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반. 학기 중이었다면 아직 꿈나라에 있었을 시간. 평소에는 입지 않는 정장이 어색하기만 하다. ‘지옥철’을 뚫고 회사에 가니 이미 모든 직원들이 출근해 있다. 지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눈치가 보인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급하게 자리로 가 앉는다.

아침마다 인턴에게 주어진 일은 상사 직원들에게 신문을 가져다 드리는 것 뿐.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하는 일은 메신저에 들어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 ‘고객 만족 서비스 팀 보조’라는 멋있는 업무는 이름뿐이다.

갑자기 복사 명령이 떨어진다. 발군의 솜씨로 회의 서류를 20장씩 복사한다. 예사 솜씨가 아니다. 수십 장도 몇 분 만에 복사하는 달인이 되었다.

부장님의 일장연설을 들었던 점심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찾아오는 졸음은 이기기 힘든 고역 중에 고역이다. 졸린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결국 화장실로 향한다. 인턴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화장실에서 쪽잠을 자는 것 정도는 참아야 한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에 뉘인 몸이 정장에 꽉 죄인다. 미처 펴지 못하고 꽁꽁 막힌 꿈만 같다. 이 정장을 언제까지 입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현실을 원망할 뿐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본다.
내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주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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