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형 주인공, 당대의 생활 풍습 반영…여러 산업과 연계되기도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로 평가받는 ‘돈키호테’는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이자 서양에서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1605년에 발간된 ‘돈키호테’는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떻게 이러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돈키호테의 모습을 형상화한 그림. (사진=유현동 기자.)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한 여러 산업과의 연계

소설 ‘돈키호테’가 이러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여러 산업과의 연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산업의 예시 중 하나로 관광 산업을 들 수 있는데,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라 만차’ 지방에서는 작품 속 돈키호테가 돌진한 풍차를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풍차들은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돈키호테가 왜 이들을 거인으로 오해했는지 되새겨 보게 한다. 풍차를 거인이라고 생각하면 바람에 회전하는 날개들이 마치 거인들이 팔을 붕붕 휘두르며 위협을 가하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이 관광 상품으로 유명한 주된 이유로는 풍차의 훌륭한 보존 상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형이 가고 손상돼도, 원래 형태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유지·보수 기술 덕분에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설의 해당 장면을 상상하는데 좀 더 생생한 느낌을 준다.

라 만차 지방의 도시 ‘캄포 데 크립타나’ 또한 돈키호테와 관련된 상징들을 여러 가지 발견할 수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먼저 ‘돈키호테’의 동상이 방문객들을 반기고 있다. 청동으로 주조된 이 동상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투박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 점에서 우리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을 내부에는 돈키호테와 관련된 그림이 수놓인 커튼을 문에 매달아 놓은 집도 볼 수 있다. 마을에 있는 성당 앞쪽에는 소설을 집필한 세르반테스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이 동상도 마찬가지로 청동으로 주조 돼있다. 앞서 본 돈키호테 동상처럼 투박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허리춤에 칼을 차고 한 손에 책을 들고 있다. 작가와 칼은 언뜻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책을 통해 칼날과 같이 날카로운 풍자를 한 그의 모습을 상징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스페인의 또 다른 관광도시 ‘톨레도’ 또한 돈키호테와 관련된 상징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 위치한 톨레도 광장에는 돌로 된 벤치에 돈키호테와 관련된 그림이 새겨진 타일로 만든 벤치가 즐비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스페인 공식 관광청에서도 ‘돈키호테’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묶어서 관광상품으로 안내하는 등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홍보하고 유치하는 것도 관광산업이 발달한 이유 중 하나다. ‘돈키호테’와 연관된 것은 관광뿐만이 아니다. 식문화도 ‘돈키호테’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작중에서 여러 요리가 등장하는 만큼, 실제로 이러한 음식들을 그대로 재현해 판매하는 식당들도 있으며, 작중 등장한 음식들을 재현해 대회를 열기도 한다.

▲캄포 데 크립타나 마을 입구에 위치한 돈키호테 동상. (사진=유현동 기자.)
▲캄포 데 크립타나의 돈키호테와 관련된 그림이 수놓은 커튼. (사진=유현동 기자.)
▲칼을 차고 있는 세르반테스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 (사진=유현동 기자.)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당대의 생활 풍습

소설 ‘돈키호테’ 속의 특징 중 하나는 배경이 된 당시 스페인의 생활 풍습이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식 문화로 소설 초반부에 돈키호테가 먹는 음식은 ‘두엘로스 이 케브란토스’라는 이름의 베이컨이 들어간 계란 요리이다. 이 음식은 ‘고뇌와 슬픔’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독자들은 여기서 “왜 음식 이름이 이러한 의미를 가질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조사해보면 의문에 대한 답이 나오는데, 당시 스페인 정부는 기독교 순혈주의 사상을 가졌고 이에 이교도들이 박해를 받는 시대적 배경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무슬림 등의 이교도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참고 먹었던 음식이라는 의미를 알게 되면 소설 외적으로도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에피소드로, 산초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하몽과 와인을 나눠 마시는데 여기서 하몽과 와인은 ‘자유로움’이라는 의미를 가지며, 실제로 스페인 현지 사람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몽과 와인을 즐겨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생활 풍습을 통해 ‘돈키호테’는 당대의 생활 풍습을 연구하는 좋은 자료로도 활용된다.

▲돈키호테가 돌진했던 캄포 데 크립타나의 풍차들. (사진=유현동 기자.)
▲톨레도 광장의 돈키호테 벤치. (사진=2019 해외취재단.)

‘돈키호테’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

이러한 뛰어난 평가를 받는 ‘돈키호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  실패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용기이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서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는 한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돈키호테’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확고한 이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나아가는 끈기이다. ‘돈키호테’는 작중 광인 취급을 받지만, 그가 가진 이상 하나는 확고했다. 세상의 악을 무찌르고, 자신의 레이디인 돌시네아 공주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확고한 이상을 추구하는 점이 그가 50이 넘은 나이에 모험을 시작했음에도 지치지 않는 원동력이 됐고 그의 행위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비록 돈키호테가 작중 광인 취급을 받지만, 그의 이러한 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