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불편해?”

수많은 불편함이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누군가는 참고 넘어가지만. 누군가는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더 편한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과거 대부분의 혁명 또한 사회에 대한 불편을 해소하고자 시작됐다. 현대사회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을 ‘프로불편러’라고 칭한다. 그들이 말하는 불편으로 사람들은 무심코 지나쳤던 문제들을 바로 잡고 개선한다. 그러나 불편함을 말하는 사람들을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프로불편러라 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또, 우리는 왜 불편함을 느껴야 하는 것일까.

프로불편러! 그게 누군데?

프로불편러의 정확한 사전적 의미는 없다. 누군가는 프로불편러를 ‘쓸데없는 트집 잡기에만 혈안이 된 사람’으로 누군가는 ‘사회 내의 불공정, 불평등 문제를 예민하게 지각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프로불편러를 해석할 수 있을까. ‘프로불편러의 일기’ 저자 위근우 칼럼니스트와 ‘불만의 품격’ 저자인 최서윤 작가 그리고 우리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용국 교수가 말하는 프로 불편러의 의미를 들어봤다.

Q. 프로불편러란?

위근우 칼럼니스트: 프로불편러는 통용되는 불의나 불합리함에 반응할 정도로 민감한 동시에,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합당한 것인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냉철한 존재다. 만사가 다 싫은 불평분자와 프로불편러는 이런 기준으로 구분될 것이다.
최서윤 작가: 프로불편러란 내가 느낀 불편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동시에 내 기분의 정당성을 다른 시선을 통해 점검하겠다는 ‘열린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자신의 불편이 정당한지에 대해 남에게 ‘질문’한다는 점에서 열린 태도와 학습 의지를 갖추고 있다
정용국 교수: 프로불편러란 기존 제도나 관행을 꼼꼼하게 지적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프로불편러라는 용어가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를 드러내기엔 매우 부정적인 어감이 강한 것 같다.
세 사람은 모두 프로불편러를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프로불편러는 불편함의 합당성을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남들에게 물을 수 있는 존재이다. 설령 남들에게 유난스러운 취급을 받을지라도 용기 내서 말하는 존재라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불편해야 하는 이유

프로불편러들은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왜 목소리를 높여 불편을 말하는 것일까. 정용국 교수는 “불편에 민감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문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지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위근우씨 역시 “불편함을 말하지 않으면 구체적으로 따져볼 기회조차 없어진다”며 “설령 그 불편함이 잘못됐다 할지라도 우리는 계속 불편함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불편러들은 순전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불편을 외쳐대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의식은 변하는데 과거의 통념을 마치 합리적 상식처럼 들이대니 불편함과 불만이 더 늘어난다. 그리고 이들의 의견을 묵살하는 기득권과 통념의 힘 때문에 목소리를 더욱 크게 낸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다수의 사람은 불편러들을 보며 ‘저게 왜 불편하지? 난 하나도 안 불편한데?’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러한 의견들에 대해 “나를 비롯해 대다수는 안 불편한데 저 사람들이 불편해한다면, 내가 그들보다 유리하거나 수혜를 입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닐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런 의미에서 프로불편러는 쓸데없는 예민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불편함을 느끼고 고려할 수 있는 ‘예리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서 부당한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다.
 
프로불편러의 행동 실천 GO!

불편러들은 예민함을 느끼고 지적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실제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행동에 옮기기도 한다. ‘일상 속 모피 반대 활동가가 되어주세요!’라는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한 동물자유연대 역시 ‘실천하는 불편러’들이 모인 단체 중 하나다. 해당 프로젝트의 참여자는 모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디자인이 새겨진 와펜을 가방에 달고 다닌다. 이는 모피 코트를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Fur Free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홍보팀 홍현진 팀장은 “세계적으로 모피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으나, 외투의 장식 털이나 휴대폰 액세서리 등 각종 장식에 사용되는 모피 역시 같은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민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고, 모피를 패션 산업에서 더 이상 생산하도록 하지 않고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라고 계기를 밝혔다.
이와 같이 조직적인 차원에서 사회를 바꾸려는 불편함의 표출이 있는가 하면,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실천도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논란이 되는 특정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우리대학에 재학 중인 김민지(광고홍보 16) 씨는 “대리점 ‘갑질’을 한 남양유업이 불편해서 해당 기업의 제품은 모두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업의 추악한 면모를 모르고 먹는 사람이 많아서 안타깝다. 그런 것을 보면 나라도 끝까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서윤 작가 역시 불편함을 느끼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행동으로 실천했다. 그는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껴 독립잡지인 ‘월간잉여’를 발행하고 보드게임인 ‘수저게임’을 만드는 등의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며 “특히 온라인으로 연결된 덕분에 가치관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니 이런 활동이 더 쉬워졌다”고 전했다.   

 모두의 신중한 자세

인터넷의 발달, 특히 SNS의 발달은 프로불편러가 표현할 수 있는 활동의 무대를 넓혀줬다. 자신의 불편함을 즉각적으로 말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은 스스로, 또 남에게 질문하는 프로불편러의 성격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다만 SNS의 파급력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정용국 교수는 “SNS는 개인의 불편을 즉각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통로임은 맞지만 이를 악용해서 자기 이해를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불편을 제기하는 양과 질을 확인해서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불편을 제기하는 것은 프로불편러의 몫이라면 그것을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신중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프로불편러의 말이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즉 프로불편러에 대한 판단을 의미한다. 동시에 우리는 그들을 유난스러운 프로불편러로 치부하고 문제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판단해야 함을 함축한다.
자신의 둔감함 때문에 무심코 던진 말이 사람들의 표현을 위축시킬 수 있다. 최서윤 작가는 자신이 불편러로서 불편함을 토로할 때 “메갈리아냐?”, “그래서 사회생활 하겠냐?”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무작정 예민한 사람 취급해버리고 문제를 회피해버리는 것은 우리가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프로불편러들이 그런 ‘프로둔감러’들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 어떤 말들을 할 수 있을까.

 프로둔감러들에게 한마디!

최서윤 작가: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만만한 태도를 고수하고, 자기가 처해있는 삶의 문제를 사회적 약자 탓으로 돌리며 폭력적인 언행과 조롱으로 불만을 해소하는 ‘둔감러’들을 보면, 관용이고 나발이고 멱살 잡고 싸우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요. 좋게좋게 말할 때 잘 알아들으면 얼마나 좋아요?
위근우 칼럼니스트: 프로둔감러라는 사람들은 대부분 단순히 감정적으로 둔감한 게 아니라, 불편함의 논거 제시에도 눈 감는 사람들 같습니다. 합리적 대화와 결론 도출이 어려운 사람들은 계속 그렇게 살다가 현대 문명사회에서 도태되겠지요.
정용국 교수: 유난 떤다고 말하기 전에 먼저 왜 그런 불편을 얘기하는지 이해하려고 해보시길!

편한 침묵보다 불편한 외침이 필요한 사회이다. 불편한 사람들이 편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다면 우리는 불편한 외침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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