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2017년 9월 배우 겸 가수 최시원 씨가 키우던 반려견(프렌치 불도그)이 같은 아파트 거주 여성 김모 씨(당시 53세)를 물어 숨지게 해 사회적 논란이 됐다. 올해 6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폭스테리어)이 35개월 여자아이를 공격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피해 아이는 허벅지를 물린 채 끌려가며 크게 다쳤다.

 

개 물림 사고, 이제는 공포증까지

개 물림 사고는 연간 2,000여 건 이상씩 발생한다. 소방청은 2016년부터 2018년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인한 이송 환자가 6,883명으로 집계된다고 밝혔다. 2016년 2,111명, 2017년 2,404명, 2018년 2,368명이다.
반려견에 의한 물림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며 ‘도그포비아’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도그포비아’란 ‘개’를 뜻하는 ‘도그(dog)’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의 합성어로, 개 공포증을 의미한다. 우리대학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 재학 중인 임 모 씨(24)는 “친구의 반려견(미니핀)에 물린 이후로 물렸던 개와 같은 견종(미니핀)만 보면 겁나고 두렵다”며 “사나운 개를 키우며 안전에 유의하지 않는 견주들이 무책임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이 피해를 당하며 제도 변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견주 교육 의무화, 개 조심 팻말 설치,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변화 요청이 지속됐다.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성자 교수는 “약한 규제가 개 물림 사고와 시민들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입법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쪽짜리 제도 개정

현재 동물보호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반려견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선행되지 않은 채 속결한 듯 보인다. 2018년 3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거나 맹견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스셔 불테리어, 로드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으면 최대 50만 원의 과태료를 무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만으로는 맹견종을 제외한 일반 견이 무는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지난 6월 여자아이를 다치게 한 견종인 ‘폭스테리어’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맹견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2017년 9월, 여성 김 모 씨를 물어 숨지게 한 최시원 씨의 개 ‘프렌치 불도그’ 역시 맹견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법은 입마개 착용 의무를 맹견종에 한해 부과한다. 현행법에 명시된 적용대상으로 인해 맹견종 이외에 공격 성향을 가진 반려견에게 법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견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생겼지만 처벌의 수준이 약하다. 올해 3월 현행법의 맹점 극복을 위해 견주를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동물보호법 제 46조(벌칙)에 따르면 외출 시 견주가 반려동물에 대한 안전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못해 사람을 사망케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위와 같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피해자가 받을 정신적, 신체적 피해 등을 고려하면 처벌 수위가 낮다. 이뿐만 아니라 강화된 법에는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타인의 재산에 피해를 줬을 경우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사람에게 입히는 상해외의 사고는 처벌할 수 없다.


맹견 견주들에게 부과된 의무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문제도 있다. 연이은 개 물림 사고로 2019년 3월 21일, 맹견 견주들에 한해 안전관리 의무사항이 강화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맹견종 5종을 기르는 견주들은 매년 3시간의 정기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또한 맹견은 소유자 없이 기르는 곳을 벗어날 수 없으며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특수학교 시설과 시·도의 조례로 정한 장소의 출입이 금지된다. 이러한 변화에도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맹견종 견주의 정기교육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이버 강의의 특성상 수강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고 수강자와 강사 사이에 소통의 제약이 생기는 등 맞춤형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다음으로 ‘소유자 등 없이 맹견을 기르는 곳에서 벗어나지 아니하게 할 것(동물보호법 13조의 2)’ 항목에 용어의 모호성이 문제시된다. ‘소유자’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기르는 곳’의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용인할지 등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개 조심’ 팻말 부착 등 의무사항 추가가 필요하다. 특히 배달원, 택배기사 등 타인의 집을 자주 방문하는 직종들을 위해 맹견에 대한 주의를 환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한다. 2016년 7월 반려동물(미니핀)이 마트 배달원을 물어 새끼손가락에 상처를 입혔으며 2019년 4월에는 반려동물(로트와일러)이 음식 배달원의 허벅지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려견 제도, 해외에서는?

해외 국가들은 개 물림 사고를 막기 위해 엄격한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과 미국이 대표적인 예인데 영국은 ‘위험 견 법(Dangerous dogs act)’, 미국은 ‘개 물림 법(dog-bite law)’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19세기 처음 ‘동물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가 1990년대부터 ‘동물법’에 대해 논의한 것과 비교하면 반려동물과 관련한 제도의 필요성이 오랜 시간 논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개 물림 사고와 관련한 법도 그중 하나다. 반려견이 늘어나며 개 물림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를 예방하고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이 요구됐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다양한 법안이 제정됐고 현재는 반려동물과 버스를 타고, 식당에 가는 등 발전된 반려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독일은 견종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기질까지 고려해서 위험 견을 분류한다. 때문에 맹견종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공격성을 띠는 반려견을 규제할 수 있고 맹견종에 포함되더라도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독일은 맹견종을 1, 2급으로 나눠 19종으로 규정한다. 이때 1급 맹견종은 일반인이 키울 수 없다. 이 기준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사람이나 다른 동물을 공격한 적이 있거나 수의사가 공격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맹견으로 분류된다. 이를 통해 공격성을 보이는 반려견을 엄격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모든 맹견종들이 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베젠테스트(Wesentest)’를 통해서 반려견의 공격 기질을 평가한다. ‘베젠테스트’는 공격성을 보일 수 있는 상황에서 반려견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수의사나 전문가가 평가하는 시험이다. 테스트를 통과하면 위험 견종이라도 입마개 착용 의무 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반려견의 공격성이 견종뿐만 아니라 성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많은 나라가 다양한 법안을 통해 맹견 견주의 책임을 강화했다. 영국은 ‘위험 견 법’에 따라 반려견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견주를 강력하게 처벌한다. 견주는 ‘개가 위험할 정도로 통제되지 않는 경우’에 처벌받는데 이러한 경우는 반려견이 사람에게 부상을 입힌 경우나 사망케 한 경우를 말한다. 사람에게 부상을 입힌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고, 사망케 한 경우 최대 14년의 징역을 받는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은 경우에도 최대 6개월의 징역 혹은 5천 파운드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또한 자신의 반려견이 타인의 반려견이나 재산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견주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미국, 영국 등은 맹견의 책임 보험을 의무화했다. 이른바 ‘펫 보험’은 맹견으로 인한 타인의 생명, 신체, 재산 등의 손해 배상을 위해 시행됐다. 또한 독일에서는 반려견 견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데 맹견 견주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견주의 책임을 강조한다.맹견 견주에게 법적으로 많은 의무를 주는 나라도 있다. 독일은 맹견을 기르기 위한 조건으로 ‘범죄기록이나 약물중독이 없는 만 18세 이상의 성인’, ‘법적 조건에 맞는 면허증’을 요구한다. 이때 맹견을 다루는 것과 관련한 시험에 통과해야 면허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맹견 견주는 울타리와 ‘개 조심’ 간판을 부착해야 하며 외출 시 입마개와 목줄 착용은 필수다. 독일뿐 아니라 영국, 뉴질랜드, 프랑스 등에서도 맹견 면허증을 소유해야 맹견을 기를 수 있다. 특히 영국은 맹견의 중성화 수술을 의무화해 번식을 막고 마이크로 칩을 통해 관리한다.

대한민국은 반려인 천만 시대라 불리며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법과 제도로 인해 개 물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맹견에 대한 분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여전히 약한 처벌이 논란이 된다. 또한 견주에 대한 의무가 가볍다는 지적도 있다. 조 교수는 “매일 발생하는 개 물림 사고는 대부분 일반 견들에 의해 일어난다”며 “공격 경험이 있어 공격성이 입증된 ‘위험한 개’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맹견 소유자에게 개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예방주사 접종, 보험 가입, 특히 공공 장소에서 타인의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확실한 통제)를 부과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 사고가 난 경우 소유자/관리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우리 개는 안 문다’고 생각하는 반려견 소유자들의 생각을 바뀌어야 개 물림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