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인 돈스파이크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처럼 언젠가부터 마약은 하루가 멀다 하고 사회면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마약 관련 언론보도를 분석해 보면 마약류 투약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밀수입되는 마약류도 증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법으로 투약자에게 공급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결국 독자들의 구미에 당기는 뉴스가 대부분이고, 마약류 투약의 동기와 마약류 범죄의 해결 방안을 다룬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자랑스럽게 누렸지만, 1999년 전체 마약류 사범이 처음으로 1만 명 선을 넘어섰고, 2021년 인구 10만 명당 검거된 마약류 범죄자 수는 3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1970년대-1980년대 마약류 투약자는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었지만, 1990년대를 지나면서 농민, 노동자, 회사원, 의료인, 주부, 학생, 선원 등 거의 모든 계층에 걸쳐 마약류 투약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 10대를 비롯한 청년 마약 사범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고, 마약 거래가 온라인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수사당국에 따르면 농어촌과 공장 등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에 따라 동남아에서 마약류 밀수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투약자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마초가 주류였던 마약류의 종류도 필로폰에 카페인 등을 혼합한 야바(‘미친 약’이란 뜻), 엑스터시 등 중독성이 강한 약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약류는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반인은 흔히 오․남용되는 모든 약물을 ‘마약’ 또는 ‘마약류’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보통은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을 총칭하는 의미로 혼용돼 왔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마약’과 ‘마약류’는 서로 구별되는 개념이다. ‘마약’이란 앵속·아편 및 그 제제와 이에 유사한 약리작용 및 중독 작용이 있는 약물을 말하며, ‘마약류’란 마약을 포함하여 대마,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일컫는 개념으로 마약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약물(drug)’이란 용어는 엄격하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식품 이외의 물질로서 그 화학적 성질에 의하여 생명체의 구조 또는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일체의 물질(substance)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의에 따르면 약물이란 ①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②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③ 금단증상 등이 나타나고 ④개인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사회에도 해를 끼치는 약물을 말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마약류”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라고 법률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마약류 범죄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범죄를 총칭하는 의미로서 마약 사범, 대마 사범, 향정신성의약품 사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마약류 사범에 대한 수사기록을 보면 마약류를 남용하는 동기는 천차만별이다. 환각효과를 즐기기 위해서, 향락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심지어는 피로회복이나 체력유지를 위해서 마약류를 복용하기도 한다. 진통이나 치료효과를 기대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에 앞서 불안감을 제거하기 위해서 마약류를 복용하는 사례도 있다. 마약류 남용 동기가 다양한 것을 보면 마약류를 남용하는 사람이 날로 증가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마약류 남용자 가운데 상당수가 마약류의 위험성이나 해악성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대다수는 마약류를 인체에 해로운 약물로 간주하기보다는 잘만 이용하면 삶의 보람을 증대시키고 하루하루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이로운 물질로 인식하기도 한다.

   마약류 범죄는 쉽게 근절되지 않는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마약류 범죄의 해결방안은 다양한 각도에서 추진돼야 한다. 마약류 공급을 억제하고 수요를 통제하는 방법을 병행하여 마약류 유통을 차단하고, 마약류 남용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치료 및 재활대책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마약류 공급을 꾸준히 억제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안전한 편이었다. 그런데 관세청의 마약밀수 단속량이 2017년 69.1kg에서 2021년 1272.5kg으로 18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국제 마약조직은 단속을 피해 전 세계로 마약을 유통하고 있으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발달로 다양한 계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약이 한국에 공급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 국가의 노력만으론 막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경 없는 마약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국가 간 긴밀한 협력과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유입 차단이 필요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마약 재범자 중 3년 이내 재검거 비율은 80%를 넘어섰다는 사실은 한번 마약에 손을 대면 끊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마약류 중독자에 대해서 처벌보다는 적절한 치료를 통하여 마약류를 끊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마약류 중독자들의 치료는 약물에 대한 신체적 의존 못지않게 정신적 의존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마약류 치료 및 재활에 성공한 사람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강도 높은 재활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약물남용으로부터 성공적으로 회복된 사람들과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서로를 격려해 마약류 남용 극복에 대한 강력한 희망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게 해야 한다.

   마약류 남용예방 및 재범방지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마약류의 오·남용자는 투약의 방법은 알지만 마약류와 단절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마약류 중독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대해서도 정기적이며 지속적으로 마약류 범죄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방송매체와 강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마약류의 오·남용으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폐해와 사회적 비용부담의 증대 등 마약류의 폐해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마약류 중독자는 재범방지, 일반인은 마약류를 오·남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약류 공급을 꾸준히 통제하고 있지만, 마약류 투약자가 없어지지 않고 약물을 시작하는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아동기부터 약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약물예방교육이 매우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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