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아 기자
▲감사의 달 5월. 카네이션이 향연을 이룬다. 사람들은 효도화로 알려진 카네이션과 함께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카드를 건네며 가족의 정을 나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카네이션이 미국의 어머니를 추모하는 꽃이라는 사실이다. 미국 버지니아 주 웹스터 마을의 ‘안나 자이비스’란 소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평소에 어머니가 좋아하던 카네이션 꽃을 심으며 추모했고 그 후 그녀는 1904년 시애틀에서 ‘어머니날 행사’를 최초로 개최하기에 이른다. 결국 1913년 5월 두 번째 일요일이 ‘어머니의 날’로 정해지는데 이것이 어버이날의 시초이자 카네이션이 효도화가 된 이유다.

▲한편 우리나라에도 ‘효도(桃)화’에 대한 아름다운 미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바로 조선시대 성군으로 칭송받은 정조대왕의 이야기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를 일찍 여읜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잔치를 연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제 22대 왕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열어 드리면서 복숭아꽃 3천 송이를 선물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더군다나 생화도 아닌 한지로 만든 복숭아꽃 3천 송이를 헌화했다고 하니 정조의 효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무병장수를 뜻하는 복숭아꽃은 ‘효도화’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우리네 전통을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바로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의 ‘효도화 달아주기 캠페인’이다. 재단의 이사장인 임광진은 “외국 문화인 카네이션 대신 복숭아꽃을 달아드립시다”라며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섰다. 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직접 종이 복숭아를 달고 나와 “우리 조상의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이 캠페인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 밝혔다. 실제로 재단은 정조 당시 전통 한지로 복숭아꽃을 만들던 방법을 그대로 재연한 2천여송이의 꽃을 경로당의 노인들에게 달아드렸다.

▲물론 시대가 시대인 만큼 타국의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것은 매우 편협하고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가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타국의 꽁무니를 쫓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미국에 카네이션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복숭아꽃이 있다. 이번 ‘복숭아 꽃 달기’ 캠페인은 우리 문화를 지키는 좋은 발로(發露)다. 효를 중요시하는 우리의 정서와 효심이 지극한 정조, 우리의 고유 수종인 복숭아꽃. 이 세 가지는 신(新)효도화 문화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근거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은 결코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숨겨진 우리의 문화를 찾고 애정과 관심을 쏟자. 문화보국의 길은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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