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노래 한마당’을 보고

  “어떤 이는 왜 하필 노동자의 노래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시대 삶의 진실이 노동자에게 있으니까.
  억압받고 수탈당하는 인간의 노래는 함포고복의 노래와도 다르고 그냥 건성으로 소리 지르는 사람들의 노래와도 같을 수 없으므로...”
  지난 15·16일 양일간 연세대학교에서는 노동자들의 큰 노래 한 판이 벌어졌다.
  이 행사는 ‘노동자 신문’이 창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첫날은 ‘우리시대의 노래, 우리시대의 가수’의 공연이, 둘째 날은 20개 노조의 노래패가 예선을 뚫고 서로의 생산현장에서 느낀 정서를 외쳐 부르고, 답답한 사회구조의 모순을 깨쳐나갈 방향을 노래로 모색하는 노동자 가요제가 이어졌다.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 첫날 공연은 ‘광야에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안치환씨가 출연, ‘바겐세일’이란 노래로 1부를 시작했고 노동자 문화예술 운동연합의 노래모임 ‘새벽’회원인 윤선애씨, 김호철씨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노동자노래단. 예울림, 전교조노래패, 제1회 통일 노래한마당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영남씨 등이 우리시대의 노래를 채워나갔다.
  이어 예울림과 노동자노래단이 무대를 누비며 노래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 노조를 만들며, 노동법개정 전국노동자 대회, 공권력의 탄압, 전노협 결성, 민자당 출현, 새로운 투쟁에의 결단 순서로 극을 꾸몄다.
  마지막으로 ‘새날을 여는 합창’에선 노래패들과 관중들이 함께 어우러져 노래를 부르는 시간을 마련했다.
  다음날은 ‘노동자 가요제’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지역과 업종은 다르지만 서로의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투쟁의지를 노래로써 경합을 벌이는 창이 열렸다.
  한반도에서 가장 거대한 지하조직이라는 지하철 노조 노래패가 나와 열기는 고조시켰고 서울건설일용노조 노래패는 나그네 설움을 노가다 찬가로 바꿔 부르며 각각 손에는 망치와 쇠파이프 등을 들고 노래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중소기업노조에서는 신입사원이고 노동동지일 뿐이라 강조하는 남녀 듀엣이 참가해서 다정하게 손을 잡고 ‘참사랑’을 불러 많은 축복(?)을 받기도 했다.
  또한 참가한 노래패들은 각 사업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투쟁 상황들을 소개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으며 투쟁사례가 소개될 때마다 관중과 노동자는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즐겁고 건강하게 벌인 열전 끝에 인기상에 해당하는 ‘동지상’은 골리앗의 신화를 창조한 현대중공업노조 ‘또래마당’이 차지했고 ‘진짜노동자’상은 MBC노조 ‘노래자랑’이 안게 되었다.
  이 가요제의 최고상인 ‘우리 노동자상’은 여성으로 구성된 대우전자 부품노조 ‘소리모아’가 ‘다시 또다시’로 쟁취해내었다.
  한편,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시대의 가수들의 축하공연이 벌어졌는데 고무신을 신고 무대에 올라온 정태춘씨는 ‘아, 대한민국’과 ‘정말 알고 있나’ 등을 불러 관중들의 눈시울과 가슴을 뜨겁게 했다.
  여기에 참가한 사람들이 대부분 노동자와 학생이기에 짓밟히고 고통당하는 삶의 진실에 모두 함께 분노하고 눈물을 흘린 것이리라.
  실로 인간적인 사회를 건설하는데 노래의 역할은 지대하다. 변혁운동에 있어서 문화운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이 행사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동자의 노래는 현장의 억압받는 상황을 엎어버리고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 평등의 세상을 끌어내오려는 함성이기에 지금은 작은 공간에서 이지만 언젠가 우리의 넓은 하늘에 울려 퍼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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