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상반기 박사학위논문 리뷰

 
 
  △ 사진출처 : WilliamFaulkner.com  

   포크너 작품은 젠더의 대비가 뚜렷하다. 남성들은 주로 성적 불능자이거나 정신이 메마른 자로 등장하는 반면, 여성들은 금기를 무너뜨리고 욕망을 추구하는 리비도(Libido)의 화신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까닭에 페미니즘 비평이 포크너 작품을 균형 있게 분석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중요시됐다. 그러나 페미니즘 비평은 포크너의 여성상을 주로 혐오와 숭배의 이원론적 관점으로 연구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김기현의 논문 「포크너 작품의 여성 주체성에 관한 연구 : 탈코드적 주체성에서 횡단적 주체성으로」는 페미니즘 비평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들뢰즈의 ‘탈영토화’ 개념과 욕망이론으로 포크너 여성 인물들을 다룬다. 저자가 들뢰즈 개념을 활용한 이유는 고정된 이미지와 침묵을 강요받는 여성을 주체적 여성으로 복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포크너가 생성한 이미지들을 치밀한 상호 맥락성과 다원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작품 속 여성들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복합적 이미지로 파악한다. 그는 여성 인물들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기 위해 들뢰즈의 ‘-되기’ 개념의 전복적 잠재성에 주목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되기와 소수자-되기는 여성 읽기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탈주, 탈영토화, 탈코드화, 유목적 여성 주체성은 성별의 이분법을 넘어 ‘분자적 여성’이 되는 과정에 필수적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여성을 억압하는 과정에 욕망이 배치되며, 여성은 욕망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탈주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저자는 우선 작품 배경인 미국 남부지역에서 여성들의 욕망을 억압하기 위해 욕망이 어떻게 배치되는 지를 파악한다. 남부가 가진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여성의 억압 기제를 정리한다. 더 나아가 여성의 억압이 포크너 여성을 정형화할 수 없음을 논의한다.

   이어 저자는 탈코드화, 유목적, 횡단적 주체성을 가진 여성 등장인물들을 분석한다. 탈코드적 여성 주체성은 코드화된 억압 기제에서 벗어나는 분열적 움직임으로서 가부장제에 전복적 힘을 발생시킨다. 유목적 여성 주체성은 오이디푸스적 공간인 가부장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대와 공간을 벗어나 탈영토화하는 주체성을 말한다. 유목적은 만남과 해체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무리의 특징으로서, 차이 그 자체의 전복성을 의미한다. 횡단적 여성 주체성은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경계를 가로지르는 리비도의 발현으로, 젠더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성애 중심과 남성 중심주의에서 탈피한다. 이로써 여성은 자신의 영역뿐만 아니라 타자의 영역까지 침탈하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포크너 작품 속 여성들이 받는 모든 억압 구조를 뛰어넘는 리비도의 분출을 보여준다. 포크너 작품 속 탈영토화는 여성들에게 주어진 상상력의 범위를 넘어선다. 종교적 관습으로부터의 이탈을 위해 목사와 혼외정사를 벌이는 여성 인물은 종교와 무관한 욕망의 추구를 보여준다. 흑백혼교 금지에 대한 도전으로 흑인과의 결혼을 불사하고 ‘흑인-되기’의 형태로서 탈영토화하는 인물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근친상간의 금기에도 억압받지 않는 인물도 등장한다. 여성 인물들은 출산으로 남성들에게 종속되거나 착취당하는 이미지에서 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혼전 임신을 한 뒤 그 사실을 감춘 채 결혼하고 이혼하기도 하며, 아기의 출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유목적 여정을 만들어 간다.

   결과적으로 포크너 작품 속 여성들은 기존의 이분법적 질서로부터 끊임없이 탈주한다. 남성, 이성애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 비(非)이성애 중심적 주체성을 드러내며, 보이는 욕망의 추구로 인한 탈영토화는 가부장제와 백인 중심주의가 파생하는 수많은 코드를 전복시킨다. 즉 논문은 포크너 여성들을 들뢰즈의 탈영토화 개념과 욕망이론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인물들이 결핍으로 인한 욕망이 아닌 생성의 욕망을 추구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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