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타협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야”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꿈이 뭐냐고 묻는 어른들의 말에 무언가를 당차게 대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개 그 꿈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만화 속 영웅이 되고 싶다든지, 혹은 언덕 위에 100평짜리 커다란 집을 지어 살고 싶다든지 말이다.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따금씩 누군가 묻는다.
“너는 꿈이 뭐니?”
그 말에 우리는 머뭇거리며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는 한다. 어느 샌가 어린 시절의 순수한 꿈은 이뤄질 수 없는 기적으로 흩어져버렸다. 그 시절의 꿈을 떠올리며 우리는 피식 웃는다. ‘나도 어렸구나’라고 하며.
무엇이든 간절하면 이뤄질 거라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세상에는 내 힘으로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됐다. 그렇게 꿈을 포기했다. 어쩌면 성장이 체념의 다른 말인지도 몰랐다. 그런 식으로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잘못된 건 아닐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그 물음에 관한 영화다.
이혼한 엄마와 살고 있는 초등학생 코이치에게는 바람이 있다. 자신이 거주하는 가고시마의 화산이 폭발해, 아버지와 함께 오사카에 모여 사는 것. ‘어떻게 해야 그 꿈이 이뤄질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같은 반 친구들의 대화를 듣고 소원을 이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
“구마모토라는 마을에서 두 대의 신칸센이 마주칠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대!”
이에 코이치는 각기 다른 소원을 가진 친구들, 그리고 떨어져 살던 동생과 구마모토로 향한다.
아이들에게는 가지각색의 소망이 있었다. 학교 사서 선생님과 결혼하는 것, 강아지가 다시 살아나는 것, 여배우가 되는 것, 유명한 야구선수가 되는 것 등.
그러나 정작 두 신칸센이 교차할 때 코이치는 소원을 빌지 않는다. 엄마가 갓 지어준 밥,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한 입 베어 먹은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만든 밍밍한 가루칸 케이크, 조금은 빛바랜 동생과 찍은 사진. 사소한 일상의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오면서 꿈이 아닌 지금의 삶을 택한다.
영화는 섣불리 고민에 대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꿈꾸는 이상이 잘못됐다거나, 혹은 그 꿈이 좌절돼도 ‘그게 성장이니까 괜찮다’는 무책임한 뉘앙스도 없다. 그가 택한 현실은 배려의 결과였다.
동생은 뒷마당에 심은 콩이 열리기까지 가고시마를 떠나고 싶지 않아 하며, 아버지는 코이치에게 가족의 재결합보다 현실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자신의 꿈이 오히려 타인의 소망과 충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성숙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허황돼 보이는 우리의 꿈이 결코 틀리지는 않았다. 다만, 이를 포기한다고 해서 힘을 잃고 시드는 것도 아니다.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처럼 쓸모 없어보여도, 가루칸 케이크처럼 밍밍하게 느껴져도. 그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안다면.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이대로가 행복하다고 한다면.
우리는 단지 그것을, 그 사람을 지켜주기 위해서 각자의 꿈을 포기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대로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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