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놀이공원

밤의 놀이공원

먹구름들이 수두처럼 흘러와 있다 세간에는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다 생은 늘 간이역에 있었다 바람이 이따금씩 여러 겹 덧칠된 페인트의 표면으로 둔기를 던진다 녹슨 쇠붙이들이 구슬픈 웃음을 흘렸다 비루먹은 목각벤치들은 개처럼 짖지 않았다 작은 뱃머리에 앉은 피노키오가 코가 떨어져 나간 채 웃고 있다 바닥에 깔린 블록들이 단단한 치아처럼 서로를 붙들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교정니를 한 채 웃던 너는 어디로 갔을까 누군가 강제로 혀를 집어넣으려 했다 나무들의 앙상한 갈빗대 사이로 바람은 쥐떼처럼 오갔고, 허공을 갉아 찬 공기를 쏟아냈다 병(病)은 오랫동안 피리를 불어댄다 어둠처럼 질긴 쉬파리들이 저녁을 덮고, 어린이들의 출현은 기약 없었다 폭죽은 물집에서만 피고름처럼 터졌다 과잉된 겨울 내일은 다시 어린이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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