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손에서 들뢰즈까지

 
 
  △ 황수영,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갈무리, 2014.  

   ‘생명’의 문제는 모든 탐구들 중 유독 중요한 주제들 중 하나이다. 인간이란 살아 있는 존재이며, 그의 모든 행위의 의미는 이 생명이라는 사실 위에서 성립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래로 많은 철학자들은 생명의 개념을 분명히 하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대의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의 세계를 ‘종’ 개념을 통해서 이해했고, 때문에 그의 세계는 종들의 유기적인 체계라는 형태를 띠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와 진화론이 등장하면서, 종이란 개체군이 끝없이 진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립하는 일종의 평균치라는 생각이 등장했다. 이는 곧 종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탄생, 변형, 소멸해 가는 것이라는 점을 말한다. 이는 생명이라는 개념이 시간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주체성 역시 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해 온 주체성의 역사의 한 국면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앙리 베르그손은 이런 시대적 배경을 안고서 ‘시간과 생명 그리고 창조’의 철학을 전개한 현대의 철학자이며, 현대 철학의 초석을 놓은 위대한 사상가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는 베르그손이 일으킨 사유 혁명이 무엇이며, 캉길렘, 시몽동, 들뢰즈 같은 철학자들이 그를 어떻게 이어 갔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베르그손은 인간의 분석적인(analytical) 이성, 합리적인 이성은 시간을 공간화해 이해하려고 하며, 시간을 양화해서(quantify) 조작하려는 성격을 띤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종래의 진화론 역시 시간 속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들의 생성에 주목하지 못하고, 진화 과정 전체를 어떤 매끈한 틀 속에 집어넣어 이해해 왔다고 비판한다. 생명에는 항상 새로운 질로 도약하려는 속성이 있고, 때문에 시간과 생명 그리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창조는 인간의 도식적인 틀에 쉽게 갇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베르그손 진화론의 이런 성격을 (‘필연성’의 대립 개념인) ‘우발성(contingency)’ 개념에 역점을 두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베르그손이 웅대한 생명철학을 펼친 형이상학자라면, 캉길렘은 생명과학의 역사의 그 논리적 기반을 파고든 과학사가, 과학철학자라 할 수 있다. 캉길렘은 일반적으로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는 ‘생기론(vitalism)’의 의의를 단순한 과학주의와 대비시키면서 새롭게 조명해 주었으며, 그로써 베르그손의 형이상학과 조응한다. 시몽동은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후에 그의 지식을 철학적 작업으로 이어 간 인물로서, 특히 ‘개체화(individuation)’의 문제에 몰두해 현대 생명과학/철학에 큰 공헌을 했다. 개체화의 문제는 베르그손에게서 출발해 시몽동의 사유에 이르기까지 현대 사상의 근저에서 작동해 온 중요한 문제이다. 들뢰즈는 프랑스 메타과학의 이런 흐름을 이어서 베르그손 사유를 새로운 지평으로 더욱더 발전시켰다.

   베르그손에서 출발해 캉길렘, 시몽동, 들뢰즈에 이르기까지의 프랑스 메타과학의 전통을 일별하면서, 생명의 문제를 포괄적이면서도 명료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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