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어떻게 세계 최대 와인 수출국으로 등극 했나

요즘에는 와인을 잔 단위로 파는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편의점 등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와인은 우리 생활에 친숙하게 자리 잡고 있다. 흔히 ‘와인’ 하면 떠올리는 국가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일 것이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와인들의 라벨을 자세히 보면 스페인산 와인들이 종종 보이곤 한다. 놀랍게도 스페인은 최대 와인 수출국이다. 실제로 최근 국제와인기구(OIV,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의 발표에 의하면 스페인은 와인 생산국으로는 3위, 와인 수출국으로는 1위를 달성했다. ‘와인은 이탈리아 및 프랑스’라는 통념을 뒤집고 스페인은 어떻게 최대 와인 수출국이 되었을까?

 

효율적인 재배의 원동력인 ‘협동조합 시스템’

와인을 생산할 때 절대적으로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은 포도의 품질이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내기 위해 스페인의 다수 와이너리들은 ‘협동조합’이라는 이름하에 운영되고 있다. 협동조합의 사전적 정의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모인 조합원들이 물자 등의 구매·생산·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단체’이다.

스페인 지역은 온화한 기후를 갖춤으로 인해 스페인 내 최대 와인 생산지인 라만차 지역에서는 대다수의 와이너리들이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게다가 규모가 2만 헥타르(약 2억 제곱미터)의 큰 규모를 가진 Virgen de las Vinas Bodega y Almazara 와이너리는 협동조합 시스템이 중요한 운영 방식이라 설명한다.

▲Virgen de las Vinas Bodega y Almazara 와이너리 Raul Jimenez. (사진=김지민.)

수출 담당자인 Raul Jimenez 씨는 “Virgen de las Vinas Bodega y Almazara는 2만 헥타르의 큰 규모를 가지고 있어서 전체적인 관리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현재 3천 명의 파트너들과 함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협동조합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다. Raul Jimenez 씨는 “협동조합은 함께 협동하여 일을 하는 시스템이기에 우리 조직은 더욱 더 공고해지고 생산 비용에 있어서도 대량 생산 방식으로 인해,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면서도 와이너리 자체에서 개발한 강의 프로그램도 운영돼 이곳 와이너리 와인들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사람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와이너리

와이너리 운영에 있어서 경제적인 가치 외에도 중요시되는 것은 사회적인 가치이다. 바르셀로나 근교지역에 위치한 L’Olivera 협동조합 및 Can Calopa 와이너리는 사회적인 가치를 우위에 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L’Olivera 협동조합의 담당자인 Inigo Haughey 씨는 “협동조합으로서 여러 사람들에게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할 기회를 주려한다”고 설명하면서 “우리는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싶기에 와인을 더 많이 파는데 중점을 두는 게 아닌, 더 나은 방식으로 판매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와인을 생산하는 L’Olivera는 ‘함께 일하는 협동조합(Working Cooperative)’이라는 말로 자신들을 표현하면서 “(우리 단체는)어떠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함께 정하고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고 밝혔다.

▲L’Olivera 협동조합 Inigo Haughey. (사진=김지민.)

이렇듯 와이너리 협동조합에서는 ‘함께’의 가치를 중요시하며 다양한 상황에서 다 같이 결정을 내리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에서도 ‘긴 의사소통 채널’이라는 단점이 존재한다. 협동조합이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이 다소 늦어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뜻하는 것이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시장에서는 시간 조절이 시장 장악력이 되기 때문에 늦춰지는 의사결정 과정은 결국 경제 시장 장악력에서 비교적 뒤쳐질 수 있음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족경영’을 통한 효과적인 소통

스페인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하나로 꼽히는 Familia Torres는 창립자인 Torres부터 4대째 걸쳐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와이너리이다. 이곳은 와인 생산뿐만 아니라 와이너리 및 시음 투어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로 이루어진 와이너리로 각광 받고 있다. 기존 협동조합 체제는 ‘긴 의사소통 채널’이라는 단점이 존재했다면, ‘가족경영’ 체제의 토레스가문 4대손 오너 Miguel A. Torres는 “와이너리를 가족과 함께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Familia Torres 오너 Miguel A. Torres. (사진=김지민.)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투자와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장기간 염두하고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투자자들과 같은 경우 즉각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기에, 수익이 즉각적으로 창출되지 않으면 투자를 회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결정을 내릴 때 즉각적으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가족이라는 믿음으로 이익이 먼 훗날 창출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 쉽다”고 밝혔다.

▲Torres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와인. (사진=김지민.)

 

‘체계적인 교육’으로 전문 인력 양성

스페인 내 효율적인 와이너리의 운영 방법들이 존재하는 한편, 교육의 중요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타라고나 공립대학(Universitat Rovira I Virgili)는 ‘포도주 양조학과’를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개설한 대학이다. 이 대학의 포도주 양조학과는 와인 생산, 와인 마케팅 및 와인 투어 등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포도주 양조학과의 Joan Miquel Canals Bosch 학과장은 “예전부터 포도주 관련 학과 부재로 인해 스페인에도 전문적으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학과를 개설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학생들이 직접 포도를 재배하고 배합 및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 목적의 양조장도 설립하는 등 시설을 조성하게 되고, 다른 와이너리들과 함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일종의 인턴십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타라고나 공립대학 포도주 양조학과장 Joan Miquel Canals Bosch. (사진=김지민.)

또한 그는 “과거에는 스페인에 포도주 양조학과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학과 개설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교육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의 모토 또한, 젊은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에 있다. 우리가 와인 관련 인력 양성에 더 힘을 쓴다면, 우리의 와인(스페인 와인)은 더욱 더 좋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타라고나 공립대학의 와인 시음 및 실험용 교실의 모습.(사진=김지민.)

 

이번 해외취재를 통해 스페인의 다채로운 와이너리들과 전문교육을 구축한 대학교까지 돌아본 뒤, 한 가지 공통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L’Olivera 협동조합의 Marti 씨는 와이너리에 계속 남아 더 나은 와인을 위해 연구하고, Virgen de las Vinas의 Raul 씨는 여러 구성원들과 포도에 대해 의사소통을 한다. Miguel A. Torres 대표는 와인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수많은 곳들을 방문한다. 마지막으로 타라고나 공립대학의 Joan Joan Miquel Canals Bosch 학과장은 포도밭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주일씩 견학을 떠나곤 한다.

이처럼 이들은 와인과 포도에 대해 열정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다. 이들의 와인을 대하는 남다른 모습들이 기존 와인 대표국가로 지칭되던 프랑스를 제치고 스페인을 와인 최대 수출국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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