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홍김동전>의 가장 큰 포맷은 무작위성에 있다. 출연자들이 놓여질 환경과 다음 행동은 동전 던지기로 모두 결정된다. 이 동전 던지기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있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인간의 선택이 과연 주체적일 수 있는가?에 관한 물음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 선택의 총체성을 상징하는 환경은 정말 스스로 불러온 재앙인지, 사회적으로 약속된 무의식적인 선택으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상황 자체가 태어날 때 그저 펼쳐진 것인지에 관해 사유하게 한다. 특히 홍김동전 15, 16화의 수저게임은 고정된 상황에서 시작된 무작위와 행동하는 인간은 어떤 상황을 형성해 가는지 관찰할 수 있다.

  15화에서 등장한 수저게임의 규칙은 이렇다. 방은 무수저방, 흙수저방, 동수저방, 은수저방, 금수저방으로 구성돼 있다. 각 출연자에게 지정된 수저방이 할당되고 방마다 차등으로 동전 개수가 부여된다. 동전은 플레이어가 공부, 노동, 투자, 대출을 통해 벌어들일 수 있다. 동전은 플레이어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속한 방에 귀속된다. 벌어들인 동전 또한 마찬가지다. 게임의 승리자는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가장 많은 동전을 모으는 사람이다. 각 수저에 해당되는 방으로 출연자가 각각 들어간다. 금수저를 제외한 방에서는 매달 월세를 낸다. 이 월세는 금수저 방으로 지불된다. 출연자들은 이 동전으로 실제 음식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수저 재배치권이다. 이 수저 재배치권은 동전 10개를 지불하면 방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특별한 지점은 동전을 지불하고,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이 나와야만 방을 바꿀 수 있는 원리가 발동한다는 것이다. 이 설정은 인간이 상황을 반전하고 싶을 때,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하는 순간의 속성을 잘 포착하고 있다. 인간에게 동전 10개를 모으는 노력은 노동을 지속하는 성실함에서 비롯되지만, 계급의 이동은 온전히 노력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동전 앞면이 나오는 것과 같은 우연, 운 또한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 중, 수저재배치권이 처음으로 발효된 것이 무수저방이다. 이 양상은 인간에게 행동과 기회비용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했다. 애초에 동전이 0원이었기 때문에 무수저 방의 경우,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금수저를 제외한 다른 방은 각자 지정된 동전의 개수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키는 수저재배치권은 기회비용을 발생시켜 행동과 선택이기 때문에 행동 자체가 상대적으로 지연된다.

  수저게임에서 소비화한 항목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이 게임에서 동전을 지불하여 얻는 권리는 앞서 언급한 수저재배치권만 아니라,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는 황금카드 뽑기, 다른 방을 염탐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3분 대화권 등이 있다. 황금카드 뽑기의 가격은 동전 5개인데 가격 책정 또한 인상적이다. 황금 카드의 경우, 패널티 카드와 이득을 주는 카드가 모두 섞여 있다. 수저재배치권의 절반 가격인 이 서비스는 제대로된, 확실한 수저 재배치권의 지불을 지연하고 반값의 행운이라는 불확실한 선택을 부추긴다. (실제 해당 플레이어들은 동전 5개를 지불하고 패널티 카드를 연속해서 뽑았다.)

  이 게임의 최종 1위는 은수저방과 2위는 무수저방이다. 이 스코어는 펼쳐진 상황, 무작위적인 선택의 연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들에 관해 되돌아보게 된다. 성과를 이뤄낸 상위권 스코어의 플레이어들은 타인을 배제하지 않고 “신뢰”와 “협업”을 이루어낸다. 방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금수저방의 플레이어는 협업할만한 상대를 물색하고, 무수저방에 있던 플레이어는 처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짠다. 그 전략에는 반드시 조력자와의 협업이 필요했다. 무수저방 플레이어는 조력자가 될 수 있는 금수저방 플레이어에게 양측 모두의 이익이라는 점과 당신이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두 가지 지점을 강조하며 영리하게 설득한다. 로고스적, 파토스적 설득, 두 측면을 모두 사용한 것이다. 그 설득을 “신뢰”한 금수저방 플레이어는 협업을 수락한다. 그리고 그들은 상위권 플레이어로 게임을 종료한다.

  게임 종료 마지막 5분 전에 일어난 이 모든 일은 인간에게 성취 혹은 승리에 있어 어떤 요소들이 작용하는지 잘 드러난다. “협업”, “전략”, “설득”, “신뢰”가 인간이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 중 몇몇인 것이다.

  예능 <홍김동전>의 수저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물성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개인의 현재를 이루는 환경, 선택들이 사실상 어떤 무작위성에서 비롯되고 있으나 그 와중 인간의 행동, 움직임, 사고는 판도를 뒤집을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예능의 형식으로 나타낸다. 첨예한 시선과 비교가 오갈 수밖에 없는 자유주의 논리의 사회에서 인간이 취할수 있는 최고의 자세는 움직이고 생각하고 평평한 비관에 빠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한, 움직이는 한, 상황과 사람, 기회를 만나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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