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short-form), 10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
스마트폰 보급과 제작 용이성으로 시장 확대
기존 문자 매체와 멀어지는 것 경계해야

▲글로벌 여행 캠페인 틱톡 트래블 (사진제공=TikTok.) 

짧아진 콘텐츠, 숏폼(short-form)

‘숏폼’은 짧다라는 뜻의 영단어 ‘숏(short)’과 형식을 뜻하는 ‘폼(form)’의 합성어다. 즉, 숏폼은 글자 그대로 10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뜻한다. 이 같은 숏폼 콘텐츠는 동영상 소비 패턴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메조미디어’는 기업의 광고 및 홍보용 영상 길이가 2016년 이후 점차 줄고 있으며 2분 이하의 영상이 전체의 73%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에는 ‘틱톡(TikTok)’이 큰 역할을 했다. 틱톡은 2016년 중국 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선보인 숏폼 콘텐츠 플랫폼이다. 지난해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기성 플랫폼을 제치고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2위를 달성했다. 또한 틱톡은 전체 이용자 중 51%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불리는 10~20대가 차지하고 있다. 각종 기업, 기관, 연예인들은 잠재적 구매력을 갖춘 MZ세대를 포섭하기 위해 틱톡을 통한 각종 챌린지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챌린지는 간단한 동작이나 춤을 따라하는 영상을 이용자들이 업로드 하고 공유함으로써 대중들 사이에서 상품이나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가수 지코는 ‘아무노래 챌린지’, 제시는 ‘눈누난나 챌린지’로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이 밖에도 ‘농심’, ‘SK텔레콤’ 등 다양한 기업이 틱톡 챌린지를 진행했으며 서울관광재단이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서울여행 챌린지’는 2억 조회 수를 기록하며 틱톡 마케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어디서나 간편하게 핵심만

숏폼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있다. 이전에는 콘텐츠를 TV를 통해 정해진 시간에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보급으로 외부에서도 자유롭게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더해 ‘LTE’, ‘5G’와 같은 무선 통신기술의 발달은 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지하철, 버스 등 어디서나 수시로 영상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간편하게, 틈틈이 볼 수 있는 숏폼이 주목받게 됐다.

더불어 많아진 정보량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긴 글과 영상에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짧은 시간 내에 핵심적인 정보만을 얻고자 한다. 실제로 대학생 A 씨는 “평소에 영화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볼 시간이 없어서 유튜브에 있는 요약 영상을 즐겨본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대학생 B 씨는 “집에 TV가 있지만 잘 보지 않는다. 예능이나 드라마도 프로그램 전체를 보지 않고 짧게 편집된 것을 주로 본다”며 숏폼 콘텐츠 이용 이유를 밝혔다.

제작과 공유의 용이성도 숏폼 콘텐츠 보급에 한 몫 했다. 숏폼 콘텐츠는 분량과 내용의 제약이 적어 특별한 장비나 기술이 없이도 촬영 및 편집이 가능하다. 숏폼 콘텐츠 플랫폼에는 간단한 영상 편집기능이 포함돼 있다. 또한 ‘키네마스터’, ‘VLLO’와 같은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손쉽게 배경음악을 삽입하거나 특수효과를 부여하는 등의 편집이 가능하다. 만들어진 짧은 영상들은 터치 한 번으로 공유된다. 

확대된 숏폼 플랫폼·콘텐츠 시장

▲일러스트=신정민 수습기자.
▲일러스트=신정민 수습기자.

이처럼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의 플랫폼 기업들은 속속들이 숏폼에 맞춘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를 출시하고 있다. 2월 페이스북은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들이 15초짜리 영상을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는 ‘릴스(Reels)’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하고 있다. 릴스는 이미 10억 명의 기존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확보했다. 유튜브는 이와 유사한 기능의 ‘유튜브 쇼츠’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장편의 콘텐츠를 1분 길이의 짧은 영상으로 보여주는 ‘패스트 래프(fast laughs)’ 서비스를 시작했다.

숏폼을 위한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함과 동시에 콘텐츠 역시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11년째 방송 중인 SBS 동물 프로그램 ‘동물농장’이 숏폼 콘텐츠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동물농장은 유튜브와 네이버TV에서 ‘애니멀봐’라는 이름의 채널로 5분 내외의 숏폼 영상을 업로드 하고 있다. 3월 14일 기준 구독자는 382만 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MBC, TVN, JTBC 등 방송사들이 이 같은 숏폼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존 TV 프로그램 역시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방송된 tvn의 ‘금요일 금요일 밤에’는 10분 남짓의 짧은 영상 6개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해 방송했으며 지난 12일에는 ‘출장 십오야’라는 새로운 숏폼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 밖에도 1회 분량이 15~20분 남짓 되는 짧은 드라마인 ‘웹드라마’의 흥행 역시 숏폼 콘텐츠로의 전환 사례로 볼 수 있다.

숏폼 콘텐츠, 앞으로의 전망은?

숏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숏폼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는‘방송영상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서 기존 중·장편 콘텐츠에 더불어 정식 분야로 선정돼 국가적 지원을 받고 있다. 지원금은 총 21억 5,000만 원 규모로 작품당 지원금은 지난해 보다 약 4,000만 원이 늘어난 1억 9,000만 원이다.

숏폼 플랫폼 및 콘텐츠 시장의 경쟁 또한 갈수록 치열해질 예정이다.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서찬석 교수는 “Z세대로 지칭되는 밀레니얼 세대는 콘텐츠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만들고, 재생산하고, 변형하는 전파자가 되고자 한다”라며 콘텐츠의 생산과 변형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 교수는 “다양한 정보가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대중들의 시선을 짧은 시간에 사로잡기 위한 숏폼 시장의 성장은 불가피하다”라며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Z세대가 사회 전면에 나서게 되면서 소셜 미디어 뿐 아니라 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라며 숏폼의 지속적 확장과 변화를 예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숏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 교수는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져 기존 롱폼 콘텐츠의 긴 호흡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과거로부터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축적된 문자매체와 멀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며 현대사회의 흐름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자 매체를 비롯한 기존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