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실습, 인턴십 통해 실용인재 키우는 대학”

실용적인 미디어교육 눈길 끌어

교환학생을 가겠다고 결심한 2학년 2학기 때부터 나는 목표 대학을 오직 네덜란드의 Fontys 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 하나로 정해놓았었다.

Fontys ACI는 광고홍보, 마케팅, 영상 제작 등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실용 대학이다. 그래서 광고홍보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있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학교라고 생각했고 이를 목표로 토플, 면접 등을 준비했다. 또 Fontys ACI가 네덜란드의 학교라는 것도 내 마음을 기울이는 데 큰 몫을 했다.

 인종 차별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배척이 없는 열린 사고의 나라, 모국어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때문에 외국인이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어왔었다.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내가 공부하고 싶은 커뮤니케이션학과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것이 가능한 옵션은 네덜란드의 Fontys ACI 한 곳이었다.

실전 체험 인턴십은 필수 코스

내가 공부했던 Fontys ACI는 200여개 이상의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제공하는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실용대학, Fontys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에 소속된 하나의 단과대학이다.

현재 우리 대학은 Fontys University의 200여개 학과 중에서 Academy for Creative Industries 와 협정을 맺은 상태이기 때문에 광고홍보학과, 신문방송학과, 영화영상학과 등 커뮤니케이션학 관련 전공자만 지원을 할 수 있다. 내가 지난 1년 간 보고 느낀 Fontys ACI 의 가장 큰 특징은 실용적인 학습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교수의 강의를 듣고, 책에 나온 역사와 이론을 암기해 시험을 보는 등의 학풍은 찾아볼 수 없다. 학생들 간의 토론, 현장 답사 및 견학, 실무 종사자들과의 미팅 및 인터뷰 등을 통해 학생들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모든 것을 체득할 수 있게끔 커리큘럼을 갖춰 놓았다.

이와 관련해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졸업을 하기 위해서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인턴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Fontys ACI의 커리큘럼은 ‘학교에서 공부 3년 + 실전 체험 인턴십 1년’ 으로 정해져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 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즐길 때는 즐겨라

네덜란드에서 있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인생을 즐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파티, 클럽 문화가 비교적 젊은 층에게만 한정되어 있던 것을 보다가 네덜란드의 어르신들이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클럽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매년 3월 경, 네덜란드 남부 지방에서는 ‘카니발’이라는 대대적인 축제가 약 일주일 간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에는 남부 지방의 모든 학교가 휴강을 하고 심지어 직장인들도 출근을 하지 않는다.
낮에는 흥겨운 퍼레이드 행렬이 온 도시를 뒤덮고, 밤이 되면 특이한 코스튬과 색색깔의 분장을 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처음 경험해보는 낯선 분위기에 이끌려 나도 친구들과 함께 코스튬을 입고 번화가의 한 펍으로 향했는데 그 곳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의외로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젊은이들과 다를 것 없이 요란하게 분장을 하고 술을 마시며 들썩들썩 춤을 추는 모습은 그간 내가 봐왔던 한국 어르신들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내 인생의 즐거움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뿐 아니라 학교에서 열리는 축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학생들만 끼리끼리 어울리며 즐기는 한국 대학들의 축제 분위기는 네덜란드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학교 근처의 한 클럽에서 학생회가 준비한 개강 축하 파티가 열렸다.
그런데 학생들뿐 아니라 학과장 교수부터 인포메이션 데스크의 여직원까지 모두가 모여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특히 학교에서는 늘 근엄한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한 노교수가 피터팬 분장을 하고 지팡이를 짚은 채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란... 정말 신선한 문화 충격이었다.
일 년 간 지켜본 네덜란드 사람들은 인생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외국어 두려움을 날려보내고

무엇보다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전에는 외국인을 상대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1년 간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마주하고 상대하는 사람이 모두 외국인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 같다.
지금도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 같은 두려움이 줄어드니까 좀 더 자신감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또 주변에 어울릴 한국인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내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외국인 베스트 프렌드가 생긴다는 것도 정말 특별한 일이다. 태어난 곳도, 자라난 곳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정말 신비한 경험인 것 같다.

의지할 곳 없는 타국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만큼 나를 아끼고 좋아해주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손꼽히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이다.

기다리는 관계보다 먼저 다가가길

나는 원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인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상대방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외국에서만큼은 절대 그런 성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누구도 나에게 먼저 다가와 주지 않는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활짝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친화력과 대범함이 필요한 것 같다.
 

이수연
광고홍보 4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