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밭 - 이 우 성

아이들이 몸에 묻은 슬픔을 털어냅니다

아이들은 밭에 슬픔을 묻습니다

아이들은 종일 밭에 있습니다 슬픔을 묻고 다시 묻고 

그래도 슬픔이 너무 많아서

 

아이들은 어떻게 밭에 왔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밭이 뭔지 모르고

아이들은 모든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밭에서 슬픔이 자랍니다

슬픔이 다시 아이들의 몸에 붙습니다 

아이들은 계속 슬픔을 묻습니다

슬픔은 슬픔과 엉키고 

슬픔은 감정도 없이 울창하고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앉아서 

아이들이 슬픔에 묻히는 걸 봅니다

 

아이가 슬픔이 너무 많이 묻은 아이를 묻습니다

아이가 들어가고 아이가 묻고 

아이도 들어가고 아이가 묻고 

 

마지막 남은 아이가 혼자서 밭을 파고 들어갑니다 

몸에 묻은 슬픔이 하늘을 덮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시인 소개>

1980년생.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등단. 

시집으로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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