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360’ 통해 청정 공기 되찾은 도시
친환경 라벨, 보행자전용거리 확대 등 정책 시행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시민과 당국의 노력

스페인, Plus ultra!(보다 더 멀리)

대학미디어센터 해외취재단은 지난 겨울 스페인 마드리드·바르셀로나에 방문해 기획 취재를 진행했다. 특별 기사를 통해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 몸소 체험한 그들의 삶과 정책을 전한다.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전경 (사진=임재경 기자.)
▲스페인 마드리드 왕궁 전경 (사진=임재경 기자.)

‘사상 최고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 역대 최고 기록’ 등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는 소식들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진다. 지구환경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에서 전 세계는 범지구적 협력 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 각국은 내연기관 이용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수송 부문 탄소중립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편, 수송 부문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는 스페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주요 도심에서의 독자적인 교통 정책과 신속한 청정차량 전환까지, 스페인은 교통을 통해 ‘친환경’을 외친다. 이에 동대신문 해외취재단은 기후위기 속 교통 정책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발을 내디뎠다.

 

마드리드를 위협한 대기 오염

청량한 하늘과 따스한 햇볕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그러나 우리의 인식과 반대로 과거 마드리드는 대기 오염이 심각한 도시였다. 마드리드를 찾는 관광객이 많았던 만큼, 매연이 도시 곳곳을 채웠고 대기 오염의 주범인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유럽 최악의 수준에 달했다.

2016년,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마드리드는 탄소배출량 을 줄이기 위해 도심 중심부에 차량 2부제를 실시하는 등 여러 친환경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나아가 2019년부터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마드리드 360’ 계획을 발표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이 계획은 유럽연합의 대기 오염 제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5% 감소시키는 것이 목표다. 해외취재단은 마드리드의 친환경 교통 정책 시행 현장을 도심 내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었다.

 

도심 통행 가능한 친환경 라벨 마드리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이 정해지는 친환경 라벨 (사진=해외취재단.)

도심 내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을 살펴보면 차량 앞부분에 동일한 라벨이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라벨은 마드리드 시청에서 부여하는 친환경 라벨로,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의 일부다. 2018년 도심 내 자동차 진입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높이기 위해 발의된 해당 정책은 도심 내 일정 구역을 설정하고, 친환경 라벨이 부착된 차량에 한해서만 구역 진입을 허가한 다.

친환경 라벨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제로 등급 ▲에코 등급 ▲C등급 ▲B등급 ▲A등급(라벨 미부여), 총 5등급으로 나뉜다. 해당 라벨이 없는 차량은 올해부터 마드리드의 모든 도로를 통행할 수 없다. 라벨이 미부여되는 차량은 2000년 이전의 휘발유 차량과 2006년 이전의 디젤 차량으로, 대기 오염을 심하게 일으키는 차량이라고 판단돼 차량 진입이 금지된다. 이에 마드리드 일정 구역에는 교통 제한 표지판과 감시카메라가 세워져 있으며 라벨이 없는 차량이 해당 구역을 통행하면 90유로(약 12만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은 개인 차량에 한해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택시와 카셰어링 차량들 모두 예외 없이 친환경 라벨을 부착해야만 통행 가능하다.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 덕분에 시행 첫 달 만에 마드리드 도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4.2%나 감소하며 10년 만에 가장 낮은 대 기 오염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만난 에린 씨는 “도심 내에서 이동할 때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불편함이 따르지만, 환경을 살리는 좋은 시도”라며 정책에 공감을 표했다. 한편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의 통행 제한 범위는 마드리드 모든 지역으로 점진 확대 중이다.

 

차량 통제된 보행자전용거리

▲솔광장 인근 보행자전용거리의 모습 (사진=유상하 기자.)
▲솔광장 인근 보행자전용거리의 모습 (사진=유상하 기자.)

마드리드 도로를 걷다 보면 보행자전용거리 표지판을 골목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또한 마드리드의 공기질 개선을 위한 노력 중 하나다. 특히 마드리드 최고의 번화가인 왕복 6차로 ‘그란비아 거리’는 대표적인 보행자전용거리다. 직접 살펴본 보행자전용거리에는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 수단만 진입이 가능했으며 쓰레기 수거 차량 진입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곤 차량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됐다. 그란비아 거리에 방문한 수많은 관광객이 차량 통행에 구애받지 않은 채 안전하게 마드리드 도심을 직접 걸으며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행자전용거리 확대 정책을 통해 그란비아 거리는 정책 시행 3년 동안 대기 오염도가 약 25% 낮아졌으며, 높아진 쾌적함 덕분에 마드리드 도심 상점과 음식점 매출도 9.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드리드시는 보행 공간 확대에 주력해 그란비아 거리와 같은 카프리(car free) 공 간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공공자전거 서비스의 확대

▲마드리드 곳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공자전거‘Bicimad 대여소 (사진=박형준 기자.)

마드리드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도 장려한다. 마드리드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 는 공공자전거 ‘Bicimad’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따릉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누구나 손쉽게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마드리드는 도심 내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30분의 이용 시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마드리드 중심가에 위치한 레티로 공원 주변 Bicimad 대여소에서 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여행객들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택시 대신 이용해 봤는데, 직접 마드리드 시내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전했다. 또한 마드리드는 마드리드 360 계획의 일환으로 시민의 자전거 이용을 늘리기 위해 2030년까지 10,000대의 자전거를 추가해 모든 지역에서 해당 서비스를 활성화할 것을 발표했다. 그 밖에도 전기 스쿠터와 전기 오토바이의 활용 권장을 위한 여러 장려책도 운영 중이다.

한편 마드리드에서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자전거 주행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의 차선을 차량과 자전거가 공유하는 모습이 마드리드 곳곳에서 쉽게 보였다. 마드리드 내에서 일반적인 공유차선은 속도가 30km/ h로 제한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마드리드 거리의 80%에는 시속 30km으로 제한되는 차선이 하나 이상 설치돼 있다.

 

청정차량으로 운영되는 버스들

▲마드리드 교통공사 EMT Madrid는 자사의 모든 운용 버스를 청정차량으로 교체했다 (사진=유상하 기자.)
▲마드리드 교통공사 EMT Madrid는 자사의 모든 운용 버스를 청정차량으로 교체했다 (사진=유상하 기자.)

마드리드 내에서 운영 중인 버스들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마드리드시의 정책을 살펴볼 수 있었다. 마드리드 교통공사 EMT Madrid는 마드리드의 대기 오염을 막기 위해 2022년 12월을 끝으로 디젤 버스 운영을 모두 종료시켰다. 대신 모든 버스를 100% 청정차량 인 압축 천연가스 버스와 전기 버스로 교체했다. 현재는 1,915대의 압축 천연가스 버스와 180대의 전기 버스가 마드리드 내에서 운영 중이며 교통공사는 예산 확대를 통해 무공해 차량의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밖에도 제로 라인 001: 아토차-몽클로아 등 100% 전기 버 스로 운행하는 특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한 공기를 되찾은 마드리드

마드리드에서 시행된 각종 친환경 교통 정책 덕분에 지난해 마드리드의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36마이크로그램(μg/m3)으로 감소하는 등 긍정적 결실을 이뤄냈 다. 이는 마드리드 사상 최저 수준이자 2년 연속으로 유럽 대기질 지침(40μg/m3)을 준수하는 수치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해당 지침의 한도를 초과하던 마드리드에는 굉장한 변화로 볼 수 있다. 마드리드 시의회는 마드리 드 360 계획으로 도시가 대기 오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건강한 공기를 되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경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관심을 묻는 질문에 현대자동차 스페인 지부 전기화 제품 매니저 하비에르 씨는 “때때로 환경적인 문제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스페인 사람들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다양한 측면에서 민감성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친환경 교통 정책 시행의 불편함

▲자전거 이용객이 차량들 사이 공유차선을 통해 주행하는 모습 (사진=유상하 기자.)

그러나 마드리드의 친환경 교통 정책 시행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의 경우, 친환경 라벨에 따라 규제 내용이 복잡하고 예외 사항이 많아 혼란을 빚고 있다. ▲제로 등급과 ▲에코 등급은 구역 내 진입과 주차가 자유롭지만 ▲C등급 및 ▲B등급은 공공 주차장, 개인 차고에 주차하는 경우에만 해당 지역에 접근할 수 있는 식이다. 더불어 거주민 승인 게스트 차량, 거동불편자 차량, 필수 또는 전문 서비스 차량, 학부모 차량 등 예외적으로 진입이 허가되는 경우를 두고 있어, 규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진입 규제 구역 및 보행자 전용 도로의 확대가 승용차 이용객의 불편함도 키우고 있다.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인터뷰에 응해 준 마드리드 거주 알폰소 씨는 “환경을 생각하는 정책의 뜻은 이해한다”면서도 “아이를 데리고 승용차로 이동할 때 종종 불편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일부 시민은 친환경 자동차로의 대전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2021년 마드리드 폴리테크닉대학 교통연 구센터의 논문에 따르면 응답자 1,300명의 마드리드 시민 가운데 23.8%가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 중 46.1%가 개인 차량 갱신을 위한 재정 지원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정책은 친환경 자동차 이용을 권장하지만,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Cuatro Caminos역에서 만난 마리아 씨 는 “전기차 이용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지만, 이를 구매하기에는 아직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Bicimad’를 애용하는 파울라 씨 (사진=해외취재단.)
▲‘Bicimad’를 애용하는 파울라 씨 (사진=해외취재단.)

마드리드 공유차선 내에서의 자전거 사고 위험성이 크 다는 지적도 있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도로를 같이 쓸뿐 더러, 차선과 차선 사이에 위치해 있던 공유차선의 모습은 육안으로도 사고 위험성이 커 보였다. 실제로 사고 공유차선에서의 많은 자동차가 시속 30km 속도 제한을 준수하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벌금도 충분히 부과되지 않고 있다는 자료도 있다. 스페인의 디지털 신문 El Confidencial이 마드리드 공유차선에서의 자동차 속도를 직접 측정한 결과, 확인 차량 중 30km/ h 미만으로 주행한 차량은 없었으며, 가장 일반적인 범위는 42~55km/h였다. 또한 이날 단 3시간 만에 제한 속도를 어긴 차량 수가 2019년도 벌금 집행 기록이었던 1,100 건을 넘어섰다. 과속자에 대한 단속이 정확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통계적으로 마드리드 공유차선에서는 6년 동안(15-21년) 하루 평균 1.1건의 벌금만 부과됐으며, 이는 시에 과속으로 부과된 총벌금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매일 마드리드에서 자전거를 이용한다는 파울라 씨는 “마드리드에 자전거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는 것은 맞다” 고 말하면서도 “때때로 공유차선, 혹은 차량 옆에서 자전거를 주행하면 사고가 날까 봐 덜컥 무섭기도 하다”는 우려를 덧붙였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한 친환경 딜레마

이처럼 친환경 정책은 지자체와 시민에게 불가피한 불편과 경제적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환경과 자유 사이, 이른바 친환경 딜레마다.

2019년 마드리드 시장으로 새로 부임한 호세 루이스 마 르티네스-알메이다는 전임 시장의 정책이었던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을 보류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마드리드 센트럴보다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며 ‘시민의 이동성 요구에 부합하는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런 정책 보류는 그린피스 등 환경 단체의 반발로 이어졌고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그해 7월 법원이 복원 명령을 내리면서 비로소 마드리드 센트럴 정책은 다시 시행될 수 있었다. 당시 재판장 D. 헤수스 토레스 마르티네스는 판결하며 “마드리드의 건강이 자동차로 여행할 권리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드리드 알무데나 대성당의 모습 (사진=박형준 기자.)

환경을 생각하면 내게로 불편이 돌아오는 친환경 딜레마 속에서 단순히 시민들에게 불편을 감수하라는 주먹구구식 정책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민의 동참을 이끌기 어렵다.

이에 유럽 최악의 대기 오염 도시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발전한 마드리드의 사례는 여러 국가가 좋은 본보기로 삼을만하다. 친환경 정책의 시행으로 마드리드 시민들이 여러 불편을 겪기도 했으나, 이들의 성공은 시민들의 친환경 의식과 행정당국의 노력이 합쳐져 얻은 결과였다. 마드리드 시의회는 마드리드 360이라는 구체적인 정책안을 들어 개선의 방향성을 명확히 수립했다. 이와 함께 정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지원, 특히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중교통 등 공공 서비스를 확충했다. 무엇보다 마드리드에서 해외취재단이 직접 만나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겪는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환경 정책의 뜻을 이해하고 이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마침내 기후 위기의 문턱에 선 지금, 환경 정책의 불편과 실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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