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창조할 수는 없다”

  극단 實驗劇場(실험극장)은 지난 1일부터 同(동)극단의 전용극장을 개관하고 개관기념으로 ‘피터·쉐퍼’의 ‘에쿠우스’를 공연하고 있다.
  산정옥 역, 김영렬 연출의 ‘에쿠우스’(라틴어로 말(馬(마))을 가리킨다)는 영국에서 初演(초연)된 뒤 ‘브로드웨이’에서 절찬리 공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6마리의 말 눈을 쇠꼬챙이로 찔러 눈멀게 한 소년마부의 심리과정을 추적한 심리극이다. 정신과의사 ‘마틴다이사트’에게 어느 날 한 소년이 인계된다. 소년은 자기가 아끼던 말들의 눈을 쇠꼬챙이로 찔러 눈을 멀게 한 죄로 구속돼 있는 것이다.
  알런은 어렸을 때 해변에서 말 탄 사나이를 우연히 만나 말을 타게 되나 아버지는 알런을 끌어내리다 알런은 다친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아버지를 알런은 말의 눈을 찌르게 되는 날 밤 외설영화를 상영하는 극장 안에서 마주치게 되고 새삼 어른들의 치부를 뼈저리게 느낀다. 그날 밤 알런은 역시 불우한 가정의 소녀인 ‘질·메이슨’의 유혹을 받아 자기가 돌보고 있는 말들의 마구간으로 간다.
  결국 의사 ‘마틴·다이사트’는 자신의 치료가 “난롯가에 앉아있는 옆에서 半人(반인)半馬(반마)의 그림을 보고 있는 동안 알런은 햄프셔의 들판에서 말과 한 몸이 되려하고 있는 생각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는 데서 의사인 자신은 인간의 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어도 창조할 수 없다는 자조적인 말을 남긴다.
  또 자신의 임포텐스(不能(불능))를 뼈아프게 괴로워하게 된다. 자그마한 무대, 약간 소란스럽게 여겨지기조차 하는 회전무대(각 방향으로 입구가 열릴 때 마다 알런의 가정, 마틴 다이사트의 병원, 그리고 마구간을 나타낸다)가 무대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데 ‘마틴’의 성실하고 능란한 화술이 때로는 월부책장수의 너절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간호원과 변호사 ‘헤스터설러만’의 대화가 차분히 전개되는 가운데 특히 헤스터의 기품 있는 知的(지적) 태도는 안정감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또한 조명의 역할이 별 두드러지지 못한 것은 좁은(?) 무대공간을 좀 더 입체화하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도 이번 연극을 통했던 신인 강태기군이 주역으로 열연, 새 연기인의 발굴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실험극장이 애초 의도한 바대로 장기간 공연함으로써 보다 완숙한 연기를 보인다고 한다면 매일의 무대가 발전적 의미에로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의사 ‘마틴·다이사트’와 ‘알런’의 아버지 ‘프랑코·스트랑’역은 더블캐스트로 김동훈 김순철과 이승호, 이한승이 맡고 있으며 ‘알런’에 강태기 등 12명이 출연하고 있다.
  오는 25일까지 매일 1회씩 오후 7시(토·일요일은 3시, 7시 2회 공연)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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