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다음 영화  

   2021년 10월 북한에서는 “인민 경제 부문별, 직종별 기능공 경기대회 2021, 직포공, 정방공 경기”가 24일부터 29일까지 김정숙 평양방직공장에서 진행되었다.

   직포공은 실을 직조하여 천을 만드는 노동자이며, 정방공은 기계로 실을 뽑는 일을 하는 노동자를 지칭한다. 여러 공장에서 선발된 우수한 기능공이 참여하여 작업의 속도와 만들어진 제품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엄정한 심사를 받았는데 직포공 경기에서는 신의주 방직공장이, 정방공경기에서는 김정숙 평양 방직공장이 1등을 차지하며 우승컵과 상장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다음 달 11월 2일에는 열심히 일한 결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남한의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방직공장 여성 노동자의 인터뷰가 소개되었다. 

   평범한 노동자가 열심히 일을 하고 그것을 지켜본 공동체로부터 인정받는 것은 북한에서 오랫동안 지속해 온 규범적 약속이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다.

   1963년 영화 <정방공>은 방직공장 노동자 정춘실의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이다. 주인공 옥림은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며 주제곡 <천리마 선구자의 노래>을 부르며 기계 사이를 힘차게 걷는다. 그녀의 열정은 노력 영웅 칭호를 받고, 공장의 지배인을 맡게 되며, 나아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에 선출되어 국가와 인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결과로 보답 받는다.<정방공>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고, 이러한 메시지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여러 영화와 결을 같이 한다. 

   그러나 북한의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와 북한 여성 노동자의 꿈은 외부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016년 영화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은 북한에서 촬영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독일귀화인 조성형 감독의 작품으로 북한의 협조 하에 촬영된 다큐멘터리이다. 감독은 원산의 방직공장에 찾아가 이들이 노동하는 현장을 관찰하고 공장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노동자와 바다에서 대화를 나눈다. “당신이 꿈은 무엇인가요.” 

   노동자는 수줍지만 당당하게 북한인민에게 아름답고 훌륭한 옷을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감독은 이 대답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영화에 삽입하지는 않지만, 이 여성 노동자의 꿈은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여러 북한사람의 말과 마찬가지로 슬프고 애잔하게 다뤄진다.

   영화의 마지막은 환한 영정 사진과 어두운 주의 장면으로 끝나는데, 이런 연출에 대해 조성형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사람들 좋은 것만 보여주면 그 뒤에 있는 시스템은 못 본다. 관객이 그 시스템의 어두운 이면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인민의 꿈에서 아무런 자유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토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북한 사람을, 그들의 말을 “믿을 수 있는 것인지”의 대상으로 다루고, 결국에는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존재”로 표상하는 우리의 습관을 드러낸다. 마치 북한의 사람은, 여성은, 노동자는 꿈을 꿀 수도 없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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