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시스템 강화 등 국민대통합 리더쉽 발휘해야

‘적과의 동침’이라는 유명한 영화가 있었다. 표현이 과격할 수 있겠으나, 이러한 정도로 발상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원하는 혁신형 스타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특히 만사(萬事)의 근원인 인사(人事)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정적(政敵)과도 동거, 융합,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40여일 지난 시점에서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저다. 국민은 ‘좋은 변화’를 기대했다가 잇따른 인사 참사에 허망해하고 신뢰를 접을까 고민 중이다.

조순 전 부총리는 박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지도력과 국정운영 스타일로 가면 “1년 안에 레임덕이 올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한다. 민심이 떠나면 국정추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작년 대선 때 약속인 ‘대통합과 국민행복시대’의 실현 여부는 박 대통령 리더십 혁신과 대국민 소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정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해야 ‘민생과 국익’이 안정되고 발전한다. 집권세력인 당·정·청간 원활하고 수평적인 공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이다.

야당과도 제로섬 게임에 빠져서는 안 되고 윈윈전략의 파트너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국민은 정치권이 정쟁과 권력놀음에 몰두하기보다 ‘국민 삶의 질 높이기’를 위한 선의의 경쟁에 힘써주길 원한다.

그 동안 ‘불통’이라는 비판을 거세게 받았던 대통령이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려 움직이고 있다. 최근 국회 의장단, 여야 정당 지도부와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변화의 징후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이 흔쾌히 만족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소통과 혁신을 추진해나가느냐다. 이를 위해 역사 속에서 롤 모델을 찾고, 철학과 리더십 행태를 재정립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빛은 승계하고, 어두운 그림자는 극복하는 길로 걸어가는 게 우선이다.

정적(政敵)과도 융합하는 리더십 필요

리더십 대안 모델로 우리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의 길을 제안하고 싶다. 대통령 퇴임 후에도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말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반대파를 등용하지 않았던가. 지금 박 대통령은 아버지 시대 수준에 머무를지, 그 수준을 뛰어넘을지 선택의 길목에 섰다.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 물시계·해시계 발명 등 민초들의 삶에 실제 도움을 주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압권은 천민 출신인 장영실이라는 과학기술 인재를 발탁한 인사였다. 엄격한 신분제 시대였지만 민생을 위해서라면 신분의 벽을 넘어 과감한 인재등용을 했다. 이를 통해 역사발전의 에너지를 통합했다. 최근 국민은 박 대통령의 인사를 보면서 ‘세종대왕의 장영실’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대파’ 기용 같은 감동은 아니더라도 새로운 기대를 했을 법하다.

깊이 있게 탐구해야 할 사례는 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김용환(박정희 전 대통령 정부에서 재무부장관 역임) 같은 인물을 중용해, 초유의 IMF 환란위기 극복이라는 성과를 창출했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이념적으로 좌파, 우파를 가리기보다, 어느 진영 인사든지 역량이 있고 국민들의 신망을 받는 인재를 아우르는 통합인사로 각광을 받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오바마 정부 조각 시 국무장관에 임명하는 담대한 지도력을 선보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민주, 공화당 의원들과 수시로 전화 통화하는 등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미 국민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찬사를 받았다.

근원적으로 보면 철학을 바꿔야 한다. 국민은 ‘통치의 대상’ ‘시혜의 대상’이 아니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파트너다. 권력중심의 독선은 독재로 가게 된다. 짐이 곧 국가인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주면 주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살던 시대는 1987년 6월항쟁과 7, 8월 노동자대투쟁 이후 우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갔다. 시대흐름에 역행하면,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간다.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 21세기는 민주주의 4.0시대이고 대중이 중심이다. 이를 극대화하는 리더십이 지지 받는다. ‘우리는 나보다 더 똑똑하다(We are smarter than me)’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MIT에 모인 세계 최고 영재들 랩의 슬로건이다.

국민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지금 국민은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대선 시기에 강조했던 ‘경제민주화, 민생복지’를 헌법에 나와 있는대로 꼭 이행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생활인들, 소득양극화에 신음하는 서민들이 꿈을 잃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다음은 법치의 본령인 헌법을 준수하라는 것이다. 천하의 인재를 모을 때 대통령의 수첩DB를 넘어, 헌법에 명시된 대로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실질화하라는 것이다. 인사에서는 국민 추천을 확대하고 시스템 검증을 강화하면 된다.

또한 인류사에 간언의 표상인 (궁형을 당한) 사마천 같은 참모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니 되옵니다”라고 쓴소리 할 수 있는 측근이 절실하다는 세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은 혁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나 오류는 성찰하고 꾸준히 혁신(개선, 개혁)하면 된다. 그것이 인사는 정책이든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나보다 우리가 더 똑똑하다”는 국민대중의 역동성과 집단지성에 대한 신뢰를 갖으면 원하는 방향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소통은 생명을 만들고, 불통은 저항과 불행을 낳는다. 21세기에 국민과 소통(淪藍) 이룬 리더십을 이긴 권력은 없다. 국민과 ‘협동’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