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익은 한가위를 읽고

  그동안 東大新聞(동대신문) 4面(면)에 연재됐던 이 작품을 읽고 우선 느끼게 되는 것은 構成(구성)의 특성이다. 외관상 나타난 形態(형태)로 보아 금방 드러나듯이 이작품은 네 토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그 하나하나의 토막마다 각기 다른 話者(화자)가 등장하여 하나의 사건-용산역 귀성객 참사 사건, 여기서는 김점순양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視點(시점)의 변화라 볼 수 있는 이런 구성의 長點(장점)은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비춰 보여줌으로써, 그 사건의 의미를 좀 더 확실히 드러나게 하는데 있다 하겠다. 또한 둘 이상의 視點(시점)이 등장하는 이런 作品(작품)에 있어서 대개 하나의 視點(시점)은 사건을 서술하는 데에 그치고 나머지 視線(시선)은 그 사건을 분석 혹은 비관하는데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이 作品(작품)의 경우에도 거의 對位法的(대위법적)으로 쓰인 첫째 토막과 둘째 토막이 주로 사건을 서술하는데-둘째 토막의 일부는 비판하는데-쓰이고 있으며, 셋째와 넷째 토막은 순전히 사건을 분석, 비판하는 데에만 쓰여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하거나 배경으로 삼고 있는 作品(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특이한 줄거리가, 혹은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으며, 대신에 그 사건에 대한 분석․비판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 作品(작품)에서도 어떤 특이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공자에 취직을 한 소녀. 추석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려다가 기차도 못타고 죽은 한소녀의 이야기는 그것이 실제 일어났던, 그리고 아직도 우리 기억에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용산역 귀성객 참사 사건과 얽혀있기는 하지만 특이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혹은 배경으로 한 作品(작품)이 의도하는 것은, 그 사건을 작품으로 再構成(재구성)함으로써,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어떤 새로운 면을 부각시킨다거나, 혹은 그 사건을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 비판함으로써 그 사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리고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려는 것이라 할 때 이작품은 분명히 後者(후자)에 속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했던 특이한 구성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作品(작품)은 그 사건을 얼마나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얼마나 새로운 해석을 내려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가?
  한 부분씩 뜯어보기로 할 때 우선, 주로 사건을 서술하고 있는 첫째와 둘째 토막에 있어서는 첫째 토막의 뒷부분에 약간의 사건에 대한 언급이 보일뿐이다.
  그런데 그것은 비판이나 검토라기보다는 단순한 감상((感想) 혹은 感傷(감상))의 形態(형태)로 나타나있다.
  사건 자체보다는 거기에 대한 국외자(局外者)의 반응을 그리고 있는 셋째 토막에서 모든 감정이 배제된 이성(理性)만으로의 판단이 나와 있으나, 그것을 역설적으로 뜯어내어도 그 사건에 대한 冷笑(냉소)정도의 의미 밖에는 갖지 못한다.
  넷째 토막은 우선 人物(인물)이 아닌 ‘가을’의 시선으로 되어있는데, 계속 일인칭으로 서술되어있는 앞부분이 人物(인물)의 內部(내부)를 主觀的(주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데 반해서 이 부분은 觀察者(관찰자) 視點(시점)의 역할을 함으로써 주인공인 김점순양의 外部(외부)와 內部(내부)를 客觀的(객관적) 입장에서 묘사하고 있다. 이 부분에 김점순양을 죽인 것은 <나약하지만 영리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간접적으로 나와 있다.
  作品(작품) 전체를 통해서 볼 때 사건에 대한 비판이나 분석 같은 것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場面(장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나타나 있는 것도 아니다. 나타나 있는 것은 그저 생경한 感情(감정)이나 感想(감상) 혹은 感傷(감상)정도일 뿐이다.
  다음으로 이 作品(작품)의 主題(주제)를 살펴보자. 서울, 都市(도시) 文明(문명)에 대한 抵抗(저항)이 곳곳에서 눈에 뜨이며 人間(인간)의 非人間化(비인간화)에 대한 告發(고발)인 것 같은 부분도 더러 눈에 뜨이긴 하지만 主題(주제)라고 내세울 만큼 강력한 것 같지는 않다.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받아 죽일 수 있단 말인가?>하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사람>의 분노나, <그때 그곳에서 구름다리 위를 걷던 사람은 모두 죽었다. 밟은 사람도 밟힌 사람도. 그럼 우리는 무엇으로 다시 깨어나야 하는가?>하는 <산사람>의 절규까지도 채 소화된 것 같지 않아 갈등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미흡했다.
  마지막으로 文體(문체)에 대해서 말하면, 군데군데 심심치 않게 튀어 나오는 韻文(운문)투의 文章(문장)은 상상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오히려 주위의 文章(문장)과 호흡이 잘 맞지 않거나, 感情(감정)의 비약이 있거나 하여 읽는데 거슬렸던 것 같다.
  構成(구성)의 특이성을 주제 면에서의 완전치 못한 사건의 소화로 살려 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결점이었으나, 구성상의 새로운 시도의 효과는 어느 정도 괜찮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文體上(문체상)의 결함만은 만약 또 다른 作品(작품)을 계속하려 한다면 꼭 고쳐나가야만 할 것 같다. 아니면 충분히 다른 문장과 어울려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作品(작품)속에 스며드는 구절들이 되도록은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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