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분단의 경험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기억은 수동적인 보관소가 아니라 의미를 창조해내는 적극적인 과정이다” (알렉산드로 포르텔리, “무엇이 구술사를 다르게 하는가”, 1991)    경험과 기억은 마치 시간적 차원에서 과거에만 국한되고, 경험과 기억을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현재와는 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현재의 경험은 과거 경험의 연속선상에서 구성되고, 기억 역시 현재적 시점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점에서 경험과 기억은 역사성을 띠면서도 현재성을 갖는다. 포르텔리의 지적처럼 기억은 단지 과거 경험에 정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적 시점에서 그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화하는 것이라고 할 때 현재의 문제이다.    분단의 경험과 그에 대한 기억 역시 과거의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모든 경험과 기억이 의미를 갖는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맥락 속에서 특정한 경험이 의미 있는 것으로 불러들여지고 해석된다. 따라서 분단과 관련한 특정한 경험이 발화되고 해석되는 맥락은 현재에 위치하고, 분단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분단이 의미화되는 방식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더욱이 분단의 경험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에게 분단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분단은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종식되어야 할 것이고, 통일이라는 미래적 지향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래의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현재에 관심을 둔다. 그런 측면에서 독일 통일의 사례는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이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현재의 문제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동국대 SSK 분단/탈분단 연구단의 국제학술회의는 우리의 미래를 먼저 경험한 독일의 분단/탈분단의 경험을 통해 현재 우리의 분단을 어떻게 기억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관심을 두었다. 특히 현재 독일에서 과거의 분단 경험이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기억되고 해석되는지에 중점을 두었는데, 생애사 연구를 주된 방법으로 삼았다.   분단 경험을 기억하고 해석하기 위한 독일의 노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우선 다양한 주체의 분단 경험을 맥락 속에서 이해함으로써 고정된 실체로서 단일한 분단이 아닌 복수의 분단‘들’을 드러내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분단이 존재하는 구조로서 일상과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경험 속에서 분단‘들’이 수행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경험이 해석되고 있는 현재 독일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학문적 관심이 투영된다는 점에서 현존하는 분단‘들’의 의미가 드러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독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분단 경험에 대한 연구는 과거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면서 현재 통일된 독일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이런 분단의 경험을 연구자들의 협력적 연구를 통해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단 경험에 대한 협력적 연구는 그 경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분단에 대한 집합적 지식을 생산해내고 분단에 대한 담론의 지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학술회의에서 나누었던 독일 연구자들의 분단 경험에 대한 연구 과정과 성과는 우리에게 한반도 분단 경험에 대한 접근 방식과 연구자들의 지식 생산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했다. 어떻게 우리의 경험을 기억할 것인지, 그리고 그 경험들을 어떻게 어떤 지식으로 생산하여 미래를 기획할 것인지 등에 관한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는 분단 경험을 기억하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그 자체가 탈분단의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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