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 존폐 논란에 관하여

 
 
  △ 성균관대 총여 폐지 총투표 보이콧 기자회견 현장.  

   2018년 10월 15일, 연장 투표일을 포함한 4일간의 총투표 끝에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캠퍼스 총여학생회를 폐지한다’ 안건이 가결되었다. 올해 초, 남정숙 교수님의 미투 폭로 이후  학우들은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재건하고자 의기투합했다. 하지만 돌아온 학생사회의 답은 ‘총여학생회의 폐지’였다.   투쟁을 하며 가장 많이 부딪힌 반론은 ‘여학생만의 권리를 보호하는 학생회가 필요한가’였다.  재건을 논하는 단계부터 이 지적을 예상하고 있었던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여’학생회의 모습으로서 학내 소수자정치를 실현시키고자 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총여학생회가 아닌 소수자위원회나 인권위원회로 대체하면 된다는 주장은 마치 여성주의가 아닌 ‘이퀄리즘’이 옳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한 학우들이 진심으로 총여로 인해 배제될 다른 소수자들을 고려하였는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현재 여성주의의 백래시로 나타나고 있는 ‘이퀄리즘’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현실을 지우는 문제를 갖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한다고 분석하였다. 우리가 총여학생회를 고수한 이유는 여전히 학내에는 ‘성’차별이 명백히 존재하고, 수적 평등이나 제도적 평등이 실질적인 성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의 우려처럼 우리는 이름이 총‘여’학생회라고 하여 학적부상 여성들만을 위한 학생회를 구상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약자성 안에서도 수많은 정체성이 존재함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총여학생회의 이름으로 학내 존재하는 성소수자,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현할 계획이었다. 민주노총 트위터 관리자의 말을 빌리면, 사회의 주변부에 있는 존재들이 ‘연대’의 이름으로 서로를 보살피고 함께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회칙 상 명시되어있는 소수자를 위한 자치기구가 총여학생회였기 때문에, 다른 기구를 건설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이라는 방법론적인 이유 때문에 총여학생회라는 형태를 택했다.   하지만 성대 대표자들과 재학생들은 이러한 ‘오해’들을 소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총여학생회를 폐지하는 결론을 내었다. 다수결 원칙이 민주주의의 전부라고 여겨지는 사회에서,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총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선점한 순간 우리가 지적한 모든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현실들은 지워졌다. 현 사회의 주체와 객체가 누구인지, 보편으로부터 배제되어있는 계층이 누구인지와 같은 사회 구조적 통찰의 필요를 피력했지만,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반민주적인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민주주의를 수호한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이라는 여론으로 이번 투쟁은 마무리되었고 이에 상응하는 백래시는 총투표 이후 더 심화되었다.   이러한 투쟁 흐름은 중대한 시사점을 안겨주었다. 사유(思惟) 없이 절차만을 고수하는 것은 절대 중립이 될 수 없으며, 보편 세력의 정치는 스스로 의식하지 않으면 약자를 향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에 제기되는 반발을 그대로 수용하고 예상 가능한 결론으로 치닫게 하는 것이, 정말로 리더들이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는 방법일까? 남성중심사회, 이성애중심사회, 비장애인중심사회임을 간과한 한 표 행사가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칙을 준수한 총투표라고 하여, ‘총여학생회를 폐지한다’는 결과를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국민주권주의에서 ‘국민’은 누구를 칭하는 것인가. 이것이 우리가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가 총여 투쟁에서 보인 모든 행보들을 백래시(backlash)로 규정하는 이유다. 백래시는 절차적 공정성이나 민주성이라는 가면을 쓰기도 한다. 사회의 권력자가 이 무기를 휘두르면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낼 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을 인지하지 않은 채, 성균관대의 민주주의는 소수자정치에 대한 거센 혐오와 조롱이라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설 자리가 없는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불안정하고, 때로는 분노에 가득 차있기도 하다. 총여학생회라는 공식기구가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목소리는 더 비공식적이고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의 보편을 대변하는 정치만 존재하는 이상, 우리는 우리의 삶과 존엄을 위해 그 시끄러움을 ‘보편’으로 만들 것이다. 총여학생회 폐지는 우리가 더 열심히 싸워 나가야함을 반증하였고, 평등한 사회가 도래할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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