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가 재조명 받고 있다. 그 중심에 KBS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있다.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 시청률 30%를 넘겼으며, 순간 시청률은 최고 39%를 돌파하는 등 인기가 매우 높다. 동시 상영 중인 중국에서는 그 인기가 한국 못지않게 뜨겁다. 드라마에 나오는 상품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직구’(외국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소비행위에 대한 준말)도 급격히 늘고 있다. 30여 개 국가에는 이미 판권도 팔린 상황이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 역시 한류의 중심인물로 우뚝 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태양의 후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얘깃거리다. 군 내부에서도 국군에 대한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크다는 반응이다. 연예계에서도 계속되는 한류의 인기에 긍정적 의견이 많다. 음반계와 광고계 등 연계 산업에서도 좋은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한류는 아시아 지역을 시작으로 서구권까지 문화적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류는 상품으로서만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태양의 후예’가 ‘KBS공사창립특별기획’이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짙게 남는다.
공영방송 KBS가 한류의 세계화를 목적으로 만든 이 드라마를 과연 경제적 측면 외에 문화의 본질적 인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국군의 용맹함, 인간의 존엄성,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영웅상 등 많은 것을 보여주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가 무엇인가’에 답할 수 있을까?
이제는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 성공적 인기를 끈 드라마들을 이어나갈 한류드라마 고유의 색채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한류 드라마는 단기적 창출 효과만 기대되는 상품으로 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인 ‘아이치이’의 정웨이(48) 부총재 역시 ‘2015 국제방송영상견본시’에서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문화의 심장이라고 하는 프랑스, 할리우드 그 자체가 문화의 아이콘으로 발전한 미국, 시리즈 드라마는 물론 다큐멘터리 등 TV 콘텐츠 문화를 주도한 영국 등 문화 강국들과 견주어보면 한류문화가 본질적 성장에 얼마나 미진한 수준인지 잘 드러난다.
작년 10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예산심사회의에서 금년 방송통신 발전기금 규모를 1,702억 7,600만 원으로 2015년도 대비 54억 4,100만 원 증가시켰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을 2016년 주요 업무계획에 포함하고 있다. 대통령 역시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예술인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 또한 문화 콘텐츠 개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제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넘어 실천이 요구되는 시기이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준비만 할 수는 없다. 또한 지금의 한류에 안주하고 자화자찬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도 새로운 문화 열풍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문화 산업에 있어 장기적 계획 수립과 실천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KBS도 공영방송으로서 장기적 콘텐츠 발전을 도모하는 데 더 큰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우리 국민들의 ‘수신료의 가치’를 드높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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