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은 어두워서 그런지 달력의 숫자들로 슬쩍슬쩍 어둠을 이용해 새치기를 잘도 한다. 왜 그렇게 일주일이 후딱 지나가던지.
  월요일-이건 죽는 날이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못해 담배 심부름까지 겹치면 강의실 칠판은 구경도 못할 판. 덕분에 성적표는 붉은 채단으로 환경미화.
  화요일-체념일 수밖에 없는 태풍의 눈 같은 날. 교정지의 글자들이 이마에 와서 박히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면 영락없는 통금 5분전. 그래 체념이다.
  수요일-용달차에 앉아 교문을 들어서면 뒤에 실린 신문뭉치는 내가 벌어들인 지폐뭉치. 그러나 아직도 안심할 수는 없어. 편집장의 얼굴이 가물거리는 편집회의가 남았거든.
  목요일-오늘은 자유다. 나에게도 대학생 뱃지가 붙어있다. 그러나 科友(과우)의 초상도 몰랐던 난 데이트에도 역시 바람. 그래 술병은 비우고 바람은 빈병에 담자.
  금요일-친구가 만나자고 하는 날은 바로 오늘. 정신없이 약속하고 보면 발송 작업에 빠지고 마는 구제불능 수습기자.
  토요일-회전무대에서 뛰어내리지 못하는 주말의 삐에로. 신고식은 토요일에 있었지. 출입처에 만나야 할 사람은 일찍 퇴근하고. 에이, 다시 한 번 신고식이다.
  일요일-오늘은 집에서 푹 쉬자. 하, 웬일일까 신문사 바닥이 그립거든.
  쿵작쿵작. 자, 머리에 침을 묻히고 이번 주일은 새치기 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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