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민석 기자.

요즘 대학생들 사이 ‘틀X’이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 용어는 틀니를 사용하는 노인들을 비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이렇듯 노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자연스레 젊은 세대의 삶 속에 녹아들었다.

과거와 달라진 노인 세대의 위상

한 국가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에 해당한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는 14년 만에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 속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매우 빠른 수준이다. 프랑스의 경우 115년, 미국은 73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나라가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부작용은 노인인구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2018년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장년의 88%가 “노인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과거의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 이미 유교를 그 근본 사상으로 표방한 국가였다. ‘충’(忠)과 ‘효’(孝)는 그 핵심 가치였다. 서방 국가에 비해 유교 사상에 강한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릴 만큼 웃어른을 공경하는 것을 매우 중요히 여겼다. 노인들은 그 자체로 지혜롭고 경륜 있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심지어 임금이 신분에 상관없이 80대의 노인들을 초청하여 식사를 대접하는 풍습도 있었다.

노인혐오의 원인

이렇듯 과거 노인은 사회에서 공경을 받는 존재였다. 요즘 청년층은 과연 노인에 대한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첫 번째는 ‘꼰대 의식’이다. 2018년 세계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연장자라는 이유로 훈계하고 대접받으려고 한다’(65.8%)가 청년들이 노인에게 불쾌감을 가장 많이 느끼는 이유였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아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53.8%), ‘대중교통에서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등 이기적이고 뻔뻔하다’(52.4%) 등의 대답도 있었다. 이와 관련한 실제 경험담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대학 학생 A씨는 자신의 친구가 지하철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한 노인에게 욕설을 들은 경험을 전했다.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감’은 그 두 번째 이유였다. 작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노인인권증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영옥 생애문화연구소 살롱 대표는 “20대 여성들은 ‘두려움’을 노년 남성에게 느끼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20대 여성들의 두려움의 원인을 지하철과 같은 공간에서 노인 남성들에게 당하는 차별적 경험 등으로 꼽았다. 세대에 따라 그 원인은 조금 달랐다. 김 대표는 “40대 초중반 여성들의 경우 나이가 들어서까지 의무적으로 가사노동 등을 떠맡는 현실이 노인들을 향한 부정적인 감정으로 나타난 것”이라 밝혔다. 그는 앞선 두 가지의 경우를 모두 “가부장제 성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언급한 세계일보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청년들이 노인에게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로 ‘가부장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라는 답변이 무려 52.6%에 달했다.

혐오가 미친 악영향

앞서 지적했듯, 우리 사회에서 노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팽배해있다. 문제는 이러한 서로에 대한 몰이해와 소통의 부재가 직접적인 차별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인 개인 또는 집단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그들에게 적절한 대우를 하지 않고 소외나 무시 등의 부적절한 행동이 가해지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노인 차별행위는 노인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는 전년대비 8%나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전체 학대 유형 1910건 중 정서적 학대는 46.4%인 887건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신체 710건(37.2%), 방임 177건(9.3%), 경제 88건(4.6%) 등이 뒤를 이었다. 휴스턴 대학교 Carmel B. Dyer 교수의 연구논문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정서적 학대는 노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치명적이다. 연구결과, 정서적 학대 노인이 일반노인과 비교해 우울증(62% 대 12%)과 치매(51% 대 30%) 발병율이 훨씬 높았다. 또한 학대 노인은 심리적 불안과 공포를 크게 느끼며 심한 경우 자살을 기도하기도 한다.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기능들이 저하되고 있는 노년기의 노인은 사실상 학대에 적절히 대처하기 어렵고, 심한 상처를 입기 쉬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2009년부터 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은 10만명당 54.8명으로 OECD 평균의 3.2배에 달한다.

인식변화가 필요해

이러한 노인 차별은 노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분위기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대 간 단절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세대 간에 서로 이해가 부족해지면서 상대방을 ‘말이 통하지 않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청년층은 노인을 이해하기보다는 배척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낙인찍는다. 재작년 보건복지부의 노인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장년 10명 중 9명은 노인과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노인들 중 청장년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절반(51.5%)을 웃돌았고, 노인과 청장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생각하는 노인 비율도 44.3%에 달했다. 이렇듯 노인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정적인 인식은 세대 간의 단절을 심화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청년 세대가 노인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리대학 홍송이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노인을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시민교육처럼 이뤄져야 한다”며 “노인 세대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이 장기적으로 계획되고, 단계적으로 수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존중’을 위하여

세대 간의 갈등에서 발생하는 노인에 대한 차별은 아직 우리 사회 속에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해 홍 교수는 “청년 세대도 결국 나중에는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노년기로 접어들기 전 노인이 될 자신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인식할 때 비로소 노인과 젊은 세대가 화합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