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화는 나를 몰라라 어디선가 마른 꽃잎이 불씨를 튕기고나의 검은 역사는 두 번 다시 나를 부정하라 어느 샌가 나를 벗은 무지의 혀끝은 나를 핥고 너로 물들어라 얼룩을 넓히며 얼룩지는 미지가 될 때까지펄펄 내 들끓는 방향들의 꼭짓점에너에 가까워진다 나는너에 도달한다 나는너에 미친다 나는 나침반의 피로한 경련이다불안의 옆구리에 박힌 부러진 열쇠날 구릿빛 도시의 나날을정오의 수형으로 자라나 닫히지도열리지도 않는 생활의환원의 닳아빠진 문턱과 입술들을 그러나 나는 우리를 넘치지 못한다 그러나배꼽을 공유하는 것들그림자 사슬로 엮인 것들
미술 분야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단 하나의 행사 ‘거장 이쾌대-해방의 대서사’ 전람회는 2015년을 압도하는 것이었다. 그 언제던가, 월북작가 해금조치가 있고서 얼마 뒤인 1990년 해금작가의 한 사람으로 ‘이쾌대’ 전람회가 열렸다. 놀라웠다. 1948년에 그린 네 폭의 대작 연작은 20세기 한국 미술사상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해방공간에서 한국전쟁까지의 미술사는 공백이나 다름없는 시기였다. 그런데 군상이 등장해 버리자 공백은 순식간에 메꿔졌고 우리는 미술사를 다시 쓸 수밖에 없는 숨 막히는 긴장감에 사로잡혀
2,031명의 학생들이 만해광장에 모여 11년 만의 학생총회가 성사되었다. “분신과 투신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라고 부르짖는 호소에 무려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응답하고 동참한 것이다. ‘대학 자치 보장’과 ‘보광·일면스님 퇴진’, ‘장학제도와 수강제도 개선’ 등 대부분의 안건이 매우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학교 측은 실질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주지하듯이 2000년 이후의 학생사회는 패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날한시 만해광장에 모였다는 사실은 우리
지난 8월 20일 우리학교가 김무성 대표에게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를 강행한 사건은 대학과 정치가·기업가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보다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었다는 점을 방증한다. 허울 좋은 명분을 만들어 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 명예 학위를 남발하는 이벤트가 타당한 것인지의 문제는 일단 차치해두자. 온갖 의혹에 휩싸여 있는 여당의 대표에게 학위수여를 하는 것에 대한 내부 여론의 수렴과 검토 과정이 전무했고, 이를 반대하는 학내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들끓는데도 학위수여를 강행한 것은 우리학교의 운영진들이 대학의
인문학 전공 대학원생 생활을 십 년 가까이 하다 보니 점점 ‘일반인’과 멀어지는 듯한 고립감을 느낀다. 대학원생이 군인마냥 무슨 특수한 신분을 가진 사람도 아닐 텐데, 당장 친한 친구들의 모임에 나가봐도 대화에 쉽사리 끼어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아마도 내가 나이에 비해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집이라든가, 차라든가, 미래를 위한 재정 계획이라든가, 결혼이라든가, 출산과 육아라든가,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미루어 두었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친구들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아직 현실감이 없고,
2015년 8월 17일. 부산대학교 국문과에 재직하고 있었던 고현철 교수가 부산대 교수들에게 총장 직선제를 약속하고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총장, 그리고 대학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정치권력과 기업권력의 입맛에 따라 대학을 개조하고, 학문의 진정성을 등한시하는 교육부의 대학행정에 저항하여 분신을 하였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 여 년 동안 내가 재직하고 있는 동국대학교는 물론이고 전국의 수많은 대학들에서 총장직선제가
『이미지로서의 전후』는 표제 그대로 ‘전후’ 일본에 대해 말한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단순한 시대구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전후’라는 그 밀도 있는 단어에 함축된 신화적 의미들을 탐구한다. 다만 ‘전후’ 문제에 대해 논해왔던 대개의 논저들이 상징천황제의 성립과 우익사상의 변천, 경제성장 및 버블경제 붕괴 등, 다소 무거운 주제와 맞부딪치고자 했다면, 이 책은 대중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일상생활의 국면에서 공유되는 ‘전후’의 표상들을 문제화한다. 즉 대중매체에 비춰지고 소비됨으로써 ‘전전’·‘전중’과 동떨어진 것처럼 유통되는 ‘전후
“최근 작가들은 서사와 자기 인생을 투영한 세계관이 모자라 작품에 철학이 빠져 있다”라는 한 원로 작가의 발언은 문학, 나아가 작가 개인의 ‘자기 철학’의 유효성에 관해 고심하도록 만들었다. 문학은 작가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잘 갈무리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오롯이 담아내 “돌아보는 시선”을 제시하는 예술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그의 저서 『정치적 무의식』에서 393페이지에 걸쳐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정치적 무의식』에서 작가는 현실을 취급 가능한 기록물로 손쉽게 환원시키기보다 오히려 현실의 모순을 건드리고
나는 스물세 살에 문예창작과에 입학을 했다. 합격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은 사람은 어머니였는데, 그제야 딸이 문예창작과에 몰래 입학시험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문학이라니! 그때까지 가족들은 딸이 문학 언저리를 맴돌고 싶어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때의 분위기는 요즘 같지 않았고, 그래서 이십대 청춘들에게 이런 말을 하기는 좀 미안한데, 나는 그 당시 미래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뭐라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뭐가 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문예창작과에 들어갔다. 나는 뭐든 게 재미있었다. 처
9월 12일 만해관 258호에서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라는 영토, 식민지 근대와 제국주의라는 역사적 조건 속에서 삶을 영위해갔던 재일(在日)조선인들의 ‘자기서사’에 주목하여, 국가주의의 기억 속에서 집단화되었던 재일조선인들이 창출한 자기 구축과 기억, 에크리튀르의 문제를 보다 복합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천착한 연구물들이다.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한 ‘재일조선인 자기서사의 문화지리’ 연구팀은 재일조선인을 “국가의 규율권력 내부에서 그 규율에
중세 유럽에서 탄생한 대학은 근대로 접어들며 국민국가 형성의 전초기지로 탈바꿈하였다. 국민국가의 지적 자양분을 공급할 원천으로 대학의 역할과 위치가 결정된 것이다. 칸트는 1798년에 쓴『학부들의 논쟁』에서 대학을 상급학부(신학부, 법학부, 의학부)와 하급학부(철학부)의 변증법적 통일체로 정의하여, 근대 대학의 발전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다. 상급학부가 외부의 요청에 의한 타율적 지성이라면 하급학부는 외부로부터 독립된 자율적 지성으로 양자의 통일로서 근대 대학의 모델을 마련한 것이다. 요시미 순야는 『대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상급학부
마음에 대한 과학이 가능할까? 과학이 확실한 앎에 대한 가장 성공적인 접근방법이라면, 그리고 마음에 대한 앎이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마음의 과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세기 후반 분트 등의 실험심리학이 바로 그러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는 곧 반동을 맞이한다. 마음은 과학이 다루기에 너무 까다로운 대상인 것이다. 과학이 공적으로 관찰되는 것을 다룬다면, 각자의 마음은 각자만이 알 수 있는 사적인 것이다. 과학적 가설이 예측의 정확성을 통해 확증된다면, 마음은 예측을 벗어나는 예외를 허다하게 보여준다.
학내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요구와 정부의 관련법 개정으로 학내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전면화 되었다. 설치 예정 일자는 내년 9월이며 만0세에서 만5세 자녀를 둔 본교 대학원생 및 교직원(계약직 포함)이 사업 대상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설치 방법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이는 보다 자율적으로 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사립대인 우리 학교의 경우 정부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초기 5-6억, 연 2억의 막대
9월 2일 본관 앞에서 ‘게시물 무단철거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9월 1일 아침 학내의 모든 포스터와 대자보 등이 통보 없이 철거당했기 때문이다. 진위 파악 결과 학교 총무팀이 ‘클린캠퍼스’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학생회 전용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뿐 아니라 동아리·소모임·학회 등에서 제작한 홍보물까지 전부 사라진 것을 보고 학생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학원 총학생회와 학부 총학생회, 단과대 대표자를 비롯한 학생들이 참석했고, 총무팀에 항의방문했다. 총무과장은 교내 미화는 본인들의 업무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추진위원회’(이하 미동추)는 방학 중 조계사 앞에서 25일간 릴레이 일인시위를 진행했고, 8월 15일부터 22일까지는 ‘도보순례’ 일정을 강행했다. 일인시위 중에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았으며, 조계사를 방문한 불자가 격려의 의미로 음료수를 건네기도 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조계종 종단의 반응에 ‘미동추’는 영남권 사찰을 순회하며 동국대의 문제를 직접 알리기로 나섰다. 발대식에서는 불교종립대학인 동국대의 현실을 알리고 큰스님의 말씀을 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불국사, 통도사, 내원사, 범어사
지난 8월 20일 본교 중강당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수여식이 학생과 교수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행되었다. 학교 측은 학위수여 취지서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김무성 대표가 “군사정권 하에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이래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정당정치의 혁신을 이루었고, 대화와 협력이라는 소신을 가지고 정당 민주주의 고도화와 정치 선진화 등 우리나라 정치발전에 크게 공헌”했으므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의 명예박사 학위수여에 대해 교수와 학생들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
2016학년도 봄 석사 및 박사학위 청구논문 심사 진행 세부 일정이 결정되었다. 초록 신청은 9월 7일부터 18일까지이며 유드림스나 각 단과대학 교학팀에서 대리 신청하면 된다. 초록 발표는 각 대학 및 학과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며 9월 14일부터 10월 2일 사이에 진행된다. 발표 이전에 해당 학생은 학과사무실에 초록을 출력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후 초록판정이 ‘합격’으로 입력된 자(단, 자격시험 불합격자는 제외)는 10월 6일부터 8일 이내(혹은 각 단과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날짜)에 심사료를 납부하고, 구비서류와 심사용 논문을
지난 8월 25일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의경으로 복무 중 박모 경위의 총에 맞아 숨진 고(故) 박세원 학우(철학과 12)에 관한 탄원서명이 중앙도서관 입구 분향소 내에서 진행 중이다. 당시 박 경위는 의경 3명에게 권총을 쏘는 흉내를 내다가 실탄을 발사시켜 박세원 학우를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경찰은 이에 대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살인죄를 적용시키지 않았다. 박 경위는 사건 이전에도 여러 차례 총기로 의경들을 위협한 혐의가 있다. 이 같은 판결에 반발한 학내 구성원들은 현재 가해자 박 경위에 대한 미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