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을 통해 본 인간성의 회복

▲책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2018).

극한의 공포를 마주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사는 곳은 8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수많은 사망자와 난민을 낳은 곳, 시리아다. 델핀 미누이가 쓴 ‘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이라는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시리아의 도시 ‘다라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리아 전쟁은 독재 정권과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반군 간의 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참혹한 전쟁 중, 시리아 정부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다라야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한다. 정부는 도시를 봉쇄했고, 다라야 사람들은 식량과 의료품이 끊겼다. 외부와 단절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모으기 시작한 것은 총이 아니라 ‘책’이었다. 
평범한 대학생 아흐마드는 폐허 한가운데에서 먼지로 뒤덮인 책더미를 발견하고 책을 읽게 됐다. 아흐마드는 책을 모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지하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에는 매일 20~30명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문학책이나 철학책을 통해 무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난간에서 토마토를 기를 수 있는 방법, 빗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는 방법 등과 같은 내용이 담긴 안내서를 읽었다. 이를 통해 전쟁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경에서 책을 통해 지식을 쌓고 삶의 지혜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서관 사람들은 다라야 사람들에게 교육과 나눔을 실천하며 공동체를 이뤘다. 강연을 열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자유롭게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매주 시간을 정해 놓고 아이들을 위한 구연동화의 시간도 가졌다. 이렇게 도서관은 공동체를 결속하는 역할까지 했다.
다라야 사람들에게 독서는 지식습득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들이 책을 읽으며 나눈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책 속에 ‘인간성을 유지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은 책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하고 실존적 의미로서의 자아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한다. 아흐마드는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을 추천해줬다. 
그 책은 개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자아의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아흐마드가 추천한 책을 통해 다라야 사람들은 자신의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공유한다. 더 나아가 전쟁 상황 속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를 죽이는 사람들에 대해 고민한다. 
그가 추천한 책은 사람들에게 뻔한 해답이 아닌 심리 상담가와 같은 역할을 했다. 절망적인 현실의 구속을 잠시나마 잊도록 만들어줬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가 돼 전쟁이 언젠가 끝나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게 해 준 것이다. 
사람들은 폭격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도서관에 찾아와 책을 빌렸다. 이토록 책에 목숨을 건 시리아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이 살면서 놓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시사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인간성을 깨우쳐준 ‘책’의 의미를 헤아려본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