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6展

 
 
△백승우, <Framing From Within>, 2016.
     

 아카이브(archive)의 영역에 제한이 없어진 지는 오래다. 패션, 스포츠, 게임 등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아카이빙 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클릭 몇 번이면 된다. 이러한 지금, ‘훼손된 아카이브’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백승우의 작품은 눈에 띈다.

 백승우의 최근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전시되어 있다. <올해의 작가상> 展에는 현재 백승우를 비롯한 네 팀의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독창성을 발휘한다고 평가되는 작가 들이 선발되어 ‘올해의 작가상’을 두고 경쟁한다. 이번 연도에는 김을, 함경아, 믹스라이 스(조지은, 양철모), 백승우가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3일, 믹스라이스가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러나 수상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관심을 돌리기는 아직 이르다. 믹스라이스를 포함한 네 팀의 미술 작품들은 내년 1월 15일까지 계속 전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말했듯 네 팀 중 백승우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사진을 조작하고, 재가공하고, 재배열한다. 이로써 이미지를 재해석한다. <Framing From Within>, <Betweenless>, <Colorless>와 같은 작품들이 이를 잘 드러낸다. 백승우는 원본사진에서 얼핏 보면 지나칠 정도로 조그맣게 찍힌 사람을 발견하여 새로 프레임화해 모으거나(<Framing From Within>), 인물을 극도로 확대하여 윤곽선 등 최소한의 정보만 남겨 관객으로 하여금 인물의 정체성을 새로이 찾도록 넌지시 요구한다(<Betweenless>). 작가는 이 때 새로운 정체성을 탐색하는 관객에게 반드시 일정 부분 오류가 발생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사진은 시각, 판단을 표준화하는 매체임을 폭로하기 위해 신문 기사 사진의 평균명도를 기점으로 명도를 마음껏 조정하기도 한다 (<Colorless>). 그의 설명을 빌리자면 사진을 픽처(picture)로 재조정한다. 그는 스스로를 전통적 ‘포토그래퍼’ 개념에서 벗어난, 수많은 이미지들의 맥락을 지우고 새로이 분류하는 ‘픽처그래퍼’라고 지칭한다.

 
 
△백승우, <Betweenless>, 2016.
     

 백승우의 작업에 대해 미술관 측에서는 “기록과 증명이라는 사진의 지위는 훼손됐지만 사진의 기능을 넘어 작가의 직관적인 해석이 핵심 작용을 하는 훼손된 아카이브의 생성 과정을 새롭게 펼친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두 가지 의문을 남긴다.

 첫째로 절대성 대신 작가의 것이든 관객의 것이든 “직관적인 해석”을 놓았을 때 ‘절대성’이 완전히 소거되는가 하는 점이다. 인간의 ‘직관의 오류’는 알다시피 철학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이다. 이는 줄곧 칸트, 후설 등에 의해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는 유명한 발언도 이와 연관된다. 즉 대상을 직접적으로 인식하는 일이 ‘진정’ 가능한 것인 지는 불분명하다. 절대, 객관을 배제한 직관이라는 것은 어쩌면 환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둘째로 ‘Betweenless’, ‘Wholeness’와 같은 개념에 대한 사유가 “훼손된 아카이브의 생성”에 다다른다고 했을 때 “훼손된 아카이브”는 어떤 의미를 갖는 지가 궁금해진다. ‘직관’을 통해 생성한 파편(fragment)의 덩어리(whole)가 지금, 여기에서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우, <Colorless>, 2016.
     

 총체성(totality) 이후 전체성(wholeness) 에 대한 사유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미래파, 더는 그 이전부터 진중히 논의되어 왔다. 정리하자면 백승우 식으로 “훼손된 아카이브”라 지칭되는 전체성에 대한 지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 탐색이 시작점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을 픽처로 재조정하는 백승우의 “훼손된 아카 이브”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될 지는 아직 미 지수이다. 그러나 어느 방향을 향해 나아가든 그의 변화를 예견한, 지켜보는 관객들은 흥미롭지 않을까.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