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문제와 학교 재정 문제에 대한 제언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의 한가운데에 ‘복지논쟁’이 있다. 최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보듯이 서울시장직까지 내거는 큰 도박을 마다하지 않을 만큼 복지논쟁은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무상급식과 더불어 금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대학 등록금 문제다. ‘반값 등록금’으로 회자된 이 논쟁은 결국 감사원이 66개 대학에 대해 재정운용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불꽃이 튀었다. 아마도 정부는 감사를 통해 대학에 구조조정 등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여 등록금 인상요인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동국대학교도 당연 감사의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금년 2월 어느 일간지에는 ‘명지ㆍ동국ㆍ숙명, 전입금 한 푼도 안낸 얌체대학’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법정부담 전입금 ‘0’인 대학이라고 감사대상 대학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다. 필자가 알기로는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언젠가 이사의 책임을 강조하며 이사들에게 소정의 기금 출연을 부담지운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전입금 문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없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회여론이 좋지 않을 때 잠시 감사 같은 압박수단으로 뭔가 하는 척하는 식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다고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교육수요 변화에 대비해야
현재 우리 교육현장, 대학교육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망 하에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변화의 물결은 저출산 고령사회화가 불러오는 변화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의하면 2020년 중학교 학생 인구는 265만 명으로 2008년의 2/3정도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보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절대학생수가 감소되고 19년부터는 절대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령화사회로의 변화는 평생학습사회, 지역사회에서 학교의 역할 확장 등의 새로운 수요도 창출할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정보-생명-인지-나노과학기술의 융합과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인데, 이는 대학이 어떤 인재를 어떠한 방법으로 육성하고, 어떻게 사회적 진출(취업)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이 바꾸어 놓을 교육환경, 웹3.0으로의 진화와 집단지성의 교육적 효과, 소자본 사회적 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의 개화 등이 자주 거론되는 주제다.

건학이념에 다시 생각해야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교경영진이 학교의 건학이념에 어떻게 하면 좀 더 충실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화두를 놓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싶다. 동국의 건학이념은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학술과 인격을 연마하고’로 시작된다. 학술과 인격 연마의 바탕인 ‘불교정신’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가, 그것에 충실하고 있으며 향상일로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더 자주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필자가 알기로 불교정신은 ‘모든 중생의 안락과 행복을 이룰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중생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하는 결심(발보리심)에서 출발한다.

학교경영에서 그런 고민이 깊이 묻어나길 바란다. 물론 학생들을 모두 자선사업가로 만들어야 한다거나 자선사업 하듯이 학교를 운영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가령 앞서 예시한 교육환경의 변화에 대해 불교정신을 기반으로 학교가 무엇을 할 것인지 깊이 고민했다면, 제3섹터에 대한 학교의 관심과 그들 영역과의 거버넌스 수준이 현재와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사회에서는 작은 마을 단위까지 주민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적 기업 창업의 붐이 조성되고 있는데 말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조건이라는 평가 아래 사회적 창업,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기대를 걸고 있고, 여당 유력 대선주자는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판에 말이다. 더군다나 조계종이라는 한국불교 대표종단의 후광이 있고, 대통령이 사회적 기업은 종교계에 아주 잘 맞는 다고 하는 발언이 나오는 판에 말이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변화를 찾고, 변화에 대응하여, 변화를 기회로 바꾸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고 했다.

학교 구성원이 기업가 정신을 넘어서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에 조응하는 진정한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가진다면 학교 번영의 문이 더 쉽고 더 빨리 열릴 것이고, ‘비영리 조직의 원가계산’에 충실한 수준의 등록금으로도 학교를 건전하게 운영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기금모금 확대는 긍정적
현재 학교는 새 총장이 취임하면서 대대적인 제2건학 기금모금운동을 벌이고 있고, 이사회를 비롯한 학교경영진이 총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있다. 이 운동에 기금을 출연한 상당부분은 또 조계종 소속 스님이나 사찰이기도 할 것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조계종 소속 학교경영진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다만 이런 종류의 기금조성운동에서 더 나가서 조계종단과 학교가 상호 협력하여 종단과 사찰에서 필요한 인력을 맞춤식으로 교육하여 채용하고, 사회적으로 필요한 사업들을 창업할 수 있게 돕는 항구적인 기금을 만드는 식으로 다양하게 발전되길 기대한다.

다음세대 위한 종단의 책무
유럽의 경우 졸업생들에게 소정의 창업자금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첫 서명 법안이 ‘미국봉사법’인데, 이는 미국의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대학진학을 포기하거나 사회생활을 빚으로 시작하는 현실을 장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봉사시간 만큼 기금을 적립해 주는 제도라고 알고 있다. 물론 이 기금은 부자들의 기부로 충당된다.

툭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 거지근성 만든다 하면서 정치 논쟁이나 하는 것 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발적 프로그램 하나가 더욱 세상을 따뜻하고 정직하게 한다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불교종단에는 부자가 사회와 미래 세대를 위해 돈을 더 많이 내게 해서 그들을 참다운 행복으로 인도하고 선업의 저금통장이 가득차게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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