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Pixa bay  

   자연이나 생물의 다양한 구조와 기능을 모사해 공학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문을 자연 또는 생체 모방 공학(Biomimetics)이라고 부른다.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환경에 적응 및 진화한 생명체의 최적화된 구조, 형태, 기능 등에 영감을 얻어 당면한 공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는 가장 강하고 질긴 물질 중에 하나로 거미줄이 있다. 거미줄은 외부의 충격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인성(toughness)이라는 물리량이 높은데, 이런 거미줄의 특성은 그 미세구조에서 비밀을 찾을 수 있다. 이는 단단하고 딱딱한 판상형태인 알라닌과 비교적 부드러운 선형형태인 글라이신이 공존하면서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거미줄의 미세구조를 흉내내어 인성값이 매우 뛰어난 섬유를 만드는 연구가 최근 많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나노 미터 (10-9m) 스케일의 탄소나노튜브 또는 그래핀과 같은 신소재를 활용해 거미줄의 모양을 흉내냄으로써, 매우 강하고 질긴 섬유가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한양대학교 김선정 교수 연구팀에 의해 보고되었다. 이러한 고성능 섬유는 인성값이 대략 1000J/g 로써 현재 방탄복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케블라 (78J/g) 보다 매우 높아 향후 방탄복 원료로 사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접착제들은 대개 물이나 습도에 취약하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테이프에 물이 들어가면 접착력이 약해져서 떨어지는 경험들을 자주 하게 된다. 그렇다면 바닷 속에 사는 문어는 어떻게 강한 접착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성균관대학교 방창현 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빨판이 물속에서도 강한 접착력을 유지하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응용해 새로운 접착필름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문어의 흡착판은 내부에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물속에서 미세한 진공을 발생시키는 물리적인 원리를 유도함으로써 물속에서도 접착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러한 신개념 접착판은 기존 화학물질 기반의 접착 패치의 단점을 극복함으로써 인체의 피부, 장기 등에 접착해 활용할 수 있는 신개념 웨어러블 산업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DNA에는 모든 생명체의 정보가 담겨져 있는데 그 정보량이 방대하다. 염색체는 이러한 DNA 정보를 압축해서 저장하고 있는데, 인체에 저장된 DNA를 풀어내면 명왕성까지 닿는 거리라고 한다. 염색체는 어떻게 이렇게 방대한 양의 DNA를 그 작은 세포핵 안에 저장하도록 하는 것일까? 1960년대 영국의 생물학자 프랜시스 크릭, 미국의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이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혀낸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만, 여전히 과학자들은 긴 DNA가 어떻게 자신의 형태를 최대한 압축해 세포핵 안에서 작용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최근, 클로다흐 오쉬 미국 솔크대 교수팀은 DNA의 표면을 금속 입자로 염색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유사분열 중인 세포 속 DNA의 구조를 고성능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써 분열 중인 세포 속 DNA의 모습을 관찰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압축 원리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관찰할 수 있는 스프링 또는 코일 모양에 있는데, DNA는 자신의 몸체를 이러한 코일 구조가 여러 번 중첩돼 접히는 슈퍼코일 구조가 되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길이 저장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DNA의 우수하고 독창적인 꼬임 및 접힘 구조를 공학적으로 흉내낼 순 없을까? 동국대학교 최창순 교수 연구팀(필자)에서는 탄소나노튜브 실을 활용해 최초로 DNA의 구조를 모사한 2차 슈퍼코일 구조를 보고한 바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기계적으로도 강할 뿐 만 아니라 전기전도성이 우수한 신소재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가 코팅된 섬유에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꼬임을 인가함으로써 슈퍼코일 구조를 성공적으로 구현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슈퍼코일 섬유는 길이 압축률이 뛰어날 뿐 만 아니라 늘어날 수 있는 신축성 특성도 우수한데, 본래 섬유 길이의 최대 11배가 늘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동안에도 전기전도성이 거의 변하지 않는 특성을 나타냈다. 이는 일반적으로 전기가 잘 통해 전도성이 좋은 금속 물질들 (구리, 철, 은 등) 이 잘 늘어나지 않는다는 성질에 대비해, 슈퍼코일 구조에서 기인되는 매우 독특하고 특이한 성질이다. 이와 같이 공학적으로 최초로 구현된 슈퍼코일 구조는 인공근육,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과 생명체는 한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국내외 수많은 과학자들도 이러한 자연과 생명체의 비밀을 풀고, 나아가 이를 활용해 공학적인 난제를 해결하고자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최근 나노과학기술의 발전에 힘 입어 다양한 신소재가 보고되고 있으1며 이러한 신소재를 생체모방공학에 활용함으로써 인류의 삶이 더욱 윤택해지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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