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오트르망 옮김, 『정신의학의 권력』, 난장, 2014.

   지금은 다시 또, 푸코의 시대다. ‘통치성’이나 ‘생명정치’의 푸코로 통하는 시대. 그러나 이 흐름을 은밀하게 좌우하는 것은 76~79년 강의 이전에 이루어진 강의와 저작들에 대한 재독해이다.

 
   『정신의학의 권력』(1973~74년)은 18세기 말 이후 정신의학의 역사를 권력 문제를 중심에 두고 분석한다. 19세기 전반기에 피넬과 에스키롤의 실천부터, 뢰레가 대표자인 ‘도덕요법’의 국면을 거쳐, 신경학의 등장과 사르코 등에 이르기까지의 정신의학의 역사적 변천을 다루고 있는 이 강의록은 푸코의 ‘전후’ 저작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광기의 역사』는 17~18세기 ‘고전주의’ 시대에 광기가 어떻게 경험되었는가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었다. 그런데 『광기의 역사』의 도달점 혹은 ‘중단점’에서 출발하는 이 강의록은, 고전주의 시대에서 광기의 ‘표상’에 대한 분석을 대신해 19세기 이후 정신의학 및 정신병원에서 정신의학적 권력이 구성되는 방식, 즉 ‘권력장치’를 분석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듬해 ??비정상인들』은 정신의학이 이런 정신병원 바깥으로 확장됨으로써 정신의학이 ‘비정상인의 과학’, 곧 더는 ‘병’이 아니라 ‘행동양식의 일탈’을 대상으로 삼는 과학이 되는 과정을 분석한다. 『광기의 역사』의 속편이자 『감시와 처벌』의 개막작.

   서구에서 처벌형식의 역사적 변화에 관해 고찰한 『감시와 처벌』은 신체형에서 감금형으로의 형벌제도의 이행이 ‘주권권력’을 대신해 ‘규율권력’이라는 새로운 권력의 테크놀로지가 등장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고 지적한다. 『정신의학의 권력』에서도 17세기 정신의학의 전술들을 가능케 했던 것이 이런 권력형식의 변화로 파악된다. 이 두 개의 권력형식의 특성이나 그 역사적 대체의 과정은 이 강의록에서 더 분명하게 제시된다.

   푸코는 늘 ‘현재성’의 사상가였다. 그가 비록 역사적 전개 과정에 천착하더라도 그것은 푸코 당대의 현재성과 분리될 수 없다. 정신분석에 대한 푸코의 태도도 그렇다.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정신분석에 대해 양가적 태도를 보인다. 정신분석을 튜크나 피넬의 전통에 집어넣으면서 정신의학에서 프로이트에 이르는 연속성을 말하는 한편, 그 독자성과 이것이 초래한 역사적 단절을 높이 평가한다. 광기를 ‘병’으로 환원해버린 심리학이나 정신의학과는 달리, 정신분석은 ‘비이성’과의 대화를 개시한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의 권력』부터 푸코는 정신의학과 정신분석의 연속성만을 말한다. 프로이트의 개념들이 정신의학의 실천 속에 이미 등장했으며, 정신분석이라는 길이 히스테리 환자의 성적 신체를 앞에 둔 신경과의사의 침묵에 의해 열려진 길이나 진배 없으며, 정신분석은 “진실의 생산이 언제나 의학권력에 계속해서 적응할 수 있기 위해 마련된 공간 내에서 의학권력을 재구성하고 진실을 산출하는”(488쪽) 것으로 간주된다. 정신분석의 주요 개념인 ‘성본능’이 괴물적 범죄에 관한 ‘본능’의 발견과 자위하는 아이의 ‘섹슈얼리티’의 문제화에 의해 어떻게 준비되었는가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강의록은 “정신의학의 고고학”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강의록에서 푸코의 ‘또 다른 전회’를 볼 수 있다. 그 ‘현재성’의 계기는 당시 프랑스에 불어 닥쳤던 라캉 열풍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정신의학의 권력』 강의는 광기, 권력, 섹슈얼리티를 다룬 세 개의 저작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이것들을 보완하면서도 푸코의 사유를 통치성이나 생명정치 등의 관점에서 연구할 때 이 강의록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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