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가 새로워지고 있다. 최근 을지로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간판 없는 카페나 술집 속 현대적인 분위기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래 을지로는 공업단지로 유명했다. 쉽게 볼 수 있는 조명, 간판 등 다양한 공방은 이를 증명한다. 현재는 새로운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을지로. 하지만 이러한 을지로의 변화는 처음이 아니다. 역사 속 을지로는 나날이 변모해왔다.

과거 1920년대 을지로는 ‘황금정’이라고 불리며 화교 세력이 강력한 경제권을 가지고 밀집해 있었다. 화교 세력은 중화요리점과 다양한 상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을지로에는 화교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이정희 교수는 “경제적 기반 축소와 함께 화교세력이 쇠퇴했다”며 “특히 1961년 외국인 토지 소유법, 즉 외국인은 상업용 토지는 50평, 거주용 토지는 200평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법을 다시 공표해 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크게 약화했다”고 전했다.

①그레뱅 뮤지엄의 마릴린 멀로 밀랍 인형.

②그레뱅 뮤지엄 이가은 차장.

③이슬람교 신자들을 위한 기도실.

 화교는 외국인의 재산권을 차별하는 시대상과 함께 차차 사라져갔다. 이어 정부 주도 경제성장 계획에 맞춰 을지로는 공업단지로 변했다. 화교 문화가 넘치던 공간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최근 을지로에 다양한 색이 입혀지고 있다. 을지로입구역 앞에 위치한 그레뱅뮤지엄은 세계 각지 유명인을 실물과 유사하게 본뜬 밀랍인형을 전시한다. 그레뱅뮤지엄 이가은 차장은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인해 내국인 관람객보다 외국인 관람객이 많다”며 “을지로가 서울 중심에 위치해 다양한 문화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레뱅뮤지엄에 이슬람 기도실이 마련된 것도 다양한 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④흔히 볼 수 있는 낡은 을지로의 모습.
⑤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영업하는 카페.
⑥조선 후기 양식으로 디자인된 카페 내부.

 문화적 다양성과 더불어 을지로 근처 카페는 과거와 현재가 합쳐져 묘한 매력을 풍겼다. 비좁은 골목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점포는 나전칠기로 꾸민 실내장식이 눈에 띄었다. 조선 후기 양식으로 꾸며진 실내공간의 예스러운 분위기 속 젊은이들의 모습은 대비돼 보였다. 조화로운 공간이 가진 매력이 젊은이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카페에 찾아왔다는 대학생 정예나(25) 씨는 을지로만의 매력에 대해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뜻밖의 공간”이라고 밝혔다. 낡은 건물 속 색다른 분위기는 이전에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⑦재개발에 반대하는 을지로의 현수막.

 을지로는 이처럼 기존의 공업단지 이미지를 서서히 탈피하고 있다. 하지만 을지로4가에서는 여전히 회색빛의 낡은 을지로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그중 한 현수막이 눈길을 끌었다. 현수막에는 대책 없는 재개발에 대해 주민들이 반대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이유는 미관상의 문제였다. 페인트칠 벗겨진 낡은 건물 속 매력을 모른 채로 재개발을 하려는 건 아닐까. 한때 번성했던 화교 문화가 지나치게 엄격한 법으로 사라졌던 을지로의 역사가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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