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想像복도                                                                                                   유 희 경

나는 복도를 걸어가고, 白紙의 서사는 늘 가득하다 그것은 잔인하구나 나는 생각한다 잠시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만지듯, 생각을 그만두면 복도엔 누군가 있는 것만 같고 그러나 그것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이 복도처럼멈춰선다 빛과 그림자가 내려놓은 격자의 무늬 그것은 창문이 되고 안쪽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바깥을, 거센 바람이, 펄럭이다가 날아간다 내게 몇 장의 백지가 남아 있는지 세어보지만 이야깃거리는 늘 차고 넘치지 중얼거리듯, 오후가 복도 안으로 몸을 넣고 텅, 텅, 텅, 황급히, 침묵 나는 쓰러질 준비가 되어 있으니 유령보다 앓는다 엎드려, 그림을 그리는 아이처럼 지쳐간다 어떤 것도 쉽게 想像하지 않기 위해서 아직 복도의,사람들은 스스로 남는다 살피지 않는 것들이 허리를 숙이고 눈을 뜬다 뒤로 빛이 닿아 환하다 어쩌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생각과 상상은 거기서 만나 상대의 등을 만지며 슬퍼할 것이다 하지만,백지는 올려둔 것들을 빈 것으로 만들 줄 안다 어째서 당신은 그러했는가 그러나, 끝이 둥근 것에 대해서는 물어보기 어려운 법이다 그저, 삼키고 복도가 되었으므로 조금 생각하고 조금 더 상상하는 방향으로 잠시

<시인소개>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으며,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이 있다. <2011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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