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

장시기 교수
동국대 영문과
며칠 전 학교로 들어오는 택시 안에서 나를 흘끔 쳐다보는 택시 기사가 나에게 교수냐고 묻는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금 망설이던 택시 기사는 다시 나를 흘끔 쳐다본 후에 대학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대학등록금 때문에 가난한 학생들이 자살을 하고, 가난한 학부모들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거나 밤에 자가용 대리기사로 일한다는 것이다.

나는 택시 기사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리고 택시에서 내리면서 다시 한 번 나는 그 택시 기사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한 후에 택시의 문을 닫았다.

그 택시 기사의 말처럼 초중등 교육의 사교육비 문제와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치솟는 대학등록금 인상의 문제는 이제 단지 어느 한 대학이나 학생, 혹은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대학 등록금 인상의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을 모두 파탄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막론하고 한국의 대학등록금은 1인당 국민 총생산(GDP) 비율로 계산하여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고 우리 대학들이 지니고 있는 교육의 질도 또한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아니다. 우리의 대학들이 담당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1인당 직접교육비, 1인당 교수수, 1인당 도서관수 등등의 지표들을 계산할 때, 우리 대학들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지출하면서 가장 싸구려 교육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정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 “대학등록금 내역 공시제도”, “등록금 상환제” 등등의 정책을 발표하였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대학등록금이 한국사회를 파탄시키는 과정의 일시적인 유화책은 될지언정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대학 등록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초중등 교육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육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다.

전북대의 반상진 교수가 2009년 발표한 “대학재정과 대학등록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OECD 국가들의 평균 고등교육 예산인 국민총생산 대비 1.0%를 국가가 대학교육을 포함한 고등교육과 학문정책에 책임을 지면 현재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할 수 있고, 1.5% 내지 2.0%를 고등교육 예산으로 책정하면 대부분의 OECD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들에게 무상 등록금의 혜택을 줄 수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근대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초중등 교육과 마찬가지로 대학교육도 국가가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근대화의 달성을 목표로 했던 1960년대나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의 대학은 초중등 교육이 담당했던 시민교육이거나 국민교육과는 달리 소수자들만을 위한 특수교육이거나 고급교육이었다. 당시의 대학이 담당했던 특수교육이거나 고급교육은 대학교 졸업자들로 하여금 한국사회의 엘리트를 구성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지구촌 세계의 다양화는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대학 교육이 초중등 교육과 마찬가지로 국민이나 시민을 위한 민주적인 국가 공교육의 일부이지 과거와 같은 근대국가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소수의 엘리트 구성원들만을 위한 특수교육이거나 고급교육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오늘날의 대학은 한 국가의 국민이거나 시민일 뿐만 아니라 한 국가를 넘어서는 동아시아 지역이나 지구촌 세계의 구성원이 되기 위한 과정이 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이겠다는 정치적 공약과 더불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등록금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국가가 대학교육을 담당해야만 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은 논의조차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는 국가가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라고 말하는 국립대학마저도 사립대학들과 마찬가지의 법인화로 이끌고 있다.

지난 12월에 날치기로 통과된 서울대 법인화는 지방 국립대의 법인화를 부추길 것이고, 이러한 국립대의 사립 법인화는 대학 등록금 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더 등록금 인상을 부추길 것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학교육을 올바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뿐만 아니라 대한민국마저도 망치는 길이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 모두가 대학교육은 국가와 사회의 임무라는 사실을 직시하여 동국대학교를 포함한 모든 대학들의 교수와 학생들이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으면서 선의의 학문적 경쟁을 할 수 있는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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