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이 아쉬운 결말로 끝이 났다. ‘일타 스캔들’은 대입 일타 강사와 그와 대조되는 반찬가게 사장이 사교육 전쟁터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다.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사회에 깊은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일타 스캔들’에서는 ‘의대’라는 목표를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학생들은 이를 맹목적으로 욕망한다. 출신 고등학교를 기재한 과잠을 만든다던지,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 타임’에서 오가는 끊임없는 ‘편 가르기’를 통한 순위 매기기가 어디서 왔는지, 결국 이러한 경향이 대학가에도 연
2019년 1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전염병이 발발하여, 한국에 도달했을 때에도 보통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가 그렇게 심각하려니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죽은 사람이 생기고, 학교와 직장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학교에서 공문으로 다음 학기 수업을 비대면으로 한다고 왔을 때, 눈앞이 캄캄했다. 컴퓨터에 캠을 설치해 수업을 실시간으로 하는 방법과 강의 동영상을 찍어 업로드 하는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수업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대면 수업은 나에게 큰 어려움이었다. 캠 설치와 비대면
상대방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나 요구를 할 때, 내 책임이 아닌 일에 대한 추궁을 받을 때와 같은 부당함을 느끼곤 한다. 내 입장에서, 나아가 사회상규나 법적으로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아 분개하고 감정 섞인 주장을 할 때도 있다. 사실 다른 이에게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있는 경우는 그나마 덜 하다. 소위 말하는 ‘을’의 위치에서 정당함을 주장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분개하며 감정을 삭힐 때가 더 많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휘발성이 강하다. 당장 저번 주에 어떤 상황에서 그러한 감정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뚜렷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시간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 사고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15일, SPC 그룹의 계열사인 SPL 평택 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에 20대 근로자 A씨의 상반신이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사고 이틀이 지난 후 SPC 그룹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SPC 그룹의 대처가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끓고 있다. 하얀 천으로 덮어버린 사고 기계를 옆에 두고 100여 명의 근로자들이 사고 현장에서
지난 7월, 인하대학교 재학생 A씨가 동급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가해자 A씨를 긴급 체포해 구속 수사했으며, 9월 13일에는 첫 공판이 열렸다. 포털 사이트에 등록된 최초의 기사 헤드라인은 “인하대서 여성 옷 벗은 채 피 흘리고 쓰러져… 경찰 수사”였다. 다수의 언론이 뒤따라 “탈의한”, “나체로”, “속옷 발견” 등 피해자가 발견된 당시의 상황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보도를 쏟아냈다. 사건의 기사화 단계부터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속보 경쟁을 시작하기 바빴다. “알몸으로 발견된 여대생,
많은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 청소를 했다. 읽고 쓰는 시간보다 닦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타일 사이에 낀 물때를 제거하고, 배수구 안에 걸린 머리카락 뭉치를 치우고, 솔과 클리너로 변기 안까지 박박 닦고 나면 화장실 안의 습기와 내 땀이 섞여 옷이 푹 젖어 있었다. 밖으로 나가 걷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었지만, 가끔은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환기가 아닌 회피로 느껴졌다. 당장의 자리를 벗어나 바깥으로 빙빙 도는 내 모습이 밉게 느껴졌던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였다. 청소나 정돈을 강박적으로
영화가 세상의 빛이자 중심이요, 내 삶을 고동치게 하는 심장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에는 그랬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이 한 예술영화전용관에서 단관 개봉해 10만 관객을 동원하고, 지금의 시각으론 예술영화에 가까운 왕가위의 이 당시 대학생들의 필견 영화였던 시절. PC통신이 유행하고, 인터넷이 이제 막 깔리기 시작하던 그 때는 『씨네21』이나 『키노』 같은 영화잡지를 읽어야 영화 좀 본다는 소리를 듣던 때였다. 였던가? 극 중 대학생 성나정(고아라)이 영화 동아리방에서 선배들
역사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에 입학했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5학기 차에 복학할 때 즈음 한국불교사를 전공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그때 학과 선후배, 동기들은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왜 역사 선생님 안 하고, 갑자기 불교사를 공부한다는 거야?” 불교를 좋아하고 불교사에 호기심을 가지던 내 모습을 보아온 도반들이지만, 불교사를 ‘전공’하겠다는 나의 선언은 선뜻 이해되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도 ‘교사’라는 안정적인 진로를 뒤로한 채, 가장 불안정하고 가난한 이미지의 인문 분야 연구자가 되겠다는 내 미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 벌써 세 번째 봄이다. 교육부의 권고에 따른 대면 강의의 전환으로 캠퍼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도 단계적인 일상 회복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 대학원신문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원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해 학술적인 성격을 유지하되, 중요한 학내 사안을 지면에 조금이라도 더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학술 담론들을 심도 있게 전하고자 하는 욕심도 있기에 어느 한 곳에 과하게 치중되지 않게끔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학기 당 발행 횟수가 줄어든 탓에, 대학원신문은 한 학기에
한국 대통령 선거 개표가 종료된 지 얼마 안 되어 바이든 미 대통령은 당선인과 통화를 했다. 한국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가장 이른 시간인 수락 인사 5시간 만에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은 것이다. 나아가 5월에 취임하게 되면 미 대통령이 먼저 한국에 와서 양국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도 개표 다음날 바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직접 당선인 측에 보내서 인편으로는 가장 먼저 인사를 했다. 더구나 윤 당선인이 쿼드(Quad) 회원국인 인도 총리 하고까지 전화 통화를 하자, 시 주석은 한국 차기 대통령을
교육부는 올 1학기부터 대학들에 대면 강의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기준 수강 인원’을 정해놓고 소규모 강의는 대면으로 진행하는 대학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전히 전염병은 진행 중이고 더 많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추세지만, 텅 비었던 학교가 왁자지껄한 모습을 보이니 오랜만에 마음이 들뜨는 건 사실이다. 나는 코로나 학번으로 석사 4학기 내내 거의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들었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등록금이 줄어들거나 장학금 혜택이 많아지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쌩돈’을 내고 다니며 대학원을 다녔
역사 사건을 인과관계 중심으로 서술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사건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역사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면 이 주의점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이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 그리고 돌이켜 봤을 때 어떤 일은 중요해 보이고 어떤 일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모두가 소중한 나의 근본이라는 점. 그러니까 우리는 자각하기 어렵지만 대단히 느리게 무언가를 이루고 있는 중이 아닐까? 올해는 내가 2학년 때 새내기로 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이 문장은 17세기 영국의 신부였던 존 던의 시 제목이다. 파시스트에 저항하며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존 던의 시를 차용해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스페인 내전 당시의 자전적인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이다. ‘누구도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이 아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2022년 현재의 우리에게 많은 바를 시사하고 있다. 시에서의 종은 조종, 즉 죽은 자를 애도하며 치는 종을 의미한다. 애도와 추모의 종은 죽은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는
기후변화를 넘어선 기후위기는 우리 삶에 커다란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사태도 인간에 의한 자연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 동물과의 접촉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변화와 각종 재난으로 인류 사회는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 활동의 제한을 받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산불과 태풍, 홍수로 피해 받는 아프리카나 유럽 등과 달리 우리는 기후위기를 그렇게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초 발생한 울진, 삼척 산불의 피해 영향 구역은 20,923ha로 최근 10년 내 산불 중
디저트가 우리 삶에 주는 명랑함과 귀여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디저트가 주는 즐거움은 비단 달콤함 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디저트는 분명 꽤 많은 사람을 위로하고 살렸으리라. 늘상 먹어왔던 슈퍼마켓 과자 종류를 제외하고, 내 인생 첫 번째 디저트는 레드벨벳 컵케이크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팬이라면 Magnolia Bakery를 알 것이다. 캐리와 미란다가 베이커리 앞 벤치에 앉아 컵케이크를 먹으며 수다를 나누는 장면이 어린 나에겐 너무도 쿨하게 보였다. Magnolia Bakery는 당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