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軟風)

 

산문(山門)을 나오며 미인은 두 팔을 벌려 새의 날갯짓을 따라했다 우리의 사이로 연한 바람이 불어들고, 미인이 입은 외투가 바람에 날리고, 외투에서 빠져나온 실올이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던 내 입술에 달라붙었다 나는 저만치나 가는 미인을 쫓는 대신 숨바람을 후후 입술로 불어내며 내연이라는 어려움과 외연이라는 다름을 오래 생각했다

 

박준 : 시인. 1983년 서울 출생.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가 있다. 제31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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