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은 (미컴 16)

지난 달 31일, 두 번째로 개최된 인천 퀴어 축제에서는 여느 때와 같은 욕설과 고성이 난무했다. 이 욕설과 고성들은 주로 퀴어 축제 반대 시위자들이 내뱉는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들로 이뤄져 있었다. 그러나 많은 대중들은 여전히 이들의 혐오를 버텨내야 하는 퀴어들보다는 동성애 혐오성 범죄를 자행하는 퀴어 축제 반대 시위자들에 공감하고 지지한다. 


 대한민국이 왜 더 이상 동성애 혐오성 범죄를 묵인해서는 안 되는가? 대한민국 시민들의 동성애자에 대한 포용력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 여론조사 연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에서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인 ‘동성애에 대한 국제적 인식차’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사회가 동성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한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물론 동성애 혐오성 범죄를 반대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이는 긍정적인 일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본다면 동성애자에 대한 포용력이 늘어난다는 것은, 많은 서구 국가에서 그랬듯이, 곧 동성애적 코드가 개방적으로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동성애 혐오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동성애 혐오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가? 어떤 이는 종교를, 어떤 이는 가치관을 이유로 들겠지만, 그 모든 이유의 근본에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혐오감이 자리잡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혐오감을 갖는다. 다른 성(性), 국적, 인종, 등.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생긴 혐오감이 바로 다른 ‘성 지향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며, 학계에서는 이를 ‘호모포비아(homphobia)’라고 칭한다. 누군가는 작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이 혐오감이 점점 불어나 터질 만큼 커져 저지르는 동성애자를 향한 언어폭력, 신체폭력, 자살방조, 살인 등을 동성애 혐오·증오성 범죄(homophobic crime)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다른 것’에 대한 혐오감은 지극히 생존본능에 충실한 합리적인 행위일지도 모른다. 사회학에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규정하듯이, 인간은 개인 활동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동물이다. 즉 인간은 무리를 지어 생활해야하는데, ‘나’의 무리가 있다면 ‘남’의 무리가 있어야 하고, 무리를 구분하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야 한다. 즉 나와의 차이점을 갖는 자는 배척의 대상인 것이다. 


 호모포비아가 동성애자를 배척의 대상으로 삼는 이유에는 종교, 출산율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호모포비아가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할지라도 호모포비아가 가진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이성애’라는 성적 지향성은 절대로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을 내비칠 수 있는 그 어떠한 권리도 부여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어떠한 훈장도 될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 그 누구도 누군가를 상처 줄 권리가 없다. 우리는 학교에서, 가정에서, 어렸을 때부터 “친구를 욕하고 때려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배운다. 동성애 혐오성 범죄가 근절되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면 우리가 불문율로 공유하는 ‘도덕’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며, 누군가를 비방하고 욕하고 폭행하는 행위는 그 도덕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동성애를 무언가 특별한 것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동성애 혐오성 범죄를 근절해야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명료해진다. 그저 원래 해서는 안 될 일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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