 혼자라서 좋다.
  바다가 한 발짝씩 내게 다가선다. 와와! 함성을 지르다가 바위에 와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바람이 자꾸 속으로 파고든다. “겨울바다에선 웃음이 최고야. 이 음울한 색깔과 냉랭한 바람이 기승이 부리거든”
  나는 웃을까.
  오바깃을 세운다. 어둠이 완전히 해변을 점령하여 ‘코올탈’처럼 온몸에 묻어날 때까지 나는 스카프 자락을 날리며 해변을 따라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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