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중얼대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말을 멈추거나 호흡을 가다듬지 않는다. 숨이 가득 차, 물을 마실 법도 한데 말하는 이는 화장실에 다녀올 시간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사람. 그러나 그의 중얼거림에 자꾸만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바짝 붙어 앉아 쉼 없이 듣고 싶어진다.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들을수록 몰입된다. 그가 말하는 ‘몰락하는 자’가 어떤 인물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난 생각했다.’의 연속으로 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화자가 생각하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 아닌, 친구 베르트하
쌀쌀한 가을바람과 함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인 680만 관중을 달성하며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열기와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런 시기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설을 한 편 소개해볼까 한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란 다소 긴 제목의 이 소설은 작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누리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하루키의 근작을 능가하는 것이기에 이 작품에서 무언가 대단
최근 ‘시골의사’라는 별명보다 안철수 교수의 측근으로 더 유명해진 박경철 씨의 신간 『자기혁명』을 서점에서 집어 들었다. 우리 사회 일각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던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사건. 사실 이 책을 고르게 된 건 그 사건의 영향이 컸을지도 모르겠다. 박경철씨는 최근 안철수 교수와 “희망공감 청춘콘서트”를 함께 기획하고 안철수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 때 그의 최측근으로 이름 올렸던 사람 중 하나이다. 그는 독자들이 자신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나가며,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가 주체가 될
불교는 삼국시대에 전래되어 긴 역사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종교로서 우리 민족의 건축, 의복, 음식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최근 몇 년간 ‘불교식품’ 또는 ‘사찰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하고 있고 시중에는 사찰음식 전문점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불교식품’은 웰빙과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매우 관심이 높은 식품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이미지로 인해 체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육체 뿐 아니라 정신까지 건강하게 TV 등 언론매체에서는 ‘건강한 밥상’, ‘웰빙식품’, ‘자연식품’ 등의
우리대학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종호스님)에서는 2011년 10월 1일 재단법인 금오선수행 연구원(원장 월서스님, 조계종 원로의원)과 공동주최로 ‘금오태전 선사와 한국불교’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진행 된 이번 학술회의는 불교정화에 큰 역할을 했던 금오 스님의 사상을 재조명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할 뿐만 아니라 스님의 사상을 계승하고 현대사회에 재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되었다. 9번의 논문 발표 및 열띤 토론 이어져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금오선사의 생애와 당시의 불교계(김방룡 충남대
“선생님!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들려줘 보셨어요?”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께 묻곤 한다. “수업 하기에도 목이 아파서.” “그렇다고 뭐 옛이야기가 훌륭한 고전작품만큼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결말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 “옛이야기는 ‘막장드라마’ 같아서 좀 그래.”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생각보다 옛이야기의 가치에 대해 모르는 선생님들이 많다. 구비문학의 세계를 모르기에 그 문학성과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정말 안타깝기도 하지만 결국 답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표정에 있다. 내가 지켜보기에 아이들은 이야기와 놀 때,
『파국의 지형학』 표지를 거꾸로 보면 거대 도시가 나타난다. 도시는 고층 빌딩과 원형 광장, 일직선의 도로로 메워져 있으며, 그 상단에는 ‘POLO GROUNDS’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장 ‘폴로 그라운즈’ 그 자체이자, 자본주의의 상징적 공간이기도 한 이 거대 도시 위에는 일련의 물결이 드리워져 있다. 그것도 찬란한 금빛의. 하지만 사실, 표지 그림을 바로 보면 거기에는 재앙 직전의 상황이 펼쳐져 있다. 도시는 지반 자체가 아래를 향해 뒤집혀 있어 금방이라도 추락해 멸망할 형국이다. 저자에 따르면 파국을 뜻하
한 인간의 아이덴티티 형성 과정을 물을 때 국민국가라는 조건/틀을 전면화시키는 것은 더 이상 전략적인 수단이 될 수 없는 것일까. 다양한 에스닉 집단의 잡거 상태가 ‘다문화’로 통용되는 지금, 여기서 발생하는 수많은 단절의 사태들은 이(異)문화 간 디스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국민’이라는 정치공동체 내부의 정치적·윤리적 문제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근대 국민국가 체제 확립 과정에 얼룩져 있는 식민주의와 식민지 경험은 지금 얼마나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이런 문제들에 도달하기 위해
인터넷 시대를 넘어선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불교 관련 전적과 자료의 전산화는 과거의 찬란했던 불교 연구와 선조들의 빛나는 업적의 숨결이 오늘날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한다. 한국불교의 르네상스를 열어갈 핵심동력인 불교학술원 산하의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소장: 한태식(보광) 불교학부교수)는 1997년 12월 1일 연구소장을 비롯한 불교학과, 선학과, 국어국문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전자불전 관련 분야의 여러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국불교전적 전산화, 불교 전자도서관 구축 등 전자불전 관련 제분야의 연구 및 사업의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
총 20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이번 학술문화기행은 크게 동서문명의 혼성성을 엿볼 수 있는 이스탄불,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카파도키아, 고대 그리스 로마문명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에페소, 트로이 유적을 중심으로 기획되었다. 본고에서는 한정된 지면상,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지역을 짧게 소개한다. 거대한 옥외 박물관, 이스탄불 이스탄불의 가장 대표적인 볼거리는 단연 성소피아 성당이다. 성 소피아 성당은 기원후 573년 동로마(비잔틴)제국 시절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건립되었다. 1500년 전에 세워진 성당은 놀라울
한국판 서문에 저자 양석일은, 극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그곳(동남아시아와 인도) 아이들의 실태를 목격하고 실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스트리트 칠드런’에 대해 고민하고, 이렇게 소설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 심각한 문제에 맞서야 합니다. 하고 자신이 소설을 쓴 경위를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고발이자 호소이다. 정부로부터 고립되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치앙마이의 북부산악지대 마을의 왕파오가 자신의 딸 센라(여덟 살)의 가격을 아동매매춘 조직의 충과 흥
우리대학 경주캠퍼스에 티벳장경연구소(The Research Center for Tibetan Buddhist Canon)가 설립된 것은 2009년 12월이다. 개소한 지 1년 남짓 된 셈이다. 본 연구소가 설립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배려가 응축되어 있지만, 무엇보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의 전폭적인 후원이 원동력이 되었다. 달라이라마와 동국대의 인연 그는 2008년 우리대학 경주캠퍼스 전 총장이었던 손동진 교수가 의료봉사단과 함께 다람살라를 방문하였을 때 만난 자리에서 티벳대장경에 대한 연구와 한국 티벳 간의 유익한
한국동서비교문학학회는 우리대학 영어권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4월 30일에 만해관 253호에서 정규 봄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학술대회는 ‘통섭과 학제간의 연구’라는 큰 틀에서 “불교와 비교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졌다. 올해 봄 학술대회는 문학·철학·종교 분야를 모두 포함하자는 본 학회의 취지를 되살려 동양 사상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불교 사상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문학과 철학을 이해하고 비교해보는 장이 되었다. 학술 대회의 프로그램은 “불교와 비교 문학”과 관련된 세 분의 연구자의 주제 발표와
일곱 순례자가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황량하고 위험한 행성. 전 우주의 패권을 쥔 헤게모니 연방조차도 포기해버린 별. 죽음의 사자가 광야와 골짜기를 배회하는 곳. 행성 히페리온이다. 일곱 순례자에겐 일곱 개의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일곱은 곧 하나이기도 하다. 그들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형태는 다를지언정 ‘시간’이다. 히페리온을 향한 고통스러운 순례의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아니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이야기를 공유한다. 가느다란 일곱 개의 이야기가 얽혀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 하나의 줄기만이 벼랑 끝에 매달린 그들의
자신의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졌을 때, 우리들이 하는 가장 흔한 변명은 ‘의도’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의도는 선한 것이고,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기에 결과만을 놓고 판단하지 말라고, 우리는 말한다. 하지만 선한 의도는 때때로 결과까지 조작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측면은 축소하거나 은폐하고 긍정적인 측면은 부풀리고 과장한다. 이런 조작은 선한 의도 때문에 면죄부를 부여받기도 한다. 이는 우리 역사를 조금만 들춰봐도 쉽게 발견된다. 그러나 결과를 조작한 ‘선의’를 과연 ‘선의’라 부를 수 있는가? 작가는 바로 이 부분을 건드린다.
스탠리 큐브릭은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롤리타』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아이즈 와이드 셧』 등은 모두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작업이었지요. 이는 단순히 스탠리 큐브릭이 독서를 좋아한다거나, 아니면 소설에서 영화적 영감을 많이 얻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원작의 느낌을 심각할 정도로 손상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스티븐 킹은 『샤이닝』의 각색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은 나머지, 1997년에 TV 드라마 「샤이닝」에서는 직접 각본 작업을 했다고 합니
똑똑한 사람이 참 많은 환경 속에 살다보니 나 같은 멍청이가 어디 또 있나 싶은 날만 많다. 어물어물 말하고 자신 없이 말꼬리를 흐리는 내게 이제는 좀 어른스런 화법도 익혀야 하지 않겠냐고 충고해 준 사람도 한 둘 아닌데. 나는 빅풋 쯤 되어 날렵한 발을 가진 사람들의 감시를 피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도망이나 다녀야 할 것 같다. 아둔하게 큰 발도 부끄러우니 발 보이지 않을 만큼 빨리 달려서. 소심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일이 위로가 된다. 상사가 한마디 건넬 때마다 겨드랑이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쩔쩔매는 회사원, 아까 했던
동국대학교 밀리미터파 신기술연구센터는 1999년 7월 한국 과학재단의 우수연구센터(ERC)로 지정되었으며, 같은 해 9월 정식으로 설립되었다. 본 연구센터는 ‘21세기 정보화 사회를 주도할 밀리미터파 대역의 신기술 확보’를 화두로 많은 연구 업적을 발표하여 국내 밀리미터파 기술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21세기는 ‘더욱 빠르고, 정확하며, 보다 선명한’ 기술적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무선 통신의 비약적인 발전 추세에 비해 초고속 광대역 고선명 데이터 처리를 가능하게 할 가용 주파수 자원의 고갈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실정
지난 4월 2일 일본불교사연구소(소장 김호성)의 제 5차 학술세미나가 문화관 1층 덕암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나라(奈良)시대의 불교-교키(行基)의 민중포교와 간진(鑑眞)의 계율불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세미나는 일본 불교의 기초를 다진 나라 시대를 조명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먼저 민간 포교를 통해 불교의 참된 존재방식을 확인코자 했던 교키 스님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고, 다음으로 일본의 수계 제도를 확립해 주었던 간진 스님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 일본 불교가 아직 일반인에게 낯설다고 생각이 되고, 일본불교에 대
동국대학교 영어권 문화연구소는 2006년 동서문화연구소란 명칭으로 문화학술원 산하 교책연구기관으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2008년 연구의 집중화와 전문성을 도모하기 위해 영어권 문화연구소로 개칭하였다. 본 연구소는 지난 5년 동안 국내외 석학 초청 강연회와 학술대회 및 총서 발간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연구 기반과 학문적 역량을 쌓아오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전문 연구소로 발돋움하기 위해 학술지 『영어권 문화연구』를 출간하기 시작하였고 현재 6호까지 발간하였다. 본 연구소의 학문적 취지는 기존 영미중심의 연구가 갖는 한계를 극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