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경험이 나의 집필의 원동력

▲사진=최회준 수습기자.

온종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늦은 저녁 인터뷰에 응해준 윤고은 작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재밌게 전달하는 그만의 대화 방식 덕분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윤 작가만의 세상에 빨려 들어갔다. 기자들은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가 풍기는 매력에서 쉽게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첫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윤고은 작가는 우리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8년 한겨레 문학상을 받으면서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원래 윤 작가의 꿈은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는 “학창시절에 여행 잡지나 라디오에 대한 관심이 많아 잡지 에디터나 라디오 작가를 꿈꿔왔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우리대학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무엇을 가장 잘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는 소설가라는 꿈을 발견하기까지 교내에서 여러 활동을 해보며 학교생활을 했다. 결국 그는 프로작가를 지망해 입학과 동시에 소설을 쓰는 학생들보다 늦은 2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창작이 대학에서 해왔던 일 중 가장 적성에 잘 맞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작가는 “지금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써놨던 작품을 발판삼아 지금의 프로작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하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의 첫 작품은 고등학교 때 만든 것이었다. 윤 작가는 이 작품을 ‘가짜 작품’이라고 밝혔다. 당시 윤 작가는 문학 선생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소설을 써봤다는 거짓말을 했고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서 3일 동안 밤을 새워 소설을 완성했다. 학교에서 소설을 쓰는 특별한 학생으로 기억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 된 소설이 윤 작가의 첫 소설이다. 소설을 처음 쓰게 된 계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지만 윤고은 작가만의 재치와 인간미가 느껴졌다. 윤 작가는 “그렇게 탄생 된 소설이 프로 작가가 된 지금에도 재밌는 첫 소설의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문학의 매력을 전하다

윤 작가는 살면서 영향을 받은 작가로 일본의 ‘마루야마 겐지’와 프랑스의 ‘마르탱 파주’ 소설가를 꼽았다. 그는 “마르탱 파주 작가가 쓴 소설이 대학 졸업 후 소설을 계속 쓸 것인가에 대해 힘든 고민을 하던 중에 큰 위로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통해 원동력을 얻고 불안하던 시기에 안정을 되찾았다. 이처럼 윤 작가에게 문학이란 삶의 지침서이자 위로였다.
현재 윤 작가는 이러한 문학의 매력을 우리대학 문예창작과 학생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토론과 합평 수업을 통해서 장차 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문학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집중한다. 윤 작가는 “글 자체엔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문학의 범주 안에서 자신을 틀에 가두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자유로운 형식의 수업을 강조했다. 평소 윤 작가는 학생들의 작품을 대할 때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장점을 발견해내고 최대치로 끌어내려 노력한다. 다만 “예술은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을 보장해주지 못하기에 불안을 동반한다”며 “글을 쓰는 학생들은 글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친 대학 생활 중에서 소설 창작 수업은 하나의 쉼터가 되고 앞으로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주는 수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윤고은 작가는 작품을 집필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끝없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창작에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윤고은 작가가 글을 쓰는 법

윤고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다룰 때 “흔치 않은 소재로 글을 쓰려고 한다”며 “내 소설은 설명방식에 차별성을 갖는다”고 자평했다. 윤 작가는 “일상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받는 자극이 집필의 원동력이 된다”며 여러 방법들을 소개했다. 윤 작가는 작업이 잘 되지 않을 때면 펜을 놓고 밖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윤 작가는 “주의를 분산시켜 생각을 환기하면 남들이 잘 보지 못하는 것들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모르는 동네를 찾아 낯선 풍경들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고는 한다.
 윤 작가는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소재를 다각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윤 작가는 “친한 지인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때 종종 메모하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가 많다”며 “지인들도 나의 그런 점을 알기에 여러 가지 관점으로 이야기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일상을 벗어나서 받는 자극들도 있다며 여행이야기를 시작했다. 윤 작가는 “작품의 집필을 위해서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에서 겪은 다양한 일화들이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항상 여행계획을 짜놓는다”며 멋쩍게 웃었다.

신작에 대한 소개

지난 4월 출간된 신작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윤고은 작가의 7번째 책이자 4번째 단편집이다. 윤 작가는 “이번 작품은 나의 작품세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표제작인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현실에 가상의 설정을 추가해 주인공들로 대변되는 2030세대의 고충을 조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북한 아파트 분양을 통해 바라보는 평범한 30대 신혼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회적 문제를 특유의 상상력으로 희화화해 보여주는 작가의 특기가 어김없이 발휘됐다.
윤 작가는 문제 상황을 진지하고 슬프기보다는 밝지만 자조적으로 그리는 편이다. 그러나 현실의 무게를 절대 가벼이 보지 않는다. 과거 그녀의 소설 ‘1인용 식탁’을 보면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그려간다. 이는 학교, 직장 등의 집단 내에서 겉도는 사람들의 고립감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윤 작가는 “이처럼 나의 소설이 현 세대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느끼는 불안감을 다루다 보니 젊은 독자들에게 공감도 많이 얻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타인들을 그려내고 싶어서 소설을 쓴다”며 “내가 산책을 하듯 독자들이 내 책을 읽으며 주의를 환기하고 생각을 새롭게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해외출판 작업 등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칠 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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