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지역,문화 등 어우러지는 다양한 즐길거리 필요

 

▲작년 축제에서 가수 DJ.DOC 공연에 열광하는 모습. 초청비용은 1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축제(祝祭)엔 누구온대?’ 이는 축제 기간 학내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어느새 연예인은 대학 축제의 흥행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어떤 연예인이 축제에서 공연을 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축제 참여도와 관심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는 작년 우리대학에서 열린 축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드렁큰 타이거, 리쌍 등 유명 연예인이 초청된 행사에는 만해광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학생이 관심을 가졌다. 반면 주변 대학 응원단이 초청돼 응원전을 뽐냈던 자리는 텅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연예인 초청, 불가피한 선택

대학에 연예인 초청 행사가 도입된 건 90년대 중반부터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의 대학 축제는 ‘먹고 마시고 놀기’ 혹은 ‘운동권 학생들의 이념 전시장’이라는 획일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시도가 연예인을 초청해 학생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연예인 없는 대학축제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몇 년 간 우리대학에서 열린 축제는 연예인에 의한, 연예인을 위한, 연예인의 축제였다. 학생들이 주체가 돼 이끌어 가야 할 대학 축제에서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연예인 초청은 학생들의 축제 참여가 저조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권기홍 총학생회장은 “연예인 공연이 없으면 학생들이 축제 자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많은 학생들이 축제를 즐기도록 하려면 연예인 초청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상상초월의 연예인 초청비

하지만 이러한 연예인 초청은 학생들이 주체가 돼 축제를 준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을 초청하는 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학생서비스팀 임지한 직원은 “연예인을 초청하는 데 매년 2천 5백만 원에서 3천 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는 학교에서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회에 지원하는 금액의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봄에 열린 ‘대동제’의 경우, 드렁큰타이거 등 연예인 초청 비용만 총 3천 4백 만 원이었다. 학교에서 지원한 5천 만 원 중 70% 가까이 되는 금액이 연예인 초청에 사용된 것이다.

그래도 우리대학은 양호한 편이다. 경원대는 2NE1, 아이유, 싸이 등 10팀의 가수가 초청됐다. 연세대도 2AM, 티아라 등 12팀이 무대에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비만으로 축제 비용을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다보니 학교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나아가 외부 기업에까지 후원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학생 위주의 축제 문화를 준비하는 데 비용 등 여러 가지로 한계가 따른다.
 
특강·학술제 등 다양한 시도 

이러한 연예인 위주의 축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대학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축제 문화라는 것이다. 최근 이런 여론을 반영해 색다른 시도를 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지난 12일, 신촌에 있는 6개 대학이 힘을 합쳐 계획한 축제가 신촌 중심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대학 동아리 위주의 공연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성균관대도 이번 대동제에서는 기존의 유명 가수와 연예인 초청을 자제하고 명사 특강과 그린크로스 강연, 뮤지컬 연극 공연 등 학술·문화 행사를 강화했다.

대동제가 오는 25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연예인 공연 위주로 매년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축제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진정한 대학 축제는 연예인이 주인이 된 축제가 아니라 학생이 주인인 축제다.

학생이 주인인 축제는 학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기획하는 축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색깔이 담긴 축제를 말하는 것이다.

어설프더라도 아마추어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 대학이다. 아마추어가 용납되는 유일한 곳이 대학이다. 대학생 스스로의 삶과 고민이 드러나는 축제를 이뤄내야 한다. 대학생 스스로의 삶과 고민을 동아리의 특색을 살린 이색적인 행사를 마련한다거나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로 구성된 학술제를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동국인의 모습이 담긴 동국인만의 축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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