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일기> 박정범 감독 인터뷰

 
 
  △ 영화  <무산일기> 포스터

북한은 한국 영화의 단골 소재다. 북한을 다룬 영화는 수도 없이 많았다. 장르적으로 다루거나,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하거나, 인권유린을 폭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무산일기> 좀 다르다. 박정범 감독은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해 자신의 의도를 관객들에게 주입시키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영화다.

박정범 감독은 <무산일기>를 통하여 영화계에 등장했다. 박 감독은 국내 뿐만 아니라 최근 예레반국제영화제 실버 아프리콧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도 각종 상을 휩쓸며 인정을 받고 있다. 대학원신문은 <무산일기>를 통해 드러나는 박정범 감독의 작품관과 차기작에 대한 소식, 그리고 동국대 영상대학원 재학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장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정범 :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과 연출전공, 7기입니다.

편집장 : 영상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무산일기>를 완성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산일기>는 탁월한 연출력과 시나리오가 분단이라는 특수한 소재와 만나면서 해외 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전 세계 영화제의 주목받고 있는데 소감이 어떻습니까?

박정범 : 사실 처음 영화를 만들고 이 영화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탈북자라는 소재와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대한 관심이 영화를 보러 오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비단 탈북자의 이야기 뿐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

편집장 : 직접 하신 탈북자 연기가 실감났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산일기> 이전에 만든 <125전승철>도 탈북자 이야기입니다. 탈북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떤 계기에서 입니까? 또한 영화를 보다 보면 자본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느끼게 됩니다. 탈북자를 통해 <무산일기>에서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무엇입니까?

박정범 : 전승철이라는 친구는 학부로 체육교육과를 다닐 때 알게 된 후배였습니다. 그 친구와 친해졌고 같이 살기도 하면서 탈북자 분들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탈북자 영화를 찍기 위해서, 취재를 하기 위해 친해졌다기 보다는 우연히 친해진 친구가 가난한 탈북자였고 그의 삶을 통해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었으며 영화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가능한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편집장 : <무산일기>는 사회의 폐부를 절제된 앵글에 담은 것에 관련해 이창동과 다르덴 형제, 또 허샤오시엔과 차이밍량을 떠오르게 게 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조감독 생활도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감독들에게 영향 받은 게 있다면 무엇을 영향 받았습니까?

박정범 : 저는 사실주의 감독님들의 영화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딱히 누구 한 명의 영향을 받아 영화를 찍었다기 보다는 그 분들이 영화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시선을 통해 제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며 영화를 찍었던 것 같습니다.

"차기작, 삶과 행복의 의미에 대한 영화" 편집장 : 차기작 계획은 있습니까? 있다면, 차기작은 어떤 영화입니까?

박정범 : 현재, <산다>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퇴고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에 촬영을 할 예정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조금 차질이 생겨 다음 해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은 자살을 하려고 하는 형과 그것을 막으려고 하는 동생의 이야기로 산다는 것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편집장 :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에 이어 독립영화계의 스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상업영화에 진출할 계획이 있습니까? 또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독립영화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박정범 : 상업영화에 진출을 한다는 것은 지금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내공이 쌓여야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다 많은 관객분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는 것은 언제나 가지고 있는 목표입니다. 독립영화만 찍고 싶은 감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본이 유입되기에 힘든 영화 즉 조금은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조금은 불편하거나 어려운 이야기이기에 자본을 직접 끌어와 영화를 찍게 되어 독립영화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좀 더 새로운 주제와 방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만들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편집장 : 동국대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박정범 : 에피소드라고 딱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만, 매학기 한 두편씩 영화를 꾸준히 찍어 대학원기간 동안 8편의 단편을 찍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편집장 : 동국대 재학 시절 기억에 남는 스승님이 있습니까? 스승님께 무엇을 배웠습니까?

박정범 : 박재호 교수님의 영화분석 수업을 통해 현실 속에서 영화적 상징을 찾아내는 법과 그것을 관찰하여 보여주는 방식에 대하여 고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 후 제 영화에서도 그 영향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동국대 시절 배움, 내 작품의 자양분"

편집장 : 대학원신문은 지난 호에 영상대학원 원우를 인터뷰 했습니다. 영화과 원우는 인터뷰를 통해 장비와 제작비 지원을 학교 측에 건의했습니다. 등록금에 비해 지원이 미약하다고 합니다. 감독님도 후배들을 위해 건의사항 한 말씀 해주세요.

박정범 : 저 역시 대학원을 다니며 제작비 지원과 장비의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높은 등록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 보다 많은 장학금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