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가정보원 선거법위반 의혹사건(댓글사건)으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의 댓글문화가 화제로 부각되고 있다. 댓글이란 온라인상에서 특정이슈의 글에 대해 실명, 또는 익명의 대화자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일컫는데 SNS와 온라인커뮤니티상에서는 그 현상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는 그 속성상 친구맺기나 친구초청하기 등의 과정을 거쳐야하므로 대개의 경우 활동공간의 정서적, 이념적 스펙트럼이 거의 동일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여기에 등장하는 댓글에서 악성댓글(소위 악플)은 그리 흔하지 않다.  하지만 온라인커뮤니티의 경우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서 스펙트럼이 폭넓은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악성 댓글은 물론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엽기적 주장과 발언들도 빈번한 실정이다. 여기에서는 SNS보다 댓글문화의 일탈현상이 더 극심한  온라인커뮤니티 가운데 방문자수가 가장 많은 12개 커뮤니티를 골라 이들의 성향과 댓글현상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온라인커뮤니티는 1990년대 중반 PC통신이 인터넷 동호회의 기반을 이루던 시절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 후 PC통신이 인터넷 기반으로 바뀌면서 그 흐름은 더 확장돼왔다. 또한 2007년과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온라인커뮤니티는 정치적 색채까지 더해졌다. 특히 2008년 봄 시국을 달구었던 ‘광우병 촛불시위’에서는 온라인커뮤니티가 인터넷 여론은 물론이고 사회여론까지 주도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온라인커뮤니티는 초기에는 이념적으로 진보적, 좌파적 성향이 강세를 이루다가 최근 들어서는 보수적, 우파적 특성을 지닌 커뮤니티가 대거 등장하면서 그 스펙트럼의 편차가 매우 극심해졌다.   시장조사 분석업체인 랭키닷컴과 인터넷사이트 분석기관 등의 조사를 토대로 12개 커뮤니티의 성향별 포지셔닝을 구분해보면 진보성향의 커뮤니티가 수적으로 많은 반면, 방문객이 가장 많은 DC인사이드의 경우 보수적이라는 게 특징이다. 다만 DC인사이드의 경우 보수적이긴 하지만 극단적 보수성향을 지닌 방문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진보와 보수 커뮤니티의 대표로 분류되는 <오늘의 유머(오유)>와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중심으로 성향과 댓글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일단 흥미로운 점은 두 커뮤니티가 출발은 유머전문 커뮤니티였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거나 겪은 흥미로운 사건을 각자가 작성해 올리거나 국내외의 유머러스한 글이나 동영상을 퍼나르는 커뮤니티였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정치적 색깔을 띠기 시작하더니 지난 대통령 선거를 고비로 이념적 색채가 더욱 강화됐다. 이 같은 성향은 이번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등은 주로 일베와 오유, 그리고 보배드림과 DC인사이드 등에서 활약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 직원이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와 특정 사안에 대한 평향적 댓글을 올린 것은 물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점은 사법적으로 현재 불법성 여부가 계류중이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지만 일반인들이 올린 글들 가운데 사회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것과 여기에서 사용되는 특수용어들이 정치적, 문화적으로 일탈현상으로까지 치닫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이 또 다른 문제다. 먼저 이른바 ‘일베사전’이라는 사이트마저 등장할 정도로 이제는 일반화한 일베의 경우를 보자.     운지=고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를 비하  씹선비=옳은 소리하는 사람을 비하  보슬아치=여성의 성기명칭에 벼슬아치를 합친 말                 로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  산업화=반대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선동하는 행위  민주화=게시물 비추천을 비롯한 부정의 뜻  전땅크=전두환 전 대통령을 찬양하며 지칭  낙태충=낙태+충(蟲)의 합성어로 성에 개방적인 여              성을 비하하며 지칭  여기에서 보듯이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는 대개가 특정지역과 진보인사, 그리고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소속감과 일체감을 재확인하는 한편 스스로 자족감을 느끼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유에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용어가 있긴 하지만 일베만큼은 극단적이지 않고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사용되는 축약어 정도가 사용되고 있다. 특히 오유의 경우 일베용어로 통칭되는 일베만의 독특한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강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면 이들 커뮤니티에서 주로 거론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한 일간지가 지난 5월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에 의뢰해 1주일간 추천수 500건 이상을 받은 일베의 글 400여 개와 오유의 글 80여 개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일베의 경우 욕설(씨×, 새×)과 한국, 사람, 김치녀(한국여성을 비하해 일컫는 말), 일베, 일게이(일베 게시판 이용자를 줄인말), 노무현 등이었다. 반면 오유는 사람, 어머니, 국궁, 일본 사진, 감사, 미안, 아버지 순이었다. 또한 게시된 문장의 내용을 보면 일베에서는 ‘아군과 적군’의 구별이 명확할뿐 아니라 야당정치인, 여성, 북한, 전라도 등을 욕하거나 비하하는 내용이 두드러졌다. 오유의 경우에는 가족과 관련된 감동적인 이야기나 사회적으로 헌신적인 내용 등이 많이 주목을 받았다.   이상에서 살펴보듯이 일부 정치성향이 편향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과 댓글들은 이제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커뮤니티 자체의 자정활동에만 일탈 현상을 맡겨두기에는 도에 지나칠 정도로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는 것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이 시급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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