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에서 배운 온화한 리더십이 인생의 밑거름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 급한 일로 교통신호를 어기게 됐다. 벌금을 매기려는 교통경찰에게 처칠의 운전사는 “수상 각하의 차이니 비키시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교통경찰은 “수상 각하를 닮긴 했지만 그 분이 교통위반을 할리가 없소. 교통위반에 거짓말까지 하다니. 내일 당장 경찰서로 출두하시오”라고 단호히 말했다.

 

처칠은 이에 큰 감명(感銘)을 받아 경시총감을 불러 그 교통경찰의 일계급 특진을 지시했다. 그러나 경시총감은 “경찰조직법에 그런 규정은 없으므로 특진 시킬 수가 없습니다”라며 딱 잘라 거절했다. 처칠은 흐뭇한 표정으로 “오늘은 경찰한테 두 번 당하는군”이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위 이야기에 나오는 경찰의 모습은 손창완(경찰행정78졸) 동문이 꿈꾸는 경찰의 바람직한 상(像)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의 잣대를 엄정히 들이대는 공명정대한 경찰. 이런 경찰의 양성이 목표인 경찰대학에 지난 9월 손 동문이 제35대 학장으로 부임(赴任)했다. 임기 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손 동문을 만나 그의 인생과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경찰상에 대해 들어봤다.

동국에서 배운 온화한 리더십

30여 년간 사건 현장에서 국가와 국민의 안녕(安寧)만을 생각하며 달려온 손창완 동문. 그러나 그의 원래 꿈은 경찰이 아니었다. 손 동문은 “대학 입학 전까지 경찰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동문은 우리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입학해 경찰의 체계를 몸으로 느끼며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됐다. 그는 “경찰행정학과에서는 행정적인 내용 뿐 아니라 유도, 호신술 등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이 많았다”며  “그런 수업을 들으며 경찰이라는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강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손창완 동문은 경찰대학 학장으로 부임한 이후 훌륭한 가르침을 주기 위해 본인이 받았던 훌륭한 배움을 떠올렸다. 우리대학 이황우 명예교수에게 받은 온화한 리더십이 그것이다. 손 동문은 스승인 동시에 우리대학 경찰행정학과의 선배인 이황우 교수의 따뜻한 관심과 지도 덕분에 경찰에 대한 편견을 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학문적 가르침도 훌륭하셨지만 그에 앞서 학생들을 자상하게 보살펴 준 이황우 교수를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며 “나도 이황우 교수처럼 자상한 교육자가 되고 싶다”며 경찰대 학장으로서의 포부(抱負)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대학시절이 마냥 밝지는 않았다. 대학생 시절, 손 동문은 동기들이 술을 먹다 파출소에 연행됐다는 연락을 받고 부리나케 파출소로 향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훈방(訓放)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경찰이 밝힌 훈방사유는 대학생들이 벌써부터 경찰이 되겠다는 뜻을 품고 공부하는 것이 애석하고 불쌍해서였다.

그는 “그 얘기를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그 사건을 통해 경찰이 돼 경찰에 대한 인식(認識)을 바꾸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굳센 각오로 그는 경찰행정학과 학회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면학에 전력을 다했다. 손 동문은 “당시 학업에 대한 열정이 현재 나의 밑거름”이라고 당시를 추억(追憶)했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경찰

그렇게 경찰이 된 손창완 동문은 다른 경찰들보다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그는 전북경찰청장 재임(在任) 시절 ‘1미터 더 가까이, 1분 더 많이’라는 뜻의 ‘1mM 운동’을 실행했다. 경찰들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말을 거는 낯선 모습에 사람들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주민들이 ‘1mM운동’의 취지와 진정성을 이해해 주민들과 경찰 사이의 벽은 허물어졌다. 손 동문은 “주민 중심의 치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일같이 경찰들에게 강조했다”며 “그 결과 주민들이 경찰에게 먼저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런 손 동문에게 경찰이라는 직업이 가장 보람찬 때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됐을 때다. 일선에서 수사하던 시절에는 범인을 검거해 피해자의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주민들을 도왔다. 또 경찰청장 시절엔 주민들을 위한 시책과 정책으로 그들을 도왔다. 그는 “주민 중심, 정성 치안을 기조로 끝없이 노력했다”며 “결국에는 주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줘 고마움을 표하곤 했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담소지락을 위한 피나는 노력

손 동문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담소지락(談笑之樂)이다. 이는 타인과 대화를 나누며 편히 웃는 즐거움이라는 뜻이다. 그러한 여유는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한 만족감이나 뿌듯함이 선행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맡은 일에 집중력과 열정을 가득 담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 동문은 “본인의 일에 열정을 발휘하면 비로소 담소를 통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런 여유를 즐기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담소지락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자신의 철학을 밝혔다.

이어 그는 후배들에게 애교심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모교가 잘 돼야 다른 우리대학 출신의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 동문은 후배들에게 학업적인 노력보다도 유연한 사고를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보듬을 수 있는 포용력”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딱딱하고 경직된 낡은 사고방식에서 탈피(脫皮)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야한다”고 조언했다.

거창한 사람들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모델이라고 밝힌 손창완 동문. 경찰대학의 학장이라는 자신의 위치에서 ‘담소지락’의 마음자세로 훌륭한 경찰을 양성할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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